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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은 안되고 합창은 돼…왜?

(광주=뉴스1) 최문선 기자 | 2015-05-14 09:50 송고 | 2015-05-14 10:10 최종수정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5·18국립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33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보훈처는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5·18국립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33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거부했지만,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합창단의 합창이 시작되자 자발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노래를 부르지는 않았지만 태극기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2013.5.18/뉴스1 © News1


올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 아닌 합창으로 울려 퍼진다.
2009년부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기념식 공식 식순에서 제외되고 공연단의 무대합창으로 대체되면서, 참석자들이 기념식 말미 함께 노래를 부르며 행사를 마무리 짓던 일은 7년 전 옛일이 됐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올해 제35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제창이 아닌 합창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념공연 중 하나로 포함돼 오케스트라의 연주 아래 성악가와 합창단이 부르는 형식이다.

앞서 5·18 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기념곡 지정이 사실상 무산되자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민중항쟁의 역사이고 상징인데, 정부가 제창을 거부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고 5·18을 왜곡하고 부정하는 처사"라고 비난하며 기념식 불참의사를 밝혔다.

이에 행사위가 정부 기념식과 별도로 옛 전남도청 앞 5·18 민주광장에서 기념식을 개최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5·18 기념식은 올해로 3년째 피해 당사자와 유가족 없는 '반쪽' 행사로 치러질 전망이다.
광주전남 진보연대 주최로 열린 임을위한행진곡 제창대회가 18일 광주 민족민주열사 묘역에서 열린 가운데 노래패가
광주전남 진보연대 주최로 열린 임을위한행진곡 제창대회가 18일 광주 민족민주열사 묘역에서 열린 가운데 노래패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2014.5.18/뉴스1 © News1


제창(齊唱)과 합창(合唱)에는 어떤 차이가 있기에 이리도 논란일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의미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 의미로의 '제창'은 여러 사람이 다 같이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이고, '합창'은 여러 목소리를 맞추어서 노래를 부르는 걸 뜻한다.

음악적으로 따져보는 두 번째 의미에선 '제창'은 같은 가락을 두 사람 이상이 동시에 노래하는 것이고, '합창'은 여러 사람이 여러 성부로 나뉘어 서로 화성을 이루면서 다른 선율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화성을 나누어 부른다는 점 외엔 '여러 사람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것'이란 점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5·18 기념식을 주관하는 국가보훈처의 입장은 다르다.

보훈처 관계자는 전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제창과 합창의 차이에 대해 "제창은 참석한 사람들이 의무적으로 부르는 노래고 합창은 무대 합창단이 노래를 부르는 대신 참석자들은 부르고 싶은 사람이 따라 부르는 선택적인 사항"이라고 말했다.

'의무성'이 있고 없고의 차이라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또 "1997년 5·18이 국가기념일로 승격되면서 국민적인 행사로 곡이 제창됐지만 곡이 원래 의도는 아니었지만서도 사회단체 등에서 민중의례 등으로 애국가 대신 불리게 됐다"며 "정부 행사로 진행되다보면 보수 단체 등도 참석을 하게 되는데 제창에 일부 반발이 있어 찬반 의견을 모두 고려한 후 정부통합행사로의 진행을 위해 선택적으로 부를 수 있도록 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열린 광주 5·18 민주화운동 제32주년 기념식에서 일부 참석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지난해 열린 광주 5·18 민주화운동 제32주년 기념식에서 일부 참석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자료사진)뉴스1 © News1 2013.04.26/뉴스1 © News1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의문을 제기한다. '제창' 형식으로 진행해도 내키지 않는 사람들은 노래를 부르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일례로 '임을 위한 행진곡'이 5·18 기념식에서 제창되던 2004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로서 식에 참석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노래를 부르지 않고 악보 혹은 식순표로 추정되는 종이만 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만약 '제창'에 의무성이 가해졌다면 참석자들 모두 노래를 따라 불러야 했다는 논리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기념식 제창을 요구하는 이들은 보훈처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작곡가이자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인 김종률 씨는 "합창은 허용하면서 제창을 안 하는 것은 곡을 제창으로 공식식순에 넣으면 공식행사로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행사를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그는 "솔직히 합창과 제창의 명확한 구분에 대해서는 더 공부해야겠지만 합창으로만 허용을 하는 것은 (기념식의) 격을 한 단계 낮추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예전부터 해왔던 제창을 합창으로 대체한 것은 이미 격을 한 단계 낮춘 것이고, 좀 더 진행되면 합창도 공식 식순에서 아예 제외되는 수순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합창'이 찬반 의견을 모두 고려했던 결과라는 보훈처의 입장에는 "어떤 일이든 하다보면 반대하는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있다"며 "그것을 다 안고 가는 거지 반대한다고 해서 안하겠다는 거면 국가기념식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예 하지 말아야하는 것 아니냐"며 질타했다.


moon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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