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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약재시장 "가짜 백수오 사태, 세월호 때보다 더하다"

대형마트·백화점 건강식품 코너도 손님 발길 '뚝'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2015-05-30 07:00 송고
 <span>© News1</s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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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면 깜깜한 시골 동네 같아요."

28일 오후 서울 제기동 약령시장. 약재시장은 백수오 사태에 '직격탄'을 맞은 듯 지나가는 사람조차 구경하기 힘들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한약재의 약 70%가 모인다는 '최대 약령시장'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이날 오후 시장 거리는 조용했다.

약령시장 초입에 자리를 잡은 한 상인은 파리채를 연신 흔들며 "보고 가세요"라는 말을 기계적으로 내뱉었다. 시장 안쪽 가게들 앞에는 품명, 원산지, 단위가격들이 적힌 약재들이 진열돼 있었지만 이를 구경할 사람이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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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만난 상인들은 "요새 장사가 어떠냐"는 물음에 하나같이 "지난해 세월호 때와는 비교도 안된다. 장사 하기 힘들다"며 한숨부터 내쉬며 말했다.

제분소를 운영하는 조모(58·여)씨는 "예전에 장사가 잘될 때는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였지만 요새는 얘기가 다르다"며 "올해 들어 경기가 안 좋아진 데다 백수오 사태 이후로는 손님들이 거의 발길을 끊었다"고 말했다.
한약재를 취급하는 한 상인은 "백수오는 예전에 인기상품이었지만 지금은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가뜩이나 장사가 안되는 데다 오늘은 날도 더워 손님이 더 없어 속상하다"고 울상지었다.

백수오 사태는 건강식품업체, 한약방 뿐만 아니라 다른 가게에도 영향을 미쳤다.

시장 내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해가 넘어가면 손님이 아예 없어 깜깜한 시골동네가 된다"며 "안 그래도 죽어가던 시장에 백수오 사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택배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도 백수오 사태 이후로 택배 물량이 줄었다고 하소연 했다.

경동시장 광성상가는 다니는 사람들이 약령시장에 비해 많은 편이었지만 청과물, 정육점 등이 붐빌 뿐, 건강식품을 파는 곳은 '찬밥신세'였다.

큰길 쪽도 파프리카, 마늘, 떡, 꽃새우 등을 파는 좌판에는 손님들이 쪼그려 앉아 물건을 만져보고 사가기도 했지만,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상인들은 허리춤에 손을 얹고 지나가는 손님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 상인은 "백수오 사태 이후 시장에서 이엽우피소는 싹 사라졌고 잘 팔리던 백수오도 매출이 급격히 떨어졌다"며 "얘기를 들어보니 하루 매출 100만원 찍던 곳이 요새는 30만원 정도 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대형마트·백화점 역시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에 있는 한 백화점의 비타민, 홍삼 등이 진열된 건강식품 코너에는 중국인 관광객 2명만이 진열된 제품을 구경하고 있었다.

같은 건물에 있는 대형마트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건강식품 판매대는 눈에 잘 띄는 입구 바로 왼쪽에 있었지만 사람들은 눈길도 주지 않았고 직원 2명만이 매대 앞에 서 있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백수오 사태가 벌어진 지난달 22일 이후 건강식품의 매출은 감소 추세로 나타났다.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27일까지의 매출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비타민은 29.5%, 기능성 건강식품은 2.4%, 홍인삼은 27.6% 각각 떨어졌다.

기능성 건강식품 중 백수오 같은 약재를 사용한 혈행개선 제품은 -38.7%로 전년 대비 크게 감소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목요일 오후는 손님이 적긴 하지만 백수오 사태 이후 건강식품 관련 판매가 부진한 것은 사실"이라며 "백수오로 인해 관련 상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하락한 것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가짜 백수오 사태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시행한 전수조사 결과가 지난 26일 나왔다. 하지만 사태는 더 혼란스러워졌고 식약처의 발표가 다른 건강기능식품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단법인 서울약령시협회 관계자는 "나가서 상인들을 만나보면 이 상황이 끝나지 않고 계속 갈까 봐 무섭다고 말한다"며 "그간 지지부진하던 사태 해결이 빨리 됐으면 하는 바람뿐"이라고 말했다.


park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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