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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에 하루 이웃을 위해 달렸다…아픈 아이들이 웃었다

소아암 어린이 치료비 지원하는 기부 목적 마라톤 대회 5월10일 열려
외과의사 이동윤 원장이 만든 '달리는 의사들' 10년간 3억원 넘게 기부
마라톤 풀코스 180차례 완주한 고수 "달리기는 자신을 위한 최고 투자"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2015-04-14 00:38 송고
180여 차례 마라톤 풀코스를 뛴 사단법인 '한국 달리는 의사들' 회장 외과의사 이동윤 원장이 달리기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180여 차례 마라톤 풀코스를 뛴 사단법인 '한국 달리는 의사들' 회장 외과의사 이동윤 원장이 달리기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달리기는 잘하겠다는 생각보다 친숙해져야 해요. 자신의 체력에 맞게 만족할 만큼 뛰는 것이 중요합니다."

달리기를 잘하는 방법을 묻는 기자에게 환갑을 넘긴 마라톤 고수가 해준 답변이다.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 외과의원에서 만난 이동윤 원장(62)은 42.195㎞(킬로미터) 마라톤 풀코스를 180여 차례 달렸다.

1997년 아무런 준비 없이 생애 처음으로 춘천마라톤 대회 풀코스를 완주한 것을 시작으로 18년간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단순 계산으로 1년에 10차례 마라톤 풀코스를 달린 셈이다.  

개인 최고기록도 3시간7분대로 아마추어로는 수준급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달리기를 한 덕분이다.
이 원장은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운동을 권한다고 한다. 이 중 달리기를 으뜸으로 꼽는다.

달리기를 통해 건강을 되찾고 사회적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초보자라면 2주일 정도 빠른 걷기 운동으로 달리기에 적합한 몸 상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 가벼운 스트레칭을 거쳐 20분 내외로 달리고 몸이 적응되면 점차 시간을 늘린다. 달리기를 하면 땀이 나고 혈액 속에 축적된 젖산을 배출해 피로감이 사라진다. 땀을 흘리는 운동 후에 컨디션이 좋아지는 이유다. 체중 감량은 덤으로 따라온다.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이 원장은 "직접 경험하라"고 권유했다.

"달리면 정신이 맑아집니다. 상쾌한 즐거움을 느끼고 기분이 좋아져 무한정 달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는데 이를 '러너스 하이'라고 부릅니다. 마음으로 정한 목표를 항상 확인할 수 있는 운동은 달리기뿐입니다. 1시간을 뛰기로 마음먹었다면 1시간을 달리면 되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아쉬울 것이 없어요."

이 원장은 매일 도전과 성취감을 느끼고 스스로를 관리할 수 있는 달리기는 '자신을 위해 전혀 후회하지 않을 투자'라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신체활동이 부족한 여성들에게 달리기는 꼭 필요한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기부가 목적인 국내 첫 마라톤 대회 개최

이동윤 원장은 오랫동안 군의관으로 근무하다 대령으로 예편해 1995년 개인의원을 차렸다. 이후 본격적인 달리기 인생을 시작했다.

100㎞를 달리는 울트라마라톤, 산악마라톤 등 대회에도 여러 번 참가한 경험이 있다. 

지금도 새벽에 일어나 한강 고수부지를 달린다. 매년 봄·가을 일요일에는 각종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다. 마라톤 동호인들이 가입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의학적인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이런 인연으로 2000년 마라톤을 사랑하는 의사들과 의기투합해 '한국 달리는 의사들' 모임을 조직했다.

달리는 의사들 소속 회원들은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일명 달리는 순찰대인 레이스패트롤 자원봉사를 한다.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구급차가 올 때까지 의학적인 처치를 해준다.

국내 마라톤 여건은 그동안 많이 좋아졌지만 일정 구간마다 응급의료 장비를 완벽하게 갖춘 외국 대회에 비해 여전히 열악한 형편이다. 달리는 의사들 회원들은 이런 환경 속에서 움직이는 응급요원을 자처한다.

소아암 환우돕기 마라톤 대회가 탄생한 배경을 설명하고 있는 이동윤 원장./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소아암 환우돕기 마라톤 대회가 탄생한 배경을 설명하고 있는 이동윤 원장./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달리기의 사회적 의미를 고민하던 이 원장은 2002년 '소아암 환우돕기 서울시민 마라톤 대회'를 개최했다. 이때 한 회원의 제안으로 '일년에 하루는 이웃을 위해 달리자'는 슬로건이 탄생했다.

기부가 목적인 국내 최초 마라톤 대회였다. 5월10일에는 여의도 한강공원 이벤트광장에서 열두 번째 대회가 열린다.

작은 규모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3000~4000명이 참가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대회 운영비를 사용하고 남은 참가비는 전액 소아암 아이들 치료비로 기부한다.

2002년 첫 대회에서 500만원을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점점 액수가 커졌고 11차례 대회를 진행하면서 총 3억5000만원 정도를 기부했다. 이 기부금은 매년 4~8명의 소아암 환자 치료비로 사용됐다.

이동윤 원장은 마라톤 대회를 개최한 이유로 1997년 외환위기를 몰고 온 IMF(국제통화기금) 사태를 언급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강제퇴직을 당하고 분위기가 어두웠어요. 아픈 자녀가 있는 가정은 의료비 부담으로 해체되는 상황까지 나타났고요. 그런 가정의 아이들은 영원히 사회 하층민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소아암 환자의 85%는 치료만 잘 받으면 건강해질 수 있는데 말이죠."

11차례 마라톤 대회를 열면서 도움을 준 소아암 환자들과 사진을 찍지 않은 것도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순수한 도움을 주고 싶은 생각이 컸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극심한 취업난으로 졸업을 미루는 청년들에 대한 걱정이 커졌다고 한다. 그래서 2011년 각계각층 명사들이 재능기부로 청년들에게 강의하는 '청년 꿈살리기 포럼'을 만들었다.

"사회적 가치, 건강한 가치라는 씨앗을 많이 뿌려야 다음 세대들이 건강해집니다. 청년들에게 '할 수 있다'는 가치를 공유하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고 싶어요." 이동윤 원장의 눈빛이 빛났다.   

-제12회 소아암 환우돕기 서울시민 마라톤 대회 안내-

일시: 2015년 5월 10일(일) 오전 8시 출발
장소 : 여의도 한강공원 이벤트광장
참가자격 : 초등학생 이상 신체 건강한 남녀
접수기간 : 2015년 4월 22일까지
접수방법 : 전화번호 (02)2647-4488, 4499 또는 팩스번호 (02)2647-5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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