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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도 마르기 전에 보완론…김영란법 어디까지 손대나?

직무관련성 불문, 부정청탁 유형, 수사기관 권한 과도 등 논란 여전
경조사비 등 대통령령 규정도 불씨
정무위에 혼자 남은 '이해충돌 방지' 조항도 논의 필요

(서울=뉴스1) 김유대 기자 | 2015-03-04 16:34 송고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이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최초 제안자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국제회의 참석차 유럽으로 출국하고 있다. 2015.3.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이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최초 제안자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국제회의 참석차 유럽으로 출국하고 있다. 2015.3.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등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잉크도 마르기 전에 수술대에 오를 조짐이다.

본회의에서 92.3%라는 압도적인 찬성률로 통과된 것과 무관하게 곳곳에서 법적 미비점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란법 처리에 합의한 여야 원내지도부도 법 시행까지 1년 6개월의 유예기간 동안 보완 작업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4일 "1년 6개월의 준비기간 동안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면 하겠다"며 "입법의 미비점이나 부작용에 대해 겸허한 자세로 모든 목소리를 듣겠다"고 밝혔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역시 앞서 "이례적으로 유예기간을 1년6월로 둔 것은 필요하면 합의해서 개정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가 법 시행까지 보완 작업에 나서면 금품수수 금지와 관련한 직무관련성 및 대가성 불문 조항과 부정청탁 개념의 모호성 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금품수수 금지와 부정청탁 규정은 김영란법의 핵심 조항인 만큼 큰 틀의 수정은 불가능하겠지만, 부작용 우려를 반영해 일부 손질을 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김영란법 협상 막판 100만원을 초과한 금품을 수수한 공직자는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을 불문하고 형사처벌하고, 직무관련성이 있는 100만원 이하 금품수수에 대해선 과태료를 부과하는 김영란법 초안 및 정무위 통과안에 수정을 검토하기도 했었다.

금액을 기준으로 형사처벌과 과태료를 나누는 것은 형사법 체계와 맞지 않고, 직무관련성 불문 조항 역시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여야는 결국 정무위 통과안대로 '100만원 기준, 직무관련성 및 대가성 불문' 조항을 유지했지만 이에 대한 문제 제기는 김영란법이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판사 출신으로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금액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직무관련성이 있으면 형사처벌하고, 직무관련성이 없는 경우에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방식으로 갔어야 법 체계와 맞다"며 "돈을 받으면 무조건 처벌한다고 규정한 것은 과잉금지 원칙 위배에 해당한다"고 했다.

15개 금지 유형과 7개의 예외 유형을 규정한 부정청탁 조항 역시 개념의 모호성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하다.

이상민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은 "김영란법이 위헌성과 결함이 많고, 형사 처벌 규정임에도 애매모호한 조항이 많
아 선의의 피해자들이 생길 수 있다"며 "서둘러 보완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부정청탁 개념 논란과 금품수수 금지 규정을 둘러싸고는 수사기관의 표적수사 등 자의적 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처벌 대상 행위와 적용 대상이 넓다보니 검찰과 경찰이 마음만 먹으면 수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검찰과 경찰이 자의적으로 수사를 선택할 경우 상당한 부작용이 예상된다"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장치를 추가하고, 법 적용 요건을 명확하게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도 "김영란법이 언론길들이기나 수사기관의 표적수사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며 "법이 악용되지 않도록 항상 관심을 갖고 제도 개선에 국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김영란법 처리 과정에서 막판 쟁점 가운데 하나인 '배우자' 규정을 두고도 법 시행까지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 일각에서는 공직자 등이 배우자가 금품을 받은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 등에 처하도록 한 규정에 문제를 지적한다. 불고지죄에 해당하는 이 같은 조항은 형법 체계와 충돌한다는 것이다.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친족 간 신고의무를 면책하고 있는 형법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어떻게 법에 반영할지 검토를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조사비, 음식물, 선물 등의 허용 가액을 정할 대통령령 역시 논란의 불씨다.

김영란법은 금품수수 금지의 예외 규정으로 사교의 목적과 원할한 직무수행 등을 위한 경조사비 등의 허용 가액을 대통령령으로 규정토록했다.

현행 공무원 행동강령과 지침은 통상적인 관례에서 제공할 수 있는 선물과 음식물 등은 3만원, 경조사비는 5만원 이내로 한도를 두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기준을 준용해 김영란법을 시행할 경우 요식업 등 서민경제의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김영란법 8조3항(경조사 등 금품수수 예외규정)에서 예외로 인정되는 대통령령은 서민경제와 관련이 큰 만큼 행정부와 면밀하게 상의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원안에는 있었지만 이번 본회의 통과안에서는 빠진 이해충돌 방지 조항도 여야의 과제로 남아 있다.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부정청탁, 금품수수 등과 함께 김영란법의 한 축인 이해충돌 방지 조항은 일단 제외한 채 법안을 처리했다. 이해충돌방지 조항은 특히 국회의원과 관련성이 커, 자신들에게 불리한 것은 쏙 빼고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가족·친지 등의 소속 기관이나 유관기관 취업을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이해충돌 방지 조항은 법안 심의 과정에서 연좌제 등 위헌 논란을 불러왔다.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극단적으로 적용할 경우 예컨대 국정 전반을 관리하는 국무총리의 친족은 취업이 원천 차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정무위는 김영란법 의결 당시 일단 본회의에서 처리해 법을 제정한 뒤, 추가 검토를 거쳐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포함한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yd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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