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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원이 '눈먼 돈'…재판대에 오른 '별' 숫자만 14개

방위사업비리 합수단 100일 드러난 비리 규모 1981억원…23명 기소·34명 수사중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2015-03-06 18:34 송고
© News1 조숙빈 디자이너
© News1 조숙빈 디자이너
고질적인 방위사업비리를 뿌리 뽑기 위한 정부합동수사단이 출범한 지 100여일이 지났다.

지난해 11월 통영함 납품비리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를 중심으로 국방부 검찰단과 경찰, 감사원, 국세청 등 관계기관 105명의 수사인력이 참여한 가운데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깃발을 올렸다.
8일 합수단에 따르면 통영함 납품 비리 사건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드러난 방위사업비리 규모는 1981억원 수준이고 구속되거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예비역 장성은 모두 5명이다.

당초 정부가 예상했던 합수단 수사 시한은 오는 6월말까지였다. 하지만 거대 비리가 잇달아 포착되면서 합수단의 수사가 올해 말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군피아' 복마전…수천억원이 '눈먼 돈'

합수단은 출범 3개월을 넘어가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방위사업비리의 뚜껑을 열어보니 전투복에서 전투기, 군함 등까지 악취는 진동했다. 현역 최고위층부터 예비역 장교까지 '군피아(군대+마피아)'들의 복마전이었다.

합수단이 지금까지 적발한 방위사업 비리 규모는 육·해·공군, 방사청 등을 합쳐 총 1981억원에 달한다.

군사기밀이라는 이유로 소수의 군 관계자가 밀실에서 정책을 결정하고 사업을 집행하다보니 수천억원이 '눈먼 돈'이 돼 버렸다.

구체적으로 육군은 방탄복과 관련해 13억원, 해군은 유도탄 고속함 디젤엔진·차기 호위함 디질엔진·정보함 도감청 장비와 관련해 1707억원 규모의 비리를 저질렀다.

공군은 전투기 정비대금으로 243억원, 방사청은 방상외피 납품대금 등으로 18억원 등의 '검은 거래'가 이뤄졌다.

합수단이 그간 진행해온 공개수사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해군의 장비 납품과 관련한 사건으로 건수나 단위 액수로 볼때 해군 비리가 단연 압도적이다.  

◇현역-예비역-공무원 '비리 고리'…재판대에 오르는 '별' 숫자만 14개

합수단 출범 이후 그동안 방위사업비리로 입건된 인원은 모두 57명. 이 가운데 16명이 구속기소되는 등 23명이 재판에 넘겨졌고 34명은 수사가 진행 중이다.

군별로는 비리액수에 비례해 해군이 현역 2명, 예비역 8명 등 10명으로 가장 많은 인원이 포함됐다.

이어 공군은 예비역 3명, 육군은 현역 2명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신분별로는 장성급 예비역 5명을 비롯해 영관급은 현역 4명과 예비역 6명이 포함됐다. 공무원은 방사청 소속으로 전·현직 각각 1명씩 모두 2명이고 일반인은 6명이었다.

기소된 장성 출신은 대장 1명과 중장 3명, 준장 1명 등 모두 5명으로 '별' 숫자만 14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63·대장)은 재임 당시인 2008년 장비·부품을 납품하는 업체였던 STX조선해양, STX엔진 등에서 7억7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정 전총장과 STX그룹 사이의 '다리' 역할은 윤연 전 해군작전사령관(67·중장)이 맡았다.

전투기 조종사 출신이자 공군참모차장을 지낸 천기광(68) 예비역 중장은 예편 후 공군 부사관 출신이 설립한 전투기 부품 정비업체 블루니어에 입사해 243억원 규모의 부품 정비 비리를 저지르는 데 가담했다.

이 회사는 F-4 전투기, KF-16 전투기 등 부품을 정비 또는 교체하지 않고 거짓으로 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뇌물'부터 '군사기밀'까지…비리 백태(百態)

방산업체들은 군 재직시절 방위사업을 담당했거나 군 납품체계를 잘 알고 있는 전직 군인들을 영입해 조직적으로 비리를 저질렀다.

그동안 음지에서 우리 안보분야의 경쟁력을 훼손시킨 고질적인 민관유착 비리가 여전했다.

해군참모총장은 납품 대기업에 직접 돈을 요구하며 협박했고 공군참모차장 출신 예비역은 후배들이 조종할 전투기 부품으로 사기를 쳤다.

또 야전상의 납품권을 특정 업체에 몰아주는가 하면 문서를 위조해 총탄에 뚫리는 방탄복이 군에 납품되게 하는 등 육·해·공군에서 다양한 비리가 드러났다.

이같은 비리를 유형별로 보면 뇌물수수 및 공여가 13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재산범죄 5건, 문서 위·변조 4건, 알선수재 3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이 1건 등으로 집계됐다.

합수단은 그동안 감사원, 방위사업청 등과 공조해 군납 비리에 대한 수사를 주로 진행해 왔다. 때문에 '새로운 수사가 지지부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합수단은 앞으로 인지수사 영역을 넓혀가는 등 본격적인 방산비리 척결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합수단은 현재 수사대상을 전현직 군인과 방산업체 관계자뿐만 아니라 군 로비스트 등으로 확대해 본격 수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단 관계자는 "수사가 군과 안보에 직결되는 만큼 보안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밖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상당히 궤도에 많이 올랐다"며 "방산비리 관계자에 대한 단순 처벌에 그치지 않고 비리 구조와 시스템을 밝혀서 향후 비리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계속 수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wook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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