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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의 야구, 야구인] 불펜 투수 ‘13’과 ‘6’에 담긴 의미

(서울=뉴스1스포츠) 이창호 기자 | 2015-03-30 09:18 송고 | 2015-03-30 15:39 최종수정

2015 KBO리그 개막 2연전이 끝났다. 약체로 평가됐던 롯데, KIA가 홈에서 선전하면서 두산과 함께 2연승으로 방긋 웃었다. 세 팀 모두 홈 팬들을 즐겁게 했다. 이런 분위기를 쭉 이어간다면 흥행은 따 놓은 당상이나 다름없다.

롯데 이종운 감독과 두산 김태형 감독은 똑같이 초보 사령탑, KIA는 LG에서 중도하차한 뒤 고향의 부름을 받고 새로 지휘봉을 잡은 김기태 감독이 이끌었다.

특히 김기태 감독은 29일 LG전을 필의 극적인 끝내기 홈런 덕에 짜릿하게 물리치자 “이게 바로 KIA의 힘”이라고 힘주어 말할 만큼 격앙된 상태였다. 나머지 두 초보 감독은 비교적 차분하게 2승을 받아 들였다.

승패의 희비 뒤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이제 10개 구단 사령탑들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3연전 레이스를 준비해야 한다. 그것도 주중에는 31일부터 곧바로 야간 경기다. 선발 투수들이야 이래저래 5명을 끼워 맞춰 놓았으니 당분간 4일 또는 5일 로테이션으로, 있는대로 돌아가면 된다. 문제는 불펜이다.

개막 2연전 때 불펜 투수들의 투입 현황 속에 각 팀의 고민이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다.

두산이 가장 효율적인 투수 운영과 함께 개막 2연승을 따냈다. 초보 사령탑인 김태형 감독(가운데)이 29일 잠실 NC전에서 4-1로 승리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오재원 등을 반겨주고 있다. © News1 양동욱 기자
두산이 가장 효율적인 투수 운영과 함께 개막 2연승을 따냈다. 초보 사령탑인 김태형 감독(가운데)이 29일 잠실 NC전에서 4-1로 승리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오재원 등을 반겨주고 있다. © News1 양동욱 기자

가장 알뜰하게 2승을 따낸 팀은 두산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투수 활용을 최소화했다. 2차전 선발 장원준이 자기 몫을 다한데다 타선의 뒷받침까지 잘 맞아떨어진 결과다. 여하튼 김강률과 윤명준이 2경기 연속 등판했지만 10개 구단 최소인 총 4명이 6차례의 불펜 등판으로 홈 개막전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31일부터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리는 한화와의 3연전을 여유롭게 준비할 수 있는 상황이다.

롯데는 10개 구단 중 두 번째로 많은 11차례의 불펜 동원 끝에 kt에게 2승을 챙겼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음을 보여준다. 정재훈, 이정민, 김성배, 김승회 등 30대의 베테랑 불펜들이 모두 2게임 연속 등판하며 비지땀을 흘린 대가다.

31일 잠실 원정으로 치르는 LG와의 3연전 내내 어떻게 불펜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KIA는 ‘돌아온’ 윤석민에게 마무리 보직을 맡겼다. 뒷문 단속을 장담할 수 없으면 승률 계산이 어렵기 때문이다. 윤석민은 개막전에서 세이브를 올리면서 ‘절반의 성공’을 했다.

KIA는 LG전 2승을 위해 총 9차례 불펜을 가동했다. 임준섭, 심동섭, 최영필이 이틀 연속 등판했다. 그나마 최고참 최영필이 2차전에서 행운의 구원승을 따내 피로감을 씻어낼 수 있어 다행이었다. 

KIA는 인천 원정길에 나선다. SK도 개막 2연전을 위한 대구 원정에서 1승1패를 만들기 위해 불펜을 조기 가동하는 등 애를 먹었다. 특히 29일 2차전에서 채병용, 진해수, 문광은, 정우람, 윤길현을 한 템포 빠르게 투입하면서 귀한 승리를 지켰다.

이제 막 대장정의 첫 발을 내딛은 상태이니 아직 걱정거리는 아니지만 각별한 관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2015 KBO 리그 개막 2연전에서 가장 박진감 있고, 힘겨운 레이스를 펼친 팀은 첫 연장 혈투까지 불사한 넥센과 한화였다.

염경엽 감독은 총 13차례나 불펜을 가동했다. 개막전에선 선발 밴 헤켄에 이어 연장 12회까지 총 7명, 2차전에선 선발 한현희에 이어 총 6명의 불펜 투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김영민, 마정길, 조상우, 이상민, 김택형이 이틀 연속 등판하면서 용을 썼다. 그러나 결과는 1승1패.

벌써부터 마산 원정에서 NC를 만나면 어떻게 불펜을 운영해야 할 지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화는 ‘믿는 구석’을 적극 활용하며 불펜의 힘을 지켜나간 케이스다. 김성근 감독은 이틀 연속 타이트한 승부가 이어지자 안영명, 권혁, 송창식, 윤규진 등 ‘필승조’를 2게임 연속 가동하는 등 5명의 불펜 투수들로 총 9차례 승부수를 띄웠다.

© News1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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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LG, SK, kt는 2게임에서 8차례 불펜 투수를 활용하며 마운드의 힘을 조절했다.

삼성은 2차전 때 안지만과 임창용의 실전감각 익히기를 했고, 1승1패를 하면서도 단 1명의 이틀 연속 등판 투수를 만들지 않았다. 총 7명의 불펜 투수를 활용하면서 여유로움을 보였다.

김경문 NC 감독과 조범현 kt 감독도 류중일 감독처럼 이틀 연속 등판을 경계했다. NC는 두산에게, kt는 롯데에게 나란히 원정 2연패를 당했지만 불펜 투수들을 최대한 아꼈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감독들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투수력 향상을 위해 온 힘을 쏟았다. 두툼한 투수층을 만들어 놓기 위해 젊은 기대주들의 업그레이드와 베테랑들의 힘 키우기를 독려했다.

감독들은 이구동성으로 ‘정규 시즌이 오면 1군 등록 선수 27명 중에서 투수를 항상 11~12명으로 유지하지만 강한 팀으로 거듭나려면 최소 18명까지는 즉시 전력감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불펜 때문이다.

‘타고투저’가 계속되고, 선발들이 ‘이닝 이터’로서의 능력이 갈수록 저하되는 탓에 불펜에는 과부하가 걸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개막 2연전처럼 불펜을 운영하면 몇몇 투수들은 한 달도 되지 않아 어깨, 팔꿈치, 손목, 무릎, 허리 등의 통증을 호소할 수 있다. ‘팔이 빠질 것 같다’고 하소연할 것이다.

10개 구단 감독 중에서 과연 누가 뚝심 있게 소신을 지켜가며 불펜을 운영할 것인가. 출발선에서 보면 때론 결승선이 보일 때도 있다. <뉴스1스포츠 국장>


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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