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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도 '메르스 쇼크'…정기검진 미루고 밤에 악몽까지

"대중교통 이용하던 남편, 자차 이용해 출퇴근"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마스크 착용과 손 세정 뿐"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2015-06-09 17:29 송고 | 2015-06-09 18:37 최종수정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한 병원이 9일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2015.6.9/뉴스1 © News1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한 병원이 9일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2015.6.9/뉴스1 © News1 

국내에선 처음으로 임신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지자 임신부들 사이에서의 메르스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9일 오후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있는 40대 임신부가 메르스 1차 양성 판정을 받은 사실이 보도되자, 출산을 앞두고 있는 임신부들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병원 정기검진을 받으러 가기조차 무섭다"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임신부 A씨는 "임신만 안했더라면 젊고 건강하기에 메르스에 걸려도 '고생만 좀 하다 말겠지' 싶었을 것"이라면서도 "임신부 신분이라 메르스에 걸려도 약도 못 먹을테고 혹여나 열이 오르기라도 하면 태아에게 치명적일텐데 휴직이라도 해야 할까 고민 중이다"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임신부 역시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는데도 메르스 때문에 심란해 밤에 악몽까지 꾸고 있다"며 "태교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메르스 때문에 대체 무슨 고생인지 모르겠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본인은 물론 태아의 건강까지 신경써야 하는 임신부들은 이처럼 메르스 공포가 확산되자 병원 정기검진마저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임신 30주차에 접어든 한 여성은 "병원에 전화해봤더니 30주차에는 기본적인 초음파 등만 진행한다고 해 검진을 미루려고 한다"고 밝혔다.

32주차에 접어든 한 여성도 "아산병원에서의 태동검사가 예정돼 있는데 메르스가 무서워 검진을 2주 뒤로 미뤘다"며 "아산병원 일반인 확진자에 이어 임신부까지 메르스에 걸리다니 정말 '멘붕'이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임산부도 역시 "평택 옆인 안성에 살고 있는데, 무서워서 시내에도 못 나가고 있다"며 "신랑이 정기검진도 가지 못하게 해 검진받아야 할 시기로부터 이미 1주일이 지났다"고 밝혔다.

임신 32주차에 접어든 한 여성도 정기검진을 한 주 미뤘다며 "출산 후 가야 할 조리원도 병원이 자리한 건물에 위치해 불안하긴 마찬가지"라고 호소했다.

임신에 직장까지 다녀야 하는 임신부들은 자신과 태아를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마스크와 손세정제밖에 없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한 임신부는 "매일 1시간30분이 걸리는 출퇴근을 반복하고 있는데, 사람이 많은 지하철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마스크 착용과 손을 자주 씻는 것 뿐"이라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임신부는 "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던 신랑이 자차를 이용해 출퇴근 하고있다"며 "불편하고 기름값이 상당하지만 메르스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토로했다.

임신부 사이에서의 메르스 공포가 이처럼 확산되자 확인되지 않은 소문마저 마치 사실인냥 퍼지고 있다.

임신 11주차에 접어든 한 여성은 임신부들이 많이 모여 있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병원에서 의사에게 물어봤는데, '임신한 여성은 무슨일이 있어도 메르스에 걸리면 안된다'고 하더라"며 "한마디로 치료방법이 없다는 이야기 아니겠느냐"라고 전했다.

또 다른 임신부 역시 "중동쪽에 임신부 메르스 확진 사례가 2건 있는데, 한 건은 5개월차에 유산됐고 한 건은 출산 후 산모가 사망했다"며 "임신부에겐 메르스 사례가 드물어 더 무서운 것"이라고 밝혔다.

임신부들은 메르스 사태가 임신부까지에게 확산된 것에 대해 '정부의 안일한 초기 대응'을 문제 삼았다. 한 임신부는 "애초에 메르스 확진자가 나온 병원 이름을 공개했더라면 메르스에 감염된 임신부가 그 병원을 찾지 않았을 것"이라며 "무능한 정부 때문에 임신부까지 메르스에 걸리고 말았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한편 국내 첫 임신부 메르스 1차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는 이달 중순 출산을 앞둔 만삭 임신부로 산부인과에 입원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14번 환자가 응급실에 들어왔던 날 급체로 같은 병원 응급실을 찾았던 어머니를 찾았다 감염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 확인 결과 이 임신부는 메르스 확진자가 아닌 의심환자로 현재 확진 여부에 대한 1차 검사가 진행 중이다. 

감염내과 관련 한 전문가는 "임신부를 위한 메르스 예방 수칙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며 일반인들 대상으로 기존에 알려진 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만 임신 전부터 심장과 간, 신장 등에 기저 질환을 가지고 있었다거나 여성이 고령인 경우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에 예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 바 있다.


jung9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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