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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때려치우고 커피숍이나 개업?…"하지마세요"

[인터뷰] 여의도서 IT회사 11년 다니다 사표내고 '슈퍼커피' 차린 김경호 대표

(서울=뉴스1) 박현우 기자 | 2015-04-04 09:18 송고 | 2015-04-06 09:10 최종수정
'회사 때려치우고 커피숍 차렸소!'

2011년 봄, 당시 30대 후반이었던 김경호(42)씨는 서울 여의도 한쪽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엽서를 나눠주며 가게를 홍보했다.
6평 남짓한 가게에서 파는 메뉴가 아기자기하게 실린 엽서 뒷면과 대조적으로 자신의 사연을 하소연하는 듯한 앞면의 큼지막한 글씨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엽서를 나눠주는 시간 외에는 가게를 지키며 옆 가게 '동향'을 주로 살폈다. 당시 경호씨 가게가 입점해 있던 건물 내에만 커피숍이 6개 있었다.

손님이 거의 없었기에 커피를 만들기보다 이웃한 가게들의 손님수와 매출을 헤아리는 때가 많았다. 그렇다고 옆 가게와 비교하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조바심내지는 않았다. 오히려 '저 많은 손님들 중 한 명이라도 우리 가게로 온다면 반드시 우리 손님으로 만들겠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실제로 자신감이 있기도 했다. 수년간의 연습으로 누구보다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다고 자부했고 커피와 오렌지를 결합해 만든 메뉴로 직장인들을 '저격'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도 있었다.
독특한 홍보 전략과 '전에 없던 커피를 맛볼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개업 두 달째에는 매출이 첫달 대비 100% 증가했다. 3~4개월 후에는 '시간이 돈'인 여의도 '금융맨'들이 점심시간 경호씨의 커피를 먹기 위해 10여분간 줄을 서서 기다리기까지에 이르렀다.

2011년 3월, 6평짜리 커피숍으로 시작한 경호씨는 4년이 지난 2015년 4월 가맹점만 38개 보유한 '사장님'이 됐다. 2일 여의도 가게에서 김 대표를 만나 '성공스토리'를 들어봤다.

슈퍼커피 김경호 대표.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슈퍼커피 김경호 대표.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초창기 홍보전략이 독특했다. 반응은 어땠나.
"'오피스 지역'이라 자극적인 문구가 먹힐 것이라고 생각했다. 블로그를 통해 홍보하거나 광고를 내거나 하지 않고 엽서를 통해서만 홍보했는데 그게 통했다. 호기심을 느낀 손님들이 찾아와 '정말 회사 때려치웠느냐, 그 사람이 누구냐', '나도 때려치우고 싶다, 이야기 좀 하자'고 했다. 그렇게 찾아와 싸지만 맛있고, 독특한 커피를 맛보고 돌아간 뒤 단골이 됐다"

-회사를 그만두고 커피숍을 차린 계기는. 걱정도 많이 됐을텐데.
"'내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곰곰히 생각하니 그 일이 '커피'더라. 어렸을 때부터 커피를 좋아했다. '커피숍이나 차리자'는 생각으로 회사를 그만두진 않았다. 회사를 다니며 커피숍 차릴 자리만 1년 넘게 보러 다녔다. 그만큼 준비를 철저히 했다. '회사는 전쟁터지만 나가면 지옥'이라는 말 등으로 주위에서 퇴사를 말렸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이었고 충분히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해 자신이 있었다"

여의도에 있는 IT회사에 11년 정도 다녔던 김 대표의 퇴사 전 직급은 팀장이었다. 시쳇말로 먹고살 만했다. 그러나 늘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회사 내 '맛 없는 커피'도 하루에 10잔씩 이상 마셨던 김 대표의 꿈은 단연 '커피'였다. 커피 관련 일을 하며 자신만의 '놀이터'를 만들고 싶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커피숍을 차리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회사 동료들뿐만 아니라 같은 직장에서 만나 교제를 해오다 2009년 봄 결혼한 김 대표의 부인도 적잖이 걱정했다. 그러나 김 대표가 '꿈'을 이루기 위해 꼼꼼히 준비하고 계획하는 모습을 누구보다 가장 가까이에서 봐왔기에 머지않아 든든한 지원군이 돼줬다.

회사를 다니며 1년 정도 장소를 물색한 김 대표는 2009년 가을 숙명여대 인근에 커피숍을 차렸다. 준비를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지만 회사생활에 익숙한 그에게 장사가 쉽지만은 않았다.

손님이랑 이야기도 나누고, 남는 시간에는 책도 보는 등 '여유로운 생활'을 꿈꿨지만 그런 '여유'는 하루에 단 5분도 즐길 수 없었다. 손님들에게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 주겠다는 생각에,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자 하는 욕심에 마감 뒤에도 직원들을 보낸 뒤 혼자 남아 커피를 내리고 새로운 시도를 했다. 하루 수면시간은 4시간에 불과했다. 처음 1년은 그렇게 일하며 단 이틀만 가게를 비웠다.

