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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요약]뉴스통신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

김신동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11일 언론학회 세미나 주제발표문

(서울=뉴스1)특별취재팀 | 2015-03-11 13:43 송고 | 2015-03-11 13:58 최종수정
"뉴스통신진흥법은 뉴스통신을 진흥한다고 규정돼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연합뉴스만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김신동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11일 오후 2시부터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열린 '미디어 혁명시대, 한국 뉴스통신사의 위상과 발전 방안 모색' 세미나에서 "현행 법은 경쟁 촉진보다는 기존의 제도와 관행을 방치하는 양상"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이날 '뉴스통신산업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연합뉴스에 대한 제도적 특혜를 줄이고, 뉴스통신 시장에서 공정 경쟁 원칙이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자리잡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주제발표문을 요약정리한 내용이다.

인터넷과 모바일이 주축이 된 미디어 기술환경의 변화는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규제 제도에도 이에 상응하는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뉴스통신 사업과 관련하여 가장 주목할 변화는 인터넷 채널에 대한 B2C 모델의 실현이다. 이로 인해, 뉴스통신사업은 더 이상 다른 언론 매체에 정보를 공급하는 이른바 뉴스도매업의 경계를 돌파하였다.
한국의 경우 1980년 언론통폐합에 의해 우후죽순의 민영통신사들이 일거에 정리되고 정권이 급조한 연합통신(현 연합뉴스)이 독점 뉴스통신 사업자로 설립되었다. 언론사들이 일부 주주로 참여함에 따라 형식상 AP와 유사한 점도 없지 않았고, 또 언론사들이 필요로 하는 정도의 뉴스를 적당히 제공하는 방식으로 공존의 공간을 유지해 왔다.

80년대 언론통폐합은 그것을 가능케 했던 무소불위의 폭압적 무력 정권에 의해서 가능한 비상식적 조치였다. 주목할 점은 쿠데타 정권의 필요에 의해 탄생한 제도였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그 제도를 생산해 낸 정권은 무너졌지만, 그 정권이 만든 제도는 존속 유지되는 현상이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한국의 미디어 시장은 80년대 이후 꾸준히 시장의 영향이 증가하는 형태로 변화해 왔다. 뉴스통신 사업의 경우 연합뉴스에 의한 독과점 구조는 2001년 뉴시스의 시장 진입에 의해 막을 내린다. 여기에 2011년 뉴스1이 가세하여 경쟁구도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두 민영 뉴스통신사의 취재인력은 연합뉴스에 비견할 만 하다.
 
 
메이저 신문 가운데 조선, 중앙, 동아는 2014년 초부터 연합뉴스와의 전재계약을 중단하고 뉴스1, 또는 뉴시스로부터 콘텐츠를 제공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10대 종합일간지 중 뉴시스, 또는 뉴스1이 콘텐츠 공급 계약을 체결한 신문은 조선, 중앙, 동아, 한겨레, 경향, 한국, 문화, 서울이며 이는 2012년 발행부수 기준으로 10대 종합일간지의 94.7%에 해당한다. 연합뉴스와 전재계약을 맺은 신문은 한겨레, 경향, 한국, 국민, 문화, 서울, 세계로 이 신문들의 2012년 발행부수 합계는 10대 종합일간지의 25.3%이다.

특히 뉴시스와 뉴스1은 실시간 뉴스를 온라인을 통해 전달하는 인터넷 미디어시장에서의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속보와 보도사진 등을 강점으로 각각 백만명 가량의 홈페이지 클릭 수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는 네이버 포털 메인 첫 화면에 언론사 가운데 유일하게 고정코너를 차지해 유리한 고지를 점하면서 온라인 미디어시장에서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뉴스통신진흥법은 제정 당시 6년 기한의 한시법이었으나 이후 개정을 통해 상시화, 영구화됐다. 뉴스통신진흥법이 제정된 2003년 이후 정부구독료 항목으로 13년째(2015년 예산 포함) 유지된 연합뉴스에 대한 정부 구매 총액 규모는 모두 3920억원 가량이다. 2002년부터 2013년 사이 총매출액에서 정부구독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19.65%(2003년)에서 29.83%(2006년)까지 증가하기도 했다.

정부구독료는 뉴스통신진흥법이 제정되기 직전인 2002년 45억원이었다가 2003년 뉴스통신진흥법이 제정되자 125억원으로 올라 1년 사이 구독료 증가율은 173.3%에 이르렀고 이후 55.3%(2004년), 29.8%(2005년), 21.4%(2006년), 7.6%(2007년)의 증가가 이어졌다.

여기에 2004~2008년 사이 정보화 사업 지원 항목으로 총 317억원이 연합뉴스에 별도로 지급됐고 2012년 시작돼 2016년까지 계속되는 연합뉴스의 미디어융합 인프라 구축사업에도 총 120억원의 정부 예산이 지원된다. 이 같은 지원 규모는 후발 경쟁 뉴스통신사들의 연간 매출총액의 합계를 상회할 정도의 규모이다. 후발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뉴스통신시장의 진입장벽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2015.03.11/뉴스1 © News1
2015.03.11/뉴스1 © News1


문제는 연합뉴스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연합뉴스의 친정부적 보도 경향이 미디어 독립성을 해치고 공익을 우선해야 하는 독립 미디어 사업자가 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심화시킨다는 데에 있다. KBS의 수신료만 하더라도 정부가 직접 사용료 형태로 지불하는 것이 아니고 법에 의해 공영방송의 재원으로 쓰일 것임을 규정하고 안정적인 방식으로 정치적 간섭 가능성을 제거하고 있다. 그러나 연합뉴스의 정부 구독 수입 의존은 미디어의 독립성을 해치고 정치적 개입에 항시적으로 노출된 구조를 만든다는 점에서 독소적이다. 

