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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팽목항 '기억의 벽'…노랑·파랑 간절한 소망으로 반짝

팽목항 방파제, 4700여개 타일로 추모 공간 조성

(진도=뉴스1) 최문선 기자 | 2015-04-12 09:50 송고
전남 진도 팽목항 방파제에 세월호 참사 1주기 기념 '기억의 벽'이 조성되고 있다. '기억의 벽'은 서울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 각지 시민으로부터 받은 세월호 그림 4700여장으로 채워지는 추모 공간이다. 사진은 유가족들의 그림 일부. 2015.4.12. © News1 최문선 기자
전남 진도 팽목항 방파제에 세월호 참사 1주기 기념 '기억의 벽'이 조성되고 있다. '기억의 벽'은 서울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 각지 시민으로부터 받은 세월호 그림 4700여장으로 채워지는 추모 공간이다. 사진은 유가족들의 그림 일부. 2015.4.12. © News1 최문선 기자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나흘 앞둔 12일, 진도 팽목항 방파제는 노랑 파랑의 간절한 소망들로 반짝였다. 

'잊지 않겠습니다. 미안하다. 보고 싶다. 생명이 먼저다. 진실을 인양하라' 등 짤막한 글귀와 노란 리본, 퍼렇고 어두운 바다 그림이 담긴 타일 조각들이다.
전날 오전부터 방파제 길 왼편 난간 아래 낮은 시멘트벽을 따라 타일 조각을 하나하나 정성스레 붙이던 사람들은 이를 '기억의 벽'이라 불렀다.

'기억의 벽'은 서울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 각지 시민으로부터 받은 세월호 그림 4700여장으로 채워지는 추모 공간이다. 

4·16 세월호 참사 1주기를 기념하고자 '어린이도서연구회'와 '한국작가회의'가 주축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추모 그림 그리기' 제작에 나섰으며, 이에 1700명이 넘는 시민들은 3000원이라는 기부금을 내고 타일에 세월호 그림을 직접 그려 이들 단체에 전했다.
이를 팽목항 방파제 벽으로 옮기는 작업에는 여러 사람들이 뜻을 함께 했다. 전남 나주의 '몽드림 배움터' 학생과 선생님들이 대표적이다.

전남 진도 팽목항 방파제에 세월호 참사 1주기 기념 '기억의 벽'이 조성되고 있다. '기억의 벽'은 서울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 각지 시민으로부터 받은 세월호 그림 4700여장으로 채워지는 추모 공간이다. 사진은 유가족들의 그림이 붙여진 곳의 모습. 2015.4.12. © News1 최문선 기자
전남 진도 팽목항 방파제에 세월호 참사 1주기 기념 '기억의 벽'이 조성되고 있다. '기억의 벽'은 서울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 각지 시민으로부터 받은 세월호 그림 4700여장으로 채워지는 추모 공간이다. 사진은 유가족들의 그림이 붙여진 곳의 모습. 2015.4.12. © News1 최문선 기자

'몽드림 배움터'는 대안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건축·사진·그림 등 예술분야 교육을 행하고 있는 곳으로, 이곳 학생들과 교사들은 재능 기부를 통해 이번 뜻 깊은 일에 동참하기로 했다. 지난 2월 1차 작업을 마쳤으며 9일부터 마무리 2차 작업에 돌입했다. 15일까지 '기억의 벽' 제작을 완료할 예정이다.

배움터 관계자인 몽피 김경학 씨는 "팽목항을 찾은 사람들에게 세월호 참사는 이런 거다 누가 자세히 설명해 줄 수는 없지만 이걸 통해서 느끼는 부분이 많아질 것"이라며 "형식적일 수도 있지만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 지역단위에서 온 그림을 보면 분노가 많이 보이는 데 유가족들 작품을 보면 그렇지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상당히 편안한 느낌"이라며 "체념은 아니겠지만 1년이란 세월이 지나면서 가슴으로 삭이고 또 삭였던 마음이 묻어나는 것 같다"며 유가족들을 향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또 "(팽목항을 직접 와 보면) 마음이 갑갑하고 불편한 게 많다"며 "(선체인양 관련해서) 정부가 시기적으로 일찍 계획을 발표하고 진행하길 바랐는데 그러지 못해 유가족들이 더 힘들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그림' 등 추모메시지를 시민들이 직접 그려넣은 그림타일. '전남 진도 팽목항 방파제에는 세월호 참사 1주기 기념 '기억의 벽'이 조성되고 있다. '기억의 벽'은 서울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 각지 시민으로부터 받은 세월호 그림 4700여장으로 채워지는 추모 공간이다. 2015.4.12. © News1 최문선 기자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그림' 등 추모메시지를 시민들이 직접 그려넣은 그림타일. '전남 진도 팽목항 방파제에는 세월호 참사 1주기 기념 '기억의 벽'이 조성되고 있다. '기억의 벽'은 서울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 각지 시민으로부터 받은 세월호 그림 4700여장으로 채워지는 추모 공간이다. 2015.4.12. © News1 최문선 기자

팽목항에는 '기억의 벽' 그림과 글귀처럼 4월16일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시민들의 발길이 잇따랐다.

실종자 9명의 이름과 얼굴이 새겨진 플래카드를 가리켜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분들"이라며 어린 세 딸들에게 설명하던 김광호(42)씨는 현재 멀리 인도에서 살고 있다.

고향집이 목포인 그는 아내의 넷째 딸 출산을 위해 잠시 귀국한 차에 팽목항을 방문했다. 1년 전 참사를 해외 타지에서 뉴스로 접하며 화가 치밀었지만 당시엔 무얼 어떻게 해야할 지 몰랐다고 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어린 딸들을 데리고 진도에 온 건 아이들에게 세월호가 무엇이고 4월16일이 어떤 날인지, 누가 아직까지 왜 바다 속에 남아 있어야 하는지를 알려주기 위해서다.

그는 "너무 늦게 온 게 미안할 뿐"이라며 "시급한 건 세월호 인양이다. 시간이 문젠데, 책임있는 분들이 빨리 해결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바다를 바라보고 서 있던 김 씨와 세 어린 딸들은 "빨리 배를 올려주세요"라고 외쳤다.


moon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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