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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비극' 역사물에 빗댄 김탁환 '목격자들' 출간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5-03-04 15:46 송고
© News1

세월호의 아픔을 소설로 승화시킨 김탁환 소설가의 '목격자들'(민음사) 1,2권이 출간됐다.

그간 세월호 참사를 다룬 소설 '세월호, 꿈은 잊혀지지 않습니다'(타래), 4·16 세월호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의 논픽션 '금요일엔 돌아오렴'(창비), 계간 문학동네의 세월호 특집 등은 세월호의 '느낌(아픔)을 공유'하고 '기록'하기 위한 문인들의 몸부림이었다. 어떤 문인은 고통이 너무 커서 펜을 내려놨고 일부는 거리에 나섰다. 하지만 정밀한 기록은 가장 가까운 시점에서 해야 하기에 고통스러우면서도 세월호의 기록은 계속됐다. 그러나 일차적인 기록을 넘은 좋은 문학작품은 나타나지 않았었다. 문학의 덕목인 좋은 의미의 '거리 두기'가 가능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를 목격하고나서 작가 역시 한달 동안 아무것도 쓸 수 없었다. 20년 가까이 매일 아침 글을 썼던 작가는 침묵 후에 현실에 희망이 없다면 소설에서라도 희망의 불꽃을 만들자고 결심한다. 그가 쓴 역사 추리소설 속에서 탐정들이 흉악범을 연이어 잡더라도 세상을 바뀌지 않았다. 하나의 사건에서 정의를 구한다고 해서 사회 부조리가 모두 걷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어두움을 그대로 담아보자, 그 어두운 삶을 이어가는 민초들을 그려보자고 결심한 것이다.

이 작품은 세월호의 비극과 유사한 실제 기록으로 남아있는 조선시대 조운선(漕運船·조세로 바치는 곡식 등을 운반하는 배) 침몰사건을 소재로 다룬다. 일종의 역사를 매개로 한 '거리 두기'가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목격자들'은 '백탑파 시리즈'인 '방각본 살인사건'(2003), '조선 명탐정'이란 제목으로 영화화된 '열녀문의 비밀'(2005), '열하광인'(2007)을 8년만에 잇는 작품이다. '백탑'은 탑골공원의 ‘백탑’(원각사지 10층석탑)을 뜻한다. 조선 문예부흥기인 정조시대에 백탑 아래 모여 학문과 예술, 경제를 논하던 젊은 실학자들의 이야기를 담았기에 '백탑시리즈'다. 

실제 있었던 사건이기도 한 작품 속의 현실은 놀랍도록 세월호의 상황과 유사하다. 전국의 조운선이 동시에 침몰하는 기이한 사고 후의금부 도사 이명방과 조선명탐정 김진, 담헌 홍대용은 은밀히 내려진 어명에 따라 사건의 진실을 파헤친다. 가깝게는 세곡을 직접 징수하는 말단 직원부터 가장 큰 권력을 움켜쥐고 있는 영상까지 조운선을 둘러싸고 각자의 욕망과 이기심을 채우기에 바빴던 모습은 2014년 세월호의 판박이다. 혼란스런 시국을 틈타 새로운 왕조의 출현을 예언한 '정감록' 무리까지 이 사건을 계기로 혼란에 편승한다. 이 작품에서 사건은 통쾌하게 해결되지만 사건의 모체가 되는 사회의 어두움은 여전히 남는다. 그리고 그 어두움을 목도하면서 우리는 삶을 지속한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이 작품이 세월호의 아픔을 기록하고 잊지 않기 위한 자기나름의 기억법임을 명시하고 있다. 그는 "또 거짓말 아니냐고 비난하시더라도 이번엔 진짭니다. 이 많은 범죄, 이 지독한 악취, 이 뿌연 풍광을 외면하지 않고...달리고 또 달리겠습니다"라고 다짐하고 있다. 그리고 독자에게도 구경꾼으로 남지 말고 역사의 목격자로 남자고, 그리고 잊지 말자고 작품을 통해 말하고 있다.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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