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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협력틀 '오픈 플랫폼'에 은행들 ‘시큰둥’...농협은행만 의욕적

농협銀, "이르면 연내 오픈 플랫폼 구축"…他은행들은 '엄두 안나'
개인정보보호 벽 높고 구축비용도 부담

(서울=뉴스1) 이현아 기자 | 2015-04-23 20:36 송고 | 2015-04-24 09:53 최종수정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로 불리우는 '금융 오픈 플랫폼'이 ICT기술기업들과 은행들간에 핀테크 생태계구축을 위한 협력의 틀로 부상했지만 대다수 은행들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개념부터 생소한데다 개인정보보호라는 엄중한 벽앞에 미처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정보보호에 대한 규제가 풀린다고 해도 보안문제는 여전히 골머리로 느껴지고 있다. 또 저금리로 갈수록 예대마진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수익이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시스템을 돈들여 구축한다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온다.
은행권에서는 농협은행 정도만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을 뿐이다. 나머지 은행들은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미처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 농협은행의 경우 새로운 트렌드에서는 앞서가자는 취지에서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모양새다. 비상장 금융그룹으로서 공공성이 다른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조되다 보니 오픈 플랫폼 같은 사회성이 강한 투자에도 거부감이 덜한 모습이다.

◇ 핀테크 협력틀 API...농협은행 적극적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핀테크기업과 상생을 위해 '금융 오픈 플랫폼'을 선도적으로 도입키로 하고 어디서 어떻게 가능한지 탐색에 들어갔다. 
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핀테크기업들은 은행에서 제공하는 기존의 금융 전산시스템과 새로운 IT 기술을 융합시키기 쉽지 않았고, 은행과 개발을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행정적인 절차에만 2~3달 이상 소요됐다"면서 "올해 말을 목표로 단계별로 로드맵을 짜고 오픈 플랫폼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API로 약칭되는 금융 오픈 플랫폼이란 금융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이 특정 서비스 개발을 위해 필요한 금융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해놓은 일종의 인터페이스 시스템이다. 손님 니즈나 제품 등 정보가 없어서야 서비스개발이 눈감고 길을 걷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에서 착안된 것이다. 

예를 들어 흔히 사용하는 대중교통 앱은 서울시가 공개한 공공 데이터베이스(DB)를 이용한 것이다. 또 맛집 위치를 알려주는 앱이나, 여행정보 앱은 구글이 제공하는 구글맵 API를 이용해 개발한 프로그램이다.

또 미국 아마존의 경우 웹 사이트 개발자에게 API를 공개, 자기가 가진 제품정보에 보다 쉽게 접근토록 했다. 이를 통해 제3의 웹사이트가 아마존에서 판매되는 제품이 항상 최신의 가격으로 링크가 걸리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외 e베이 쇼핑 API는 대중들이 읽을 수 만 있는 정보에 개발자들이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주로 검색툴이나 구매자 위주 앱을 개발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은행이 오픈 플랫폼을 구축할 경우 ICT기업들은 은행의 플랫폼에서 필요로 하는 API를 골라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급결제시장에 진출하려는 ICT기업의 경우, 은행의 전자화폐 및 가상계좌 API를 활용해 시스템 구축 비용없이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또 ICT기업에서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고객 성향 등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CEO리포트를 작성하거나 더 나아가 개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

농협은행은 오픈 플랫폼 설계 과정에 ICT기업을 참여시켜 원하는 API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등 ICT기업에 필요한 오픈 플랫폼을 함께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한번에 모든 API를 오픈하는 것이 아니라 단계별로 공개하면서 ICT기업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오픈 플랫폼을 통해)잔액조회, 이체, 선불 및 직불과 관련한 전자화폐 등 다양한 서비스가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ICT기업의 입장에서는 시스템 구축 비용 없이 은행의 안정적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시장에 진출할 수 있고, 은행은 플랫폼 이용 수수료 등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서도 "수익성보다는 ICT기업과 은행의 협업을 통해 핀테크 생태계를 위해 오픈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다른 은행들은 아직 잠잠...생소하고 높은 개인정보보호 장벽, 비용도 부담

그러나 농협은행을 제외한 다른 시중은행들은 오픈 플랫폼에 관심은 있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우선 보안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에서 핀테크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고 다른 은행들이 한다고 하니 오픈 플랫폼 구축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정보보안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은행 정보를 어디까지 공개할 것인지 각 실무진들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핀테크 기업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은행의 고객정보가 가장 중요한 API이지만, 현행 법상으로는 계좌정보 등의 고객 개인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지난해 '카드사태' 이후로 강화돼, 금융지주사 내의 계열사 간에도 마케팅을 위한 개인정보 공유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게다가 API를 위해 관련 규제가 완화된다고 해도 여전히 보안은 신경쓰이는 요소다. 지난해 홍역을 알았던 카드사 정보유출도 이상거래를 탐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외주직원에 대한 보안감시가 소홀했던 것이 화근이 됐다. 이후 금융사들은 자칫 정보를 공유하는 것 자체에 트라우마를 갖게 됐다.

오픈 플랫폼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 역시 은행이 구축을 꺼리는 요소다. 오픈 플랫폼을 구축하고 내부 정보를 암호화하는데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개인정보에 가장 민감한 은행인 만큼 보안이슈가 가장 접근이 어려운 부분"이라며 "개인정보를 제외한 API를 제공한다고 해도 해당 API를 통해 수익성을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 확장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핀테크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은행의 오픈 플랫폼이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은 알지만 어떤 서비스를 어디까지 제공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이라며 "대부분 은행들이 하는 척은 해야 하지만 실질적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은행의 오픈 플랫폼 구축에 우려를 나타냈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박사는 "폐쇄적인 은행에서 내부 정보를 공개하려는 움직임 자체가 고무적"이라면서도 "은행은 가장 꼭대기에 있는 규제산업인데, 오픈 플랫폼의 가장 마지막인 은행이 먼저 플랫폼을 오픈하는 것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최 박사는 "API를 공개한다는 것이 이걸 토대로 새 제품을 만들라는 얘기인데, 고객에 대한 정보 없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hy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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