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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이통, 약일까 독일까…프랑스·일본 줄줄이 정책실패

프랑스, 제4이통으로 통신비 낮아졌지만 '구조조정'...일본도 결국 '원점' 회귀

(서울=뉴스1) 박희진 기자 | 2015-06-04 19:11 송고 | 2015-06-04 19:32 최종수정
정부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가 경쟁하고 있는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촉진과 이를 통한 통신비 인하를 위해 연내 '제4의 이동 통신사'를 선정해 오는 2017년까지 출범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동통신 사업은 네트워크(망) 구축을 위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대규모 장치 산업이라는 구조적 속성때문에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3~4개 사업자끼리 서로 경쟁하고 있다. 정부는 자유시장경쟁 논리에 따라 신규 사업자 진입을 통해 과점 구조인 이동통신 시장에 경쟁을 활성화하고 현 정부가 공약으로 내건 가계통신비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4일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회가 내놓은 '정부의 제4이동통신사업자 신규 진입 정책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사정이 좀 다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제4이통을 추진하면서 '성공 사례'로 주목하고 있는 프랑스의 '제4이통' 프리모바일(Free Mobile)의 사례를 보면, 우선 통신비는 낮아졌다. 

프랑스는 2009년 경쟁활성화와 투자촉진을 목적으로 프리모바일에 3G 사업권을 줬다. 프리모바일은 유선사업자인 일리아드(Iliad)의 자회사다. 당시 프랑스 당국은 이통시장이 'Orange, SFR, Bouygues' 등 3사 중심으로 경쟁이 고착화돼 성장이 정체되고 투자가 부진하다고 판단했다. 프랑스 의회도 제4이통 등장으로 이통시장 확대, 요금하락 및 투자촉진으로 일자리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프리모바일은 19.99유로라는 저렴한 가격에 인터넷, 문자, 전화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파격적인 요금제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시장진입 1년만에 8%, 3년차에 14% 가입자 점유율을 확보했다. 프리모바일이 서비스를 개시할때 가입자당월평균매출액(ARPU)은 시장평균보다 15유로 낮았다. 제4이통 진입 후 단기적 관점에서 요금인하 효과는 있었다는 분석이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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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제4이통 진입 후 과열경쟁으로 통신사업자들의 매출 및 수익이 줄고 결국 구조조정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안정상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실장은 "제4이통 진입 이후 프랑스 이통시장 매출 규모가 2011년 224억유로에서 2014년 176억유로로 축소돼 11년 전인 2003년의 185억유로 이하로 퇴보했다"고 밝혔다. 2위 사업자였던 SFR은 2014년 4월 케이블업체인 'Numericable'에 매각됐고 3위 사업자인 'Bouygues'는 SFR과의 합병 실패 후, 직원의 15%를 구조조정했다.

이같은 프랑스의 사례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기존 사업자의 투자 재원 감소로 차세대 망 고도화 지연 등 미래 성장동력 훼손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안 실장은 "실제로 4G의 경우, 최대 커버리지를 확보한 'Bouygues'도 국토 면적 대비 22%에 불과했다"며 "2012년 이후, 제4이통이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동시장 전체적으로 투자가 증가하지 않았고 프리모바일의 투자비 3억유로 수준을 제외하면 오히려 기존사업자의 투자는 감소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알뜰폰 시장도 역시 제4이통 서비스가 본격화된 2012년 이후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알뜰폰의 시장점유율은 2009년부터 2012년 1분기까지 연평균 20% 이상의 고성장을 유지해왔지만 2012년 1월 프리모바일 진입 이후 위축됐다. 알뜰폰 시장 점유율은 2010년 4분기 7.5%에서 2011년 4분기 11.4%로 늘었다 2014년 4분기 9.6%로 낮아졌다. 

안 실장은 "최근 프랑스 정책당국은 제4이통 진입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경쟁축소를 위한 3개 사업자로의 회귀를 선언했다"며 "프랑스 경제부 장관은 신규사업자 진입 목표는 달성했지만 투자 촉진과 시장성장에는 오히려 악영향을 줬다고 인정했다"고 밝혔다.

일본의 경우는 제4이통이 등장했지만 결국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기존 사업자에 인수됐다. 이 과정에서 통신비 인하 효과도 없었다. 일본의 통신요금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05년 일본 총무성은 경쟁촉진과 무선브로드밴드 활성화 등을 목적으로, NTT도코모, KDDI, 보다폰 등 기존 3사 경쟁구도 변경을 위해 신규사업자 진입을 추진했다.

Y!모바일, 소프트뱅크, IP-모바일 등 3개 신규 사업자가 선정됐지만 Y!모바일만 진입했다. 소프트뱅크는 기존 사업자 보다폰을 인수하면서 신규면허를 반납했고 IP-모바일은 주파수할당 당시부터 우려된 재정문제로 파산하여 면허를 반납했기 때문이다.

Y!모바일은 유선 초고속인터넷사업자인 Y!액세스의 자회사로 2005년 설립돼 2007년 3월부터 모바일 브로드밴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2007년 3월에 서비스를 개시해 초기에는 데이터 서비스만 제공하다가 2008년 3월부터 음성서비스도 함께 제공했다. 하지만 서비스 개시 후 6년 동안 점유율이 3%에도 채 못미치는 못했고 요금경쟁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돼 결국 올해 4월 소프트뱅크에 인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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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모바일은 진입 후 2014년 3월에 이르기까지 7년간 시장점유율 2.8%(446만명)에 그쳤다. 결국 일본은 Y!모바일이 망고도화 투자 비용부담으로 인해 소프트뱅크에 인수되면서 4개에서 3개 사업자가 경쟁하는 체제로 회귀한 셈이다.

안 실장은 "제4이통사 출범 이후 ARPU가 연평균 3~5% 하락했지만 시장 매출에는 큰 변화 없었고 사업자별 투자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며 "오히려 3위 사업자인 소프트뱅크가 기존의 보다폰 인수로 인한 경쟁구조 개선효과가 더 큰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일본 총무성도 포화상태의 이통시장에서 경쟁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신규 통신사 정책보다 알뜰폰 활성화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며 "이통시장은 전파의 유한성 및 대규모 설비투자의 필요성으로 인해 신규진입을 통해 경쟁을 촉진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다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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