그러던 어느날 같이 일하던 직원 중 한 명이 "커피와 오렌지를 섞어 만든 메뉴를 팔아보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언뜻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아 보였지만 손님들이 원하는 맛을 잡아내면 굳이 소문을 내지 않아도 스토리가 있는,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달될 음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에만 수백개의 오렌지를 까고, 그 만큼의 커피를 내리며 '부조화'스러운 두 재료 사이의 접점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장시간의 노력 끝에 '위화감' 없는 맛의 '오렌지 커피'가 탄생했고 그렇게 탄생한 메뉴가 슈퍼커피의 단골메뉴가 된 '오렌지 비앙코'다.

'맛있는 커피'에 대한 열정과 '독특한 커피'에 대한 소문이 알려지며 김 대표의 숙대 앞 가게는 날로 번창했다. 그렇게 1년6개월 정도 경험을 쌓은 뒤 김 대표는 여의도로 눈을 돌렸다. '오렌지 비앙코'는 학생들보다 직장인들에게 더 인기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김 대표는 또 다시 준비 과정을 거쳐 2011년 3월, 여의도에 6평짜리 '슈퍼커피' 1호점을 냈다.

-'오렌지 커피' 말고도 독특한 메뉴가 많은데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
"적어도 3개월에 한 번씩은 해외로 여행을 간다. 가면 시장에 가서 사람들이 뭘 먹나 현지음식을 본다. 각 지역별로 특색이 있다. 이런 것들을 관찰하며 영감을 얻는다. 그 뒤에 일부러 한 번 뒤틀어 생각해 본다. 예를 들어 일본 사람들은 유자를 좋아한다. 그걸 보고 들어와서 '따뜻한 유자차'말고 다른 걸 만들어 보려고 했다. 연구 끝에 유자와 레몬을 섞은 뒤 노란색이 아닌 파란색이 나는 차가운 음료를 만들었다"

-가게 운영 철학이 있다면.
"커피도 마찬가지고 음료도 마찬가지지만 기본적인 건 가지고 있어야 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그런 부분에서는 1등이 될 자신이 있어야 한다. 거기에 더 큰 성공을 하려면 '플러스 요인'이 있어야 한다. 음료의 경우는 비주얼이 강해야 한다. 그 자체가 스토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걸 입히는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

슈퍼커피 김경호 대표.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슈퍼커피 김경호 대표.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김 대표는 '역발상'과 '참신성' 못지 않게 '기본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때문에 가맹점 문의를 해오는 사람들에게 개업 전 바리스타 학원을 다니며 두 달 정도 직접 공부를 한 뒤 자격증을 딸 것, 가맹점주가 '오픈부터 마감까지' 가게를 지킬 것 두 가지를 요구한다고 했다.

"바리스타 학원을 다니며 직접 부딪혀 보는 과정에서 이 일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 알 수 있고 가게를 차린 뒤에는 '투 잡'을 하지 않고 가게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었다.

실제 지금까지 1100여명이 가맹점 문의를 해왔지만 이런 조건들을 잘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38곳에만 가게를 내줬다고 했다.

김 대표는 도피성으로 '커피숍이나 차리자'는 생각으로 성급하게 개업하는 자세가 가장 위험하다고 했다.

그는 "커피숍이라고 만만하게 봐서는 안되고 자신있는 일, 즐거워하는 일이 아니면 아예 시작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결심이 선 뒤 어느 한 장소를 정했다 해도 자기 눈으로 최소 한 달 이상은 아침, 점심, 저녁에 상권 조사를 정확히 한 이후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 눈으로 보지도 않고 가게를 차리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미친 짓'"이라며 "철저하게 준비하고 눈으로 확인한 이후에 시작해도 늦지 않다. 카페를 하고 싶으면 그 사이 커피숍 가서 알바를 하든 경험을 하고 생태가 어떤데인지 경험을 하고 시작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아직도 커피를 직접 내리고 하루에 10잔 이상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커피 맛을 수시로 점검한다고 했다. "본인이 손을 떼면 직원의 맛으로 (커피가)갈 수 있기 때문에"이라며 "'맛의 일관성'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했다.

늘 초심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던 그는 자신이 처음으로 커피를 만들었을 때 이야기를 들려준 뒤 경기도 양평으로 가맹점 상담을 가야한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연한 기회에 우리나라 '3대 바리스타' 중 한 명에게 4주간 1대1로 '커피'를 배웠어요. 배우기 전날, 너무 두근거려서 잠을 한 숨도 못잤죠. 영업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아침 7시에 나가 배워야 했는데 30분 전부터 밖에서 기다렸습니다. 가게에 들어가 그라인더를 켜자 커피가 갈리고 원두 향기가 올라오는데... 흥분되기 시작했습니다. 그걸 담아 머신에 넣으니 커피가 두 줄기로 내려오는데, 약 24초의 시간 동안 무아지경으로 그걸 바라봤어요. 지금도 커피를 내릴때면 그때 생각이 나 늘 행복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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