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홍준표발 학교 무상급식 중단 논란…쟁점은

재원갈등에서 진영싸움으로 번져…"선별지원받는 서민층 만족도 높으면 전국 확산될 수도"

(서울=뉴스1) 안준영 기자 | 2015-03-20 18:29 송고 | 2015-03-20 21:24 최종수정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8일 경남도청에서 무상급식에 대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 뉴스1 © News1 한재호 기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8일 경남도청에서 무상급식에 대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 뉴스1 © News1 한재호 기자

홍준표 경남지사의 학교 무상급식 지원 중단을 둘러싼 논란이 교육계는 물론 정치권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처럼 지역을 넘어 전국적 이목을 집중시키는 이슈로 부상한 것이다.

경남의 학교 무상급식 중단을 계기로 무상급식·무상보육(누리과정) 예산편성을 둘러싼 전반적인 '무상시리즈' 문제로 논란이 확산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1차적으로 재원 부족에서 촉발된 문제지만 밑바탕에는 보편적 복지냐, 선택적 복지냐는 해묵은 복지정책 갈등과 함께 정치적 노선이 반영된 진영 논리도 깔려 있다.
◇경남 무상급식 중단에서 재점화·확산되는 무상복지 논란

19일 오후 경남 창원에서 열린 시·도교육감협의회 임시총회에서 '복지프레임'은 다시 이슈로 떠올랐다.

교육감들은 홍준표 경남지사의 무상급식 중단 조치로 학교에서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날 경남도의회는 무상급식 예산을 서민 자녀 교육지원비로 전환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교육감들은 한편으로 국회가 이달 초 합의한 누리과정 지원 예산 5604억원을 조기 집행하고 정부 지원 규모를 늘리라고 촉구했다.

무상복지가 화두로 재점화된 것은 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올해 세수 결손은 사상 최대치(10조9000억원)를 기록했던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무상급식은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을 비롯한 진보성향 교육감들의 핵심정책이고, 무상보육(누리과정) 확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다. 

여야에서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지만 올 들어 예산이 쪼달리자 여당 자치단체장들은 "무상 급식은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이라며 무상급식 철회를 압박하고 있고 야당 성향의 교육감들은 무상급식은 물론 "누리과정 예산도 정부가 떠안아야 한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무상급식 예산은 지역과 대상이 해마다 확대되면서 2010년 5600억원에서 올해는 2조6000여억원으로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 전체 교육예산(54조2481억원)의 5% 정도다.

학교급식법에 따르면 무상급식 재원은 교육청과 지자체가 분담하도록 돼 있지만 비율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 일선 교육청과 지자체가 매년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 

시·도별로 지원 대상과 예산 분담 비율이 다른데 서울의 경우 시교육청 50%, 시청 30%, 자치구 20%의 비율이다. 논란이 된 경남의 경우 홍 지사가 도교육청과의 협의를 거부하면서 급식 중단 사태가 촉발됐다.

취학전 만 3~5세 무상보육인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갈등도 궤적은 비슷하다. 누리과정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이원화된 교육·보육 과정을 통합해 동일한 과정을 가르치는 제도다. 

정부는 2012년 누리과정을 3~4세 아동에게 확대하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4세는 2014년, 3세는 2015년에 재원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이관하기로 했다.

당시 정부는 교부금이 매년 2조~3조원씩 늘어날 것으로 보고 전국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맡도록 했다. 교육감들도 큰 반발이 없었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아 교부금이 오히려 줄면서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소관인데 왜 교육청이 부담을 떠안느냐"는 반발이 나왔다.

교부금은 내국세 총액의 20.27%로 고정돼 있다. 올해 교부금은 지난해(40조8681억원)보다 1조3475억원이 줄어든 39조5206억원으로 예상된다. 누리과정과 무상 급식으로 대표되는 무상 복지에 들어가는 돈은 전체 교육청 예산 중 9%선에 달한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정치권 진영논리 맞물린 탓에 학부모·학생만 혼란

하지만 무상복지 논쟁의 이면에는 진영 논리가 똬리를 틀고 있다.

홍 지사는 2년 전에도 진주의료원의 문을 닫으면서 복지논쟁에 불을 붙였다. 홍 지사는 대한민국 복지체제를 선별복지로 바꿔야한다며 무상보육도 선별보육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18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의 회동때 "박종훈 경남교육감을 만나서 문제를 풀라"는 문 대표의 제안에 대한 답변에서도 그의 생각을 읽을수 있다.

홍 지사는 "교육감을 만나야지..."하면서도 "대한민국 전체에서의 무상복지 확산이 잘못됐다는 논쟁이지, 박 교육감과 논쟁하려는 것이 아니다"고 잘라말했다.

경남도는 무상급식 철회로 절감된 예산으로 4인 가구 기준 월소득 250만 원 이하인 가정의 자녀들에게 643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전체 학생의 24%인 10만 명에게 연간 50만 원 한도인 교육복지카드 등이 제공되는데 수강료를 내거나 EBS교재를 살 수 있다.

무상보육이나 무상급식은 수혜대상이나 확장성에 차이가 있을 뿐 '공짜'라는 기본적 성질은 같다. 패키지로 한데 묶일 수밖에 없다.

무상시리즈 찬성론자들은 '낙인감' 해소에 방점을 찍고 있다.

2011년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이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추진할 당시 반대론자들의 주된 논거는 "강남 타워팰리스 사는 아이들까지 무료로 점심을 줘야 하나"였다.

이에 진보진영은 "누구는 공짜로 먹고 누구는 돈을 내고 먹는다면 전자 학생의 경우 눈칫밥을 먹게 돼 왕따로 전락한다"는 낙인감 방지를 반박논리로 제시했다.

서민 자녀 교육지원을 받으려면 형편이 어렵다는 걸 증명해야 하는 데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상처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누가 급식비를 못내는 가난한 학생인지를 모르게 하려면 모든 학생이 급식비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보수주의자 또는 자유주의자들은 "낙인감이 선별적 복지의 역기능이긴 하지만 이것 때문에 엄청난 예산을 쓰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며 "국가재정과 지자체 재정 여건을 보더라도 비현실적"이라고 반박한다. 

선별적 복지로 방향을 돌리는 대신 남는 재원으로 찜통교실, 냉동교실 등 교육환경 개선에 투자하는 것이 전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한 교육계 인사는 "보편적이냐 선별적이냐 하는 문제는 '무상'이라는 화두가 전면으로 등장했던 2010년 6.2 지방선거이후 5년간 보수·진보 진영에서 다뤘던 사안으로 추가적으로 전개될 논리는 없다"면서 "경남에서 이번 조치에 대해 취약계층의 학부모, 학생 만족도 지표가 높게 나올 경우 서울·경기 등 전국적으로 파급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무상복지 문제가 진영 논리와 맞물리면서 학생과 부모들만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특히 무상급식의 경우 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예산은 연중 나뉘어 지급되기에 갈등과 혼란은 1년 내내 지속될 수 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무상정책은 한번 시행하면 되돌리기 힘든 비가역성이 있다"며 "이번 기회에 보편적 복지로 갈 것인지 선택적 복지로 갈 것인지에 대한 국가적 합의가 도출돼야 한다"고 말했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andrew@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