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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그대로' 무늬만 바뀐 국립대 기성회비…논란 2R

교육부 "재정파탄 막기위해 징수 불가피" 뒷짐…대학생 "불법을 합법화한 꼼수" 반발

(서울=뉴스1) 안준영 기자 | 2015-03-04 16:27 송고 | 2015-03-04 18:43 최종수정
지난달 2일 전국 31개 국공립대 기성회직원 대표자들이 국회에서 기성회비의 일반회계로의 단순 통합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지난달 2일 전국 31개 국공립대 기성회직원 대표자들이 국회에서 기성회비의 일반회계로의 단순 통합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기성회비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와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3일 국회를 통과했지만 논란은 식지않고 있다. 기성회비라는 명칭만 사라졌을뿐 그 실체는 수업료로 변형·포장된 것에 불과해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은 "어쩔수 없다"며 뒷짐을 지는 상황이어서 대학생들의 집단 반발 등 후폭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4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지난해 국·공립대 등록금이 400만원 정도인데 그 중 70만원이 수업료이고 나머지가 기성회비"라며 "기성회비를 다른 명목으로라도 지금대로 걷지 않으면 국·공립대 등록금은 사립대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드는 셈"이라고 말했다.
2014년 대학 평균 등록금은 국공립대는 409만2000원, 사립대는 733만4000원 정도다.

이 관계자는 "국립·사립대를 포함한 전체 대학에 지원되는 고등교육예산이 연간 9조원 정도"라며 "1조3000억원에 달하는 기성회비가 펑크날 경우 대학 재정은 파탄날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국립대 재정난을 막기위해선 명칭이 없어지더라도 기성회비 내용 자체를 없던 것으로 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다. 2013년 기준 기성회비는 1조3400여억원으로 전체 국립대 예산 총액의 17%나 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 국가장학금 지급, 등록금 인하 등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추진해왔다"며 "현재 소득 하위 4분위까지 학생은 장학금으로 등록금을 100% 커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날 국회에서 통과된 '국립대학회계법'은 국·공립대의 일반회계와 기성회회계를 '대학회계'로 합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의 적용을 받는 국립대는 40곳, 공립대는 8곳이다.

기성회회계는 학생들이 낸 기성회비로 운영돼 왔다. '국립대학회계법' 제정으로 올해 1학기부터는 수업료와 기성회비로 짜여졌던 국립대 등록금이 수업료로 일원화된다. 즉 지금까지 등록금고지서에는 수업료와 기성회비 항목이 구분돼 있었는데 이제는 수업료 항목만 기재된다는 뜻이다.

기성회비란 원래 수업료 외에 학부모가 자율적으로 내는 협찬금 성격이다. 국립대 운영은 원칙적으로 국가가 책임져야 하지만 만성적인 재정부족에 따라 1963년 '기성회 준칙'(옛 문교부 훈령)을 통해 관행적으로 기성회비를 등록금에 포함해 걷어왔다.

국립대 기성회비는 일종의 후원단체인 기성회 이사회의 의결로 운영된다. 기성회는 재학생의 학부모가 주된 구성원이다. 학부모가 주도가 돼 대학 총장에게 기성회비를 써달라고 위탁하는 형식이다. 그간 기성회비는 기성회 직원 인건비, 교육시설 개선, 학생 취업 지원 등에 활용돼 왔다.

문제는 2010년부터 학생들이 "법적 근거도 없는 기성회비를 등록금으로 걷고 있다"며 반환 소송을 내면서 불거졌다.

기성회비는 법원 1, 2심에서 잇따라 불법으로 판결이 났는데 이번에 기성회비 이름을 없애는 관련 법이 제정된데 대해 대학생들은 기성회비를 대학이 이름만 바꿔 징수하는 쪽으로 정치권이 길을 터준 셈이라고 반발했다.

한 대학생은 "기성회비 반환소송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면서 "법원이 불법이라고 판결했음에도 정치권이 대체법안으로 이를 비켜가면서 재정 부담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그대로 지우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민간 싱크탱크인 대학교육연구소는 "법안 내용 중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정부의 재정지원 여부가 불명확하다는 것"이라며 "'노후시설 및 실험·실습기자재 교체' 예산만 안정적으로 지원하고 국립대 재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 시설확충비 등은 단지 '노력하겠다'고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법안대로라면 기존에 국립대에 지원하던 규모 이상으로 예산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별로 없다"며 "국립대에 지원되는 국고가 부족할 경우 대학들은 등록금이나 공개강좌 등 자체 수입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기성회비 반환 소송을 주도해온 반값등록금국민본부의 심현덕 간사는 "5년간 소송을 통해 기성회비 폐지 노력을 해왔는데 등록금 인하는 전혀 없이 기성회비가 전액 수업료로 전환된 결과로 이어져 허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and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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