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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12명 생긴뒤 자체 휴원..B병원 강제휴원명령 발동만 했어도..

의료법 제59조 근거로 국민 보건 중대한 위해 시 지도·명령 가능
방역 초동대처 미숙으로 자가-시설 격리자 682명 규모로 급증해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2015-06-01 17:04 송고
한국인 메르스 확진 환자 현황./© News1
한국인 메르스 확진 환자 현황./© News1

보건복지부가 메르스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경기도  평택 소재 B병원을 휴원 또는 일시 폐쇄하는 법적 근거와 권한이 있는데도 이를 외면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병원에서만 확진환자 18명중 15명이 무더기로 발생했다. 환자가 발생하는 와중에서도 문을 닫지 않고 있다가 12번째 환자가 발생한 29일에나 자진 휴업에 들어갔다.

현행 의료법 제59조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보건의료 정책을 위해 필요한 경우,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危害)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

1일 현재 18명의 확진 환자와 682명으로 추정되는 자가-시설 격리자가 발생한 메르스 사태는 국민 보건에 심각한 위해를 주는 사태이므로 해당 의료법을 적용하는데 무리가 없다는 의견이 많다.

◇의료법상 강제 휴원명령 발동 사실상 사문화..B병원 12명 확진환자 나온 뒤에나 자진휴업

복지부도 의료법상 B병원 휴원 명령이 가능했던 점은 인정한다. 정부 관계자는 "현행 의료법상 메르스가 발생한 의료기관에 휴원 명령을 내릴 권한이 있다"며 "다만 해당 법 조항을 근거로 의료기관에 휴원이나 일시 폐쇄를 명령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인 셈이다.
권준욱 중앙메르스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도 메르스 관련 브리핑에서 기존 매뉴얼을 고집한 것이 방역 실패를 불렀다고 인정했다.

이는 경기도 B병원에 대한 복지부 대응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보건당국은 68세 남성인 첫 번째 메르스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20일 오후 1시께 B병원으로 역학조사관을 파견했다.

그런데 휴원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첫 번째 환자 담당 주치의와 간호사 등 29명의 의료진을 면담하는 선에서 1차 조사를 마무리했다.

조사관들은 이튿날인 21일 오전 10시가 돼서야 B병원을 다시 방문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판독하고 일부 의료진과 환자를 귀가하도록 조치했다.

이미 14시간이 흐른 시점으로 이 사이에 상당 수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이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B병원은 확진환자가 12명이나 생긴 날인 지난 29일나 그것도 자체 휴원했다.

682명으로 추정되는 메르스 자가-시설 격리자는 향후 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격리대상자만 700여명...B병원 사회비용 휴원·폐업보다 훨씬 커

복지부가 B병원을 휴원 또는 일시 폐쇄하는 데 지는 경제·행정적적 부담 등을 회피한 결과가 18명의 확진 환자와 700여명에 육박하는 격리 대상자를 만들었다.

현재 메르스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는 B병원 휴원 조치에 드는 비용을 훨씬 웃도는 상황이다.

메르스 사태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시민./© News1
메르스 사태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시민./© News1

일선 의료기관의 피해도 구체화되고 있다. 6번째 메르스 환자가 입원했던 여의도 성모병원은 무차별적으로 배포된 지라시를 통해 한바탕 소동을 겪었다.

응급실을 폐쇄했고 해당 병원을 가지 말라는 괴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퍼졌고 사실 관계를 묻는 문의 전화가 쇄도했다.

이 병원은 급기야 홈페이지에 팝업창을 띄우고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것은 맞지만 현재 소독 작업을 마무리했고 응급실도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메르스에 감염될 것을 우려해 의료기관 종사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지난 주말에는 시민들이 마트에 가는 것조차 꺼리는 진풍경이 일어나기도 했다. 

국민들은 "자고 일어나면 메르스 환자가 늘었다"고 걱정하고 있지만 복지부는 여전히 3차 감염 가능성을 부인하는 데만 골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모호한 자가-시설 격리 방안…환자·의료진에 책임 떠넘기기

복지부가 격리 대상자를 여전히 자가와 시설 격리로 구분하는 것도 기존 매뉴얼을 고집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보건당국은 의심 환자에게 자택에서 호흡기 전파를 차단하는 N95 마스크를 착용하고 가족들과 밀접 접촉에 해당하는 2미터(M) 이상 떨어져 지내도록 하는 지침을 고수했다.

하지만 의심 환자들이 거주하는 주택 구조가 제각각인데다 장소가 협소할 경우 해당 지침을 지키기 쉽지 않다. 화장실 등 의심 환자와 일반 가족들이 공유할 수밖에 없는 공간에서의 전파 위험성도 여전히 높다.

자가 격리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외면했던 정부는 뒤늦은 지난달 31일 129명(30일 기준)의 격리 대상자 중 50세 이상이면서 당뇨병 등 기저 질환을 보유한 고위험군 35%를 별도로 격리하는 방향으로 방역 대책을 대폭 수정했다.

그런데 하루 사이에 그 규모는 5배 이상으로 늘었고 현재 정부가 보유한 격리 시설은 15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격리 시설을 확보하는데 무리가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메르스 확산 방지를 환자와 의료기관에만 떠넘기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복지부는 메르스 괴담 유포자를 형사처분하는 동시에 자가 격리에 협조하지 않으면 300만원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의료진도 불성실 신고로 200만원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고 발표했다.

지난 26일 의료진 권고를 수용하지 않고 중국으로 가 29일 확진 판정을 받은 10번째 환자에 대한 책임 추궁도 시사했다. 반면 정부의 책임 있는 재발 방지 대책과 사과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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