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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평양] '60돌' 조총련의 위기가 北에 시사하는 것

자금난·입지 축소에 日 당국의 수사 칼날까지
젊은 세대 이탈 가속화…근본 문제는 동포사회 신뢰 상실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2015-05-30 09:30 송고
도쿄 치요다구에 위치한 조총련 중앙본부 전경/사진=지지통신 © News1 2013.03.26/뉴스1 © News1
도쿄 치요다구에 위치한 조총련 중앙본부 전경/사진=지지통신 © News1 2013.03.26/뉴스1 © News1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在日本朝鮮人總聯合會). 우리가 흔히 '조총련'이라는 약칭으로 부르는 단체로 '친북 재일본인 단체'로 분류됩니다.

재일동포 단체의 역사는 1945년 10월 결성된 재일본조선인연맹(조련)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조련은 사상의 구분 없이 재일 한국인들의 공통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탄생합니다.
그런데 해방 후 한반도의 신탁통치로 인한 이념 갈등이 지속됐고 이 영향은 재일본 한국인 단체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 결과 1946년 우익 계열의 인사들이 조련을 탈퇴해 재일본조선거류민단(민단)을 결성하고, 이 민단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동시에 '재일본대한민국거류민단'으로 공식 명칭을 바꾸게 됩니다.

민단의 분리로 남은 좌익 계열의 조련 측 인사들은 몇 차례의 분리해산을 거듭한 끝에 1955년 초대 한덕수 의장을 중심으로 한 지금의 조총련 조직을 탄생시킵니다.

조총련계 재일동포들의 '조국'에 대한 충성심은 실로 컸습니다. 비록 이제는 상처밖에 남지 않은 역사가 됐지만 1959년부터 1984년까지 진행된 대규모의 재일동포 북송 사업 과정에서 조총련 사회가 보여준 열성은 실로 대단했습니다.
이후로도 조총련은 수십만명의 회원 규모를 유지하며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북한에 대한 든든한 지원조직의 입지를 유지합니다.

그랬던 조총련이 지난 2002년 자금 관리 조직이던 '재일본조선신용조합협회'의 해산과 2009년 일본 정부의 독자 대북제재를 기점으로 몇년 간 급속히 무너지는 모습입니다.

일본 정부는 급기야 지난해 조총련계 학교에 대한 지원을 끊었고 조총련계 동포들의 '심장'과도 같았던 도쿄의 조총련중앙회관은 자금난으로 인해 이제 남의 건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심지어 최근 허종만 조총련 의장은 북한산 송이의 밀무역에 가담한 혐의로 수사 당국의 압수수색을 받았으며 차남과 조총련 간부가 같은 혐의로 체포되기까지 하는 수난을 겪고 있습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조총련의 '몰락'은 단순히 남북관계 등 국제정세의 변화 못지 않게 내부적인 신뢰를 상실한데 그 원인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재일본조선신용조합협회'의 해산 과정에서 예금을 과도하게 북한에 송금하거나 정치자금으로 유용했다는 의혹 등을 받으며 조총련 중앙본부는 신뢰도에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또 세대가 바뀌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세습 등에 반대하며 부모의 뒤를 따르지 않고 한국의 여권을 택하는 경우도 속출했고, 그 경향은 지금도 가속화 되고 있습니다.

현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생모 고영희(고용희)가 재일동포 출신인만큼 김정은 정권 들어 조총련이 다시 입지를 강화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처럼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1955년 5월25일 공식 결성된 조총련은 최근 결성 60주년을 맞았습니다.

김정은은 지난 25일 조총련에 보낸 서한에서 "조총련은 애국의 계주봉을 변함없이 이어나가는 전도양양한 조직으로 위용을 떨치고 있다"고 애써 치켜세웠으나 실제로는 그 누구보다 조총련의 몰락을 체감하고 또 고민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 같은 점은 김정은이 서한에서 "재일조선인운동의 전도(앞날)는 동포청년들을 어떻게 키우는가 하는데 달려있다", "조총련 조직의 실정과 동포사회의 현실에 맞게 사업방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언급한 부분에서도 엿보입니다.

어쩌면 김정은 본인에게는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세대들이 보이는 조총련에 대한 불신 표출과 잇따른 이탈이 더 뼈아플지도 모를 일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한때 '조국에 충성했던' 조총련의 몰락과 이를 제대로 '지켜주지 못하는' 북한의 현재를 보면서 불안한 미래에 대한 걱정이 시작됐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지난해 북-일 간 납치자 문제 재조사에 대한 북한의 소극적이고 이중적 태도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이번 조총련에 대한 수사를 개시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또 수사 당국이 "조총련의 전반적인 자금 흐름도 살필 것"이라고 공언한 만큼 일본이 이번 수사를 통해 완전히 조총련의 동력을 상실시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seoji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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