뉴시스와 뉴스1의 진입에 의해 뉴스통신 시장의 구도가 원칙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행 법은 경쟁 촉진 보다는 기존의 제도와 관행을 방치하는 양상이다. 뉴스통신 시장의 다변화와 공정 경쟁 환경의 조성을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은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연합뉴스가 뉴스통신진흥법에 의해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의 지위를 배타적으로 확보한 채 정부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독점하는 현 방식은 타사의 입장에서는 불공정하게 여겨질 소지가 있다.

현행 법은 뉴스통신을 진흥한다고 규정돼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연합뉴스만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뉴스통신진흥법이라기 보다는 연합뉴스진흥법에 가깝다는 지적이 있다. 이로 인해 여타 경쟁 관계에 있는 뉴스통신사들은 국가기간통신사 지위와 지원을 얻을 수 있는 길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고, 이 점은 시정의 여지가 있다.

현행 법에서는 국가기간통신사로서의 연합뉴스의 역할로 정보주권 수호, 정보 격차 해소 및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열거하고 있는데 여타 뉴스통신사들도 정도와 규모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이러한 역할들을 수행할 수 있고, 수행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현행 법은 연합뉴스만 이런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으며, 이는 다른 통신사들의 공익적 역할을 진작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미디어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와 다양성 강화는 미디어 산업발전에 중요한 요소이다. 한국 사회에서 미디어는 오랫동안 정치적, 문화적 역할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제도이다. 미디어의 산업적 가치가 다른 가치, 즉 정치적 사회적 및 문화적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사회 통합과 발전에 이바지하는 가치와 병렬되거나 혹은 능가하는 현상은 지난 십여 년 사이에 갑작스럽게 도착한 현상이다. 미디어의 정치 편향은 정부의 특혜를 산업적 성과가 아닌 정치적 편향을 통해 획득하려고 노력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곧이어 시장교란으로, 그리고 시장의 실패로 이어진다. 미디어의 산업적 기능과 경쟁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무엇으로 창조경제를 견인할 것인가?

뉴스통신 산업이 변화의 소용돌이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다른 미디어 분야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변화에 무관하다는 듯 한 켠에 있었으나, 뉴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직면하여 뉴스통신 사업 역시 변화의 중심으로 불려온 셈이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 환경에 직면하여 현재 뉴스통신 사업자들이 선택한 새로운 방향 한 가지는 B2C로의 전환이다. 이것은 결국 과거 고객과의 경쟁을 초래함으로써 뉴스통신업의 성격과 접근 자체를 새로 규정하고 있다.

뉴스통신 사업자는 다른 경쟁 사업자에 비해 우수한 취재력과 취재망을 가지고 있으므로 경쟁 우위에 설 수 있는 강점이 크다. 그러나 B2C로의 주력 전환은 그동안 뉴스통신사업자로서 연합뉴스가 누려온 여건의 포기를 의미하게 될 것이다 어떤 경쟁자도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신생 민영통신사만이 아니라 모든 다른 뉴스 상품 사업자가 포함된다. 궁극적으로 연합뉴스는 제도적 특혜를 줄이고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마련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연합뉴스는 정보주권 수호, 정보복지 확대를 국가기간통신사업자로서의 근거로 삼으려면 국제 뉴스 생산시스템에 근본적인 변화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최근 국제뉴스 생산과 유통 부문에서 괄목상대로 떠오른 두 모델로 알자지라와 중국중앙방송(CCTV)를 들 수 있다. 알자지라의 경우 중동권 고유의 목소리를 충실히 전달하는 소스로 인정을 받음으로서 강대국 통신사 위주의 일방적 뉴스 유통에 대안으로 떠올랐다.

중국중앙방송의 경우 국제뉴스채널의 제작을 워싱턴 제작센터로 대폭 옮겨 세계 최고 수준의 뉴스 제작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에이피, 로이터, 씨엔엔 등이 하듯이 씨씨티비 역시 현지인을 주재원으로 고용함으로써 현지 취재력을 제고하고, 전체적인 편집 방침과 전략은 베이징이 통제하는 방식을 구축하고 있다.

연합뉴스는 중장기 발전 계획을 수립하여 알자지라와 CCTV 모델을 원용하는 독자적인 모델을 개발하고 단계적으로 변모를 거듭해 나가야 한다. 국제 취재력이 없고 결과적으로 세계의 동향을 한국의 입장에서 읽고 보도할 능력이 없는 뉴스생산자를 국가기간통신사업자로 분류할 명분은 없는 것이다.

국내 시장은 방송 통신 분야에서 이미 여러 해 동안의 갈등을 뒤로하고 변모해 가듯이 결국 수평적 규제의 요구에 직면하는 것이 시간문제라고 본다. 법적 지위가 어떻든 같은 서비스를 공급하는 사업자들은 같은 기준으로 동일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윤리적으로는 공정성의 문제이며, 시장주의를 채택하는 한에서는 미디어 산업의 발전을 촉진하는 차원에서도 피할 수 없는 경향이다.

뉴스통신시장에서의 공정 경쟁 유도가 궁극적으로는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자리 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뉴스통신 사업이 B2C에 중점을 둘수록 더욱 공정경쟁에 대한 요구는 커 질 것이고, 또 그렇게 되어야 할 것이다.


c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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