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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늦고 부산 빠른 이상한 파생상품시스템..이해 갈려 통합 '감감'

파생거래, 시세정보 시스템은 서울, 거래체결 시스템은 부산에
서울서 주문내면 늦어..고육책으로 시세장비 부산 추가설치하려 했으나 이해갈려 불발

(서울=뉴스1) 강현창 기자, 신건웅 기자 | 2015-04-24 18:41 송고 | 2015-04-24 20:55 최종수정
파생금융상품 시세정보와 거래정보가 입출력되는 시점이 지역별로 달라 기형적인 모양을 하고 있지만 업계이해가 맞물려 해결이 요원하다. 현재 거래소 파생상품 시스템은 서울에선 시세정보가 빠르고 부산에서는 거래체결이 빠르다. 

26일 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파생상품의 시세 정보를 제공하는 장비(라우터)는 서울에 있지만 거래정보가 입출력되는 장비는 부산에 있다.
파생상품 관련 시스템이 지금처럼 이원화 된것은 지난 2012년 거래소가 부산에 파생상품접속 라우터를 설치하면서부터다. 이미 파생상품시스템 자체가 부산에 있다 보니 여기에 직접 거래를 위한 장비를 연결한 것이다. 이는 2003년 한국거래소 통합 당시 증권거래소 이사장, 선물거래소 이사장, 증권전산 사장간에 합의된 내용이 10년만에 이행된 것이다. 이는 시장의 효율화보다는 거래소 조직 개편의 논리로 이뤄졌다.

◇ 서울서는 시세정보 빠르고, 부산은 주문전송 빨라..정치논리에 찢긴 시스템

부산라우터의 설치 뒤 이를 이용하는 증권사는 기존보다 약 0.007초(7ms) 빠르게 파생상품 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이 속도차이가 해당 증권사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다. 부산에서 바로 거래를 할 경우 0.007초 빠른 거래를 할 수 있지만 서울에서 거래를 낼 경우 부산에서보다 0.004초 느린 0.003초(3ms)만 개선된 효과를 누리는 데 그친다.

시세정보는 서울이 간발로 빠르지만 주문전송이 부산보다 늦어 의미가 떨어진다. 부산도 주문전송은 빠르지만 시세정보가 한발 늦어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파생상품거래는 고빈도대량매매가 주를 이룬다는 점에서 이런 속도차이는 결국 회사의 경쟁력을 잃게하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부산으로 증권사의 파생상품 거래시스템을 옮겨도 시세정보는 서울에서 나오기 때문에 빨라진 주문처리 속도를 충분히 활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파생상품시장에서는 1초안에 수천~수만번의 호가를 제시하며 거래를 하는 고빈도매매(HFT·High Frequency Trading)가 흔하게 사용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두 장비의 거리차이로 시세정보와 주문정보의 시간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고빈도매매의 정확성이 떨어지게 된다.

당시 증권업계는 거래소의 불합리한 파생장비운용에 대한 공동대응을 마련하기 위해 거래소주주협의회를 구성하기도 했지만 부산지역을 금융중심지로 만들어야 한다는 정치권의 지역 발전논리에 밀려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증권사와 선물사의 CIO(최고정보책임자)로 구성된 CIO협의회가 부산 라우터를 보이콧하려다가 흐지부지되기도 했다.

◇ 이러지도 저러지도..말만 많은채 해법 공전

이미 부산에 자리잡고 있는 거래소 파생시장본부와 파생상품 메인시스템을 서울 등으로 환원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차선으로 할 수 있는것이 시세정보를 부산에서만 내거나 부산에 시세정보 시스템을 추가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것도 간단치 않다.

우선 지역차별 문제가 발생한다. 우선 부산에 시세정보를 제공하는 장비를 둘 경우 사실상 부산이 시세정보와 주문전송에서 모두 앞서가게 돼 부산을 우대하고 서울을 포함한 나머지 지역을 차별하는 결과가 나온다.

이는 차별을 금지하는 법규에 저촉될 가능성이 많다. 금융투자업규정 제2-26조 7항에는 '투자자의 매매주문을 접수, 집행하는 과정에서 특정 위탁자에게 감독원장이 정하는 정당한 사유없이 자료, 설비, 서비스 등을 차별적으로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 금융투자업규정시행세칙 제1-4조제1항제3호에서도 '투자자의 매매주문을 거래소에 전달할 때 거래소가 정한 기준을 벗어나 투자자간 속도차이가 발생하도록 하는 행위'는 못하게 돼 있다.

설사 이런 위법 시비를 감수하고 부산에 시세정보 라우터를 추가한다 해도 문제는 또 있다. 바로 증권사 본사가 거의 대부분 서울에 있는 데서 오는 문제다. 부산으로 일원화할 경우 서울에 본사가 있는 증권사는 회사 파생부서를 돈들여가며 부산으로 옮겨야하는 부담이 생긴다.

최근 거래소는 회원사를 상대로 서울에 있는 시세용 장비를 부산에 추가로 설치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일부 회원사를 중심으로 시세장비의 부산설치요구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견은 사분오열됐다. 부산에 파생상품 거래부서를 이전한 회사들은 찬성의견을 냈지만 아직 서울을 중심으로 파생상품을 다루고 있는 회사들은 반대표를 던졌다. 

거래소 관계자는 "장비를 부산에도 설치하길 바라는 일부 회원사들이 있어 의견을 모아본 것"이라며 "시세 장비의 부산설치 문제는 업계의 이해관계가 맞물려있다 보니 결론이 쉽게 내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떤 경우의 수를 선택하더라도 시원한 해결책이 되지 못하는 가운데, 현재 상황은 일부 외국인 등 특정 집단에만 파생상품시장이 유리하게 돌아간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012년 국정감사 당시 한국거래소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부산 라우터를 통한 호가주문 중 97%가 외국인계좌를 통해서 나왔다.

당시 노회찬 전 의원은 "부산 라우터는 소수의 투기세력이 더 활개를 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제공한 격"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서울에 있는 기관을 부산으로 유치하려면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업계에) 다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며 "그러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해서 부산으로 내려간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에다가 모든장비를 두는 게 시세정보 지연을 막을 수도 있어 아예 모든 장비를 부산으로 이전하자는 의견도 있다"며 "그러나 ELW나 외국계 알고리즘 트레이더, 국내 알고리즘 투자자들에게는 민감한 문제라 결정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k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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