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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노갑 vs 천정배'냐 '문재인 vs 千'이냐…프레임 싸움 치열

광주 서구을 보선 놓고 양측간 신경전 가열

(서울=뉴스1) 김현 기자 | 2015-03-23 17:44 송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오른쪽)와 권노갑 상임고문이 12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오찬에서 대화하고 있다. 2015.2.12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오른쪽)와 권노갑 상임고문이 12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오찬에서 대화하고 있다. 2015.2.12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새정치민주연합과 천정배 전 법무장관이 물러설 수 없는 '광주대전'을 앞두고 팽팽한 프레임전(戰)을 벌이고 있다.

4·29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천 전 장관이 '호남정치 부활'을 내걸며 '영남 출신'인 문재인 대표를 겨냥하자, 새정치연합은 문 대표 대신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가신그룹인 동교동계의 좌장인 권노갑 상임고문이 전면에 나서 천 전 장관 공세를 차단하면서다.
구도로만 보면, 새정치연합은 '권노갑 vs 천정배', 천 전 장관은 '문재인 vs 천정배' 대결이라는 프레임을 형성하는 쪽에 주력하고 있는 양상이다.

선거 초반 새정치연합 후보인 조영택 전 의원의 인지도가 천 전 장관에 밀리는 상황에서 권노갑 고문이 전면에 등장했다.

DJ 최측근으로 통하는 권 고문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천 전 장관과 정동영 전 의원의 탈당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용서할 수 없다"며 "두 사람 탓에 야권이 갈라져 (재보선에서) 진다면 그 책임도 져야 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천 전 장관과 정 전 의원은 15년 전 민주당 정풍운동을 주도, 당시 김대중정부 실세였던 권 고문의 2선 후퇴를 주장해 관철시켰던 악연을 갖고 있는 터라 이번 권 고문의 발언을 놓고 15년만의 '반격 내지 복수'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권 고문은 내달 공식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면 광주를 찾아 조 전 의원에 대한 지원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권 고문이 다소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엔 당의 요청도 있지만, 문 대표를 보호하려는 전략적 측면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권 고문은 최근 사석에서 "현재 야권을 하나로 묶을 대권주자로서 문 대표만한 사람이 없다"고 언급했다는 후문이다.

대신 문 대표는 천 전 장관에 대한 직접적인 공세는 자제한 채, 제1야당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문 대표는 전날(22일)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당 지지율이 오르고 있는 기세를 살려나가는 데 이번 재보선의 승리가 아주 중요하다. 특히 광주는 재보선의 전체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더욱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 당이 대안정당 수권정당으로 우뚝 서서 광주시민에게 정권교체의 희망을 드리겠다"고 설명했다.

문 대표는 또 "지난 시절 광주시민이 우리당에 실망한 이유는 선거에서 자꾸 지는 것 뿐 아니라 번번이 원칙 없는 공천으로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정인을 위해 공천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일은 다시는 없을 것"이라면서 "원칙과 정도 속에 승리가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천정배 전 법무장관이 지난 17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소에 참배하고 있다. (천정배 전 장관측 제공) © News1 2015.03.17/뉴스1 © News1
천정배 전 법무장관이 지난 17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소에 참배하고 있다. (천정배 전 장관측 제공) © News1 2015.03.17/뉴스1 © News1
이에 맞서 천 전 장관은 권 고문과의 직접적인 충돌은 피하는 대신 문 대표에 대한 공세에만 집중하고 있다. 권 고문이 현실 정치인이 아닌 점도 있지만, 자칫 권 고문과의 갈등이 정통 지지자들의 표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천 전 장관측은 전날에 이어 이날에도 논평을 내고 문 대표의 '원칙과 정도' 발언을 거론, "불과 한 달여 전에 있었던 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경선 막판에 경선 룰을 고치고, 그 변경된 경선 룰로 당 대표가 된 문 대표는 정도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천 전 장관측은 또 최근 문 대표가 '국민의 지갑을 지키겠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을 언급, "수도권을 내팽개치고 광주에서 힘을 쏟는 의도가 혹여 광주에서 새정치연합의 일당 독점 기득권을 계속 유지해 자신의 지갑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천 전 장관측은 권 고문의 비판에 대한 대응에 있어선 신중한 모습이다. 천 전 장관측은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권 고문의 발언은 당의 원로로서 당의 요청에 의해 하실 수 있는 말씀이기 때문에 심각하거나 민감하게 받아들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천 전 장관측이 정의당 등과의 연대를 통한 '단일후보'로 나서는 것을 추진하는 것도 이같은 구도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

천 전 장관측은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광주에서 기득권 세력인 새정치연합의 독점 체제를 변화시키자는 우리의 입장을 동의해주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민심을 지켜보면서 새정치연합을 심판하는 기회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철근 동국대 사회과학대 교수는 "새정치연합으로선 호남에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권 고문이나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내세워 '동교동 vs 천정배'의 구도를 만들고 싶겠지만, 결국은 당 대표인 문 대표와 천 전 장관간의 대결구도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관건은 새정치연합이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보여주느냐다"라고 내다봤다.


gayun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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