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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립스틱, 달팽이 에센스…서구 화장품업계 거센 東風

한국이 유행시킨 BB크림 이어 쿠션 콤팩트도 대박 예감
제품 출시도 아시아부터…신재료 찾기 위해 "東으로"

(서울=뉴스1) 이준규 기자 | 2015-05-06 18:42 송고 | 2015-05-06 19:18 최종수정
전지현 립스틱© News1
전지현 립스틱© News1


서양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한류가 화장품 시장에서도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서양 화장품 브랜드들은 최근 새로운 제품 출시를 위해 동아시아를 두드리고 있다.

신제품 출시를 미국이나 유럽보다 아시아에서 먼저 하는 것은 물론 대나무, 동충하초 등 서양인들에게는 생소한 재료를 찾기 위해 아시아를 찾고 있다.

그간 아시아에서 미용 트렌드를 주도했던 나라는 일본으로 특히 스킨케어 시장에 미친 영향은 지대했다.

시세이도와 같은 일본 브랜드들은 콜라겐, 세럼 등을 활용한 안티에이징(노화방지) 인기제품을 개발해내면서 지난 수년간 이 시장을 지배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중심이 점차 일본을 벗어나고 있다. 서양 브랜드들은 이제 오랜 기간 미용 트렌드를 이끌었던 일본 대신 한국과 중국에서 전 세계적인 판매력을 보여줄 제품을 찾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아시아가 화장품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화장품 산업 중 가장 트렌드가 빨리 변하는 스킨케어 제품군의 경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점유율은 지난 2009년 44%에서 5년만인 지난해 48%까지 높아졌다. 올해는 49%에 달할 전망이다.

립스틱이나 아이섀도우 같은 화장품의 트렌드는 종종 그 중심이 서양에서 아시아로 옮겨간다. 그러나 이번에 서양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늘어나고 있는 아시아 중산층과 그들의 소득이다.

특히 3~4단계로 스킨케어를 끝내는 서양인과 달리 아시아인은 많게는 10단계에 걸쳐 스킨케어 제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 시장을 선점한다면 막대한 수익이 예상된다.

에스티로더의 파브리스 웨버 아시아태평양지역 사장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가장 좋은 혁신의 방법은 동양에서 출발해 서양에 이르는 여행을 떠나는 것임을 확신한다"며 "가장 안목 있는 스킨케어 제품 소비자는 아시아 여성과 남성이다"라고 말했다.

일본의 아성을 제치고 급부상한 것은 한국 제품이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로레알의 자크 찰스 최고혁신책임자(CIO)는 한국 브랜드들이 속도와 창의성을 무기로 화장품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에스티로더의 계열사 크리니크는 이미 지난달 북미지역에 쌀겨 추출물과 석류로 만든 로션을 출시했다. 에스티로더의 다른 계열사 맥(MAC)도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핑크색과 산호(코랄)색에서 영감을 얻은 립스틱 쉐이드가 포함된 메이크업 컬렉션을 지난달 북미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로레알의 계열사 입생로랑의 코랄핑크색 립스틱은 전지현이 비슷한 색상의 립스틱을 바르고 드라마에 출연한 후 전 세계적으로 품절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입생로랑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로 출시한 립 오일틴트를 선보이면서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도톰하고 볼륨감 있는' 입술 연출 메이크업 방법까지 함께 소개하고 있다. 이 제품은 지난해 12월 한국에서 먼저 출시된 후 올해 초부터 세계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로레알의 다른 계열사 랑콤이 여배우 페넬로페 크루즈를 광고모델로 내세워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판매하고 있는 '미라클 쿠션'도 한국 화장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상품이다. 쿠션형 콤팩트로 분류되는 이 제품은 한국에서 이미 오랜 기간 유행한 파운데이션 제품과 유사하다.

전문가들은 쿠션 콤팩트가 BB크림의 뒤를 이어 한국발 트렌드를 전 세계에 널리 퍼트리고 있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파운데이션과 모이스처라이저, 자외선차단제를 하나로 합친 BB크림은 지난 1950년대 독일이 먼저 개발했지만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한국은 이런 BB크림을 2000년대에 들어 크게 유행시켰고 서구 시장에서는 5년 전부터 널리 판매되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민텔의 미용조사 담당자 비비엔 러드는 "쿠션 콤팩트는 서양에서 BB크림과 같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유행을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더불어 중국을 미용 트렌드의 중심지로 주목하고 있다.

찰스 CIO는 "중국은 그 자체로도 거대한 시장이지만 동시에 전 세계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을 원천이 되고 있다"며 "일본이나 한국에서 유행하는 미용 트렌드는 중국을 거쳐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에스티로더의 계열사 바비브라운은 지난달 대나무 잎 추출물, 리치 추출물, 동충하초가 함유된 파운데이션을 출시했다. 이들 성분 모두는 중국 전통의학이 원기를 북돋는데 효과가 있다고 언급한 물질들이다. 바비브라운은 중국 밖에서 처음으로 동충하초가 포함된 제품을 출시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로레알도 지난해 달팽이 에센스와 볶은 현미를 활용한 마스크팩 제조업체인 중국의 매직홀딩스인터내셔널을 인수했다. 로레알은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이 마스크팩을 곧 세계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이 같은 아시아 열품은 서구 화장품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마스크팩은 이미 10년 전부터 북미시장에서 판매부진이라는 쓴 맛을 경험한 제품이다. 그러나 유로모니터인터내셔널에 따르면 그간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였던 마스크팩 판매량은 아시아에서의 열풍에 힘입어 2013년에는 41%, 지난해에는 30%나 급증하며 되살아났다.

유로모니터의 니콜 티리무는 "지난 10년 동안 아시아의 대중문화가 전 세계에 소개되면서 미용 관련 웹사이트와 블로그 등도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며 "특히 아시아 유명인사가 사용하는 스킨케어 제품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언론의 열광적인 관심 덕분에 마스크팩을 판매하는 브랜드들도 덩달아 이익을 거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모든 아시아의 화장품이 처음부터 서양에서 먹히는 것은 아니다.

러드는 "차갑고 축축한 종이를 얼굴 위에 붙이는 일은 기분 좋은 일만은 아니다"라며 "이 같은 이질감 대문에 처음에는 적응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찰스 CIO는 "일본이나 한국의 모든 것을 가져와 서구시장에 팔수는 없다"며 "일종의 도박과도 같기 때문에 선별적으로 제품을 골라 세계 시장에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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