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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주도 AIIB 가입 둘러싼 美· 유럽 '불협화음' 원인은…

美의 IMF 개혁 태만이 中의 독자노선 빌미 제공

(브뤼셀/런던=뉴스1) 김정한 기자 | 2015-03-23 16:31 송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14년 10월24일 베이징에 있는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 로이터=News1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14년 10월24일 베이징에 있는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 로이터=News1

미국의 반대에도 유럽연합(EU) 주요국들의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에 잇단 참여 의사를 밝힘에 따라 미국과 유럽이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지난주 총선을 앞두고 의회에서 행한 예산 관련 연설에서 서방국들 가운데 최초의 AIIB 가입 결정은 영국 기업들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스본 장관은 AIIB 가입을 재고해 달라는 잭 루 미국 재무장관의 요청을 거절하며 "우리가 서방국 최초로 AIIB 창립 멤버가 되기로 한 이유는 미국도 이 새로운 국제기구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미국의 최우방국인 영국의 이 같은 결정은 막힌 둑의 봇물을 터뜨린 격이 됐다. 영국에 선수를 뺏겼다고 생각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가 줄줄이 AIIB 참여를 선언한 것이다. 뒤를 이어 룩셈부르크와 스위스도 이 행렬에 가세했다.  

AIIB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 간의 외교적 불협화음은 유럽의 외교정책이 아시아 편향적으로 기울어졌다는 대대적인 전략적 변화가 아니라 각국의 국익 추구에서 나타난 단순한 전술적 차이로 풀이된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정가의 일각에선 이를 액면 그대로 유럽 외교정책이 미국 중심에서 중국 중심으로 옮겨지고 있는 신호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민감한 사안이라는 이유로 익명을 요하는 유럽, 미국, 중국의 관리들은 AIIB을 둘러싼 이 같은 삐거덕거림을 소위 '서방진영' 사이의 전략적 대화 부재가 드러난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EU의 주요 회원국들이 국익이 경각에 달린 문제라면 공동의 외교안보 정책도 유보할 수 있음을 극명하게 나타내는 사례로 보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의 AIIB 가입으로 미국이 앞장서 구축해온 반(反)AIIB 전선에 결정적인 균열이 벌어졌다"며 "AIIB이라는 '신포도'가 미국을 고립시키고 위선적으로 만들고 있다" 지적했다.

미국의 아시아 지역 우방국들 중에서 호주가 AIIB 가입 결정을 거의 목전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일본도 AIIB 가입을 검토 중이다.  

베이징 주재 아시아 국가의 한 외교관은 "미국은 AIIB 가입을 비난함으로써 옹졸해 보이기 시작했다"며 "이는 미국이 이기는 싸움이 아니며, 아시아의 최우방국들조차 AIIB 가입을 위해 줄을 서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美의 IMF 개혁 미온적 태도가 中의 독자노선 불러

미국에서처럼 유럽에서도 중국의 AIIB 출범이 자국의 막대한 현금을 아시아 지역에 대한 인프라 구축 투자를 위한 창구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의문과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서방국들은 당초 중국 정부가 무역흑자 중 일부를 활용해 개도국들의 교통, 에너지, 통신망에 재투자하라고 촉구해왔다. 하지만 서방국들은 중국이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을 활용하길 원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 의회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자국과 다른 개도국들의 투표권을 늘리기로 한 '2010년 합의'를 비준하지 않은 점에 분노해 독자노선을 선택했다.  

약 500억달러(약 56조원) 규모로 출발하게 될 AIIB는 그보다 규모가 큰 세계은행을 보완하게 될 전망이다. 다만, 이는 중국 영향력 증가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AIIB가 인권, 환경, 노동 기준을 준수하고 경영관리에도 투명성을 제고할 것인지에 대해 공식적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국 선임 관리들은 사석에선 이를 권력 게임이라고 말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행정부의 한 관리는 IMF 개혁에 대한 미국 의회의 미적지근한 태도가 "중국에 목소리를 내는 기회가 됐다" 고 말했다. 

루 장관은 지난주 의원들에게 "개도국들이 IMF 대신 다른 곳을 추구하게 된 건 우연이 아니다"며 "솔직하게 말해서 개도국들이 IMF 개혁에 대한 미국의 미온적인 태도에 실망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관리들은 또한 워싱턴 정가에서 국무부, 재무부,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 사이엔 IMF 개혁에 관한 이견이 존재해 유럽 우방국들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유럽 국가들 사이에선 중국이 주도하는 AIIB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보다 나은 선택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중국의 거대한 기차(AIIB)는 이미 역을 출발했으므로 이젠 그 위에 올라타는 게 국익에 보탬이 된다는 것이다. 

유럽 우방들에 대한 AIIB 가입을 막으려는 설득에 실패한 미국 관리들은 주도권 탈환을 노리고 있으나 IMF 개혁을 둘러싼 미 의회 내 여야 간 충돌이 계속되는 등 난항이 예상된다.

미국은 IMF 개혁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개도국의 투표권 비율이 높아질 경우 미국의 주도권 상실을 우려해 과감한 개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ace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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