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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올릴때는 LTE급?…정유사 공급가격 얼마나 올렸나

정유사 공급가격 4개월분 뜯어보니 '싱가포르 국제가격'과 동반 움직임
정유사공급가격, 지난해 10월 리터당 764원…지난달 3주차 평균 523원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2015-03-03 18:23 송고 | 2015-03-04 08:17 최종수정
경북 구미 시내의 한 주유소.© News1 장은지 기자
경북 구미 시내의 한 주유소.© News1 장은지 기자


"기름값 내릴 때는 50일 걸린다고 거짓말하고 올릴 때는 3일 걸렸다. 이게 무슨 이론이냐?"
기름값이 상승하면서 내려갈 때는 '게걸음'이던 휘발유값이 오를 때는 'LTE급'이라는 비난여론이 뜨겁다. 비난의 화살은 정유사로 향하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 국면에서는 공급가격을 느리게 반영하더니, 유가상승시에는 공급가격을 재빠르게 올려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정유사들은 공급가격을 더 빨리 올린 적이 없다고 항변한다. 실제 공급가격 변동 추이를 보면, 공급가격은 싱가포르 제품가격과 연동해 결정될 뿐, 임의대로 더 빨리 올리거나 늑장을 부리며 내린 적이 없다는 것이다. 

정유사들은 소비자들이 기름값 인상 속도가 빠르다고 느끼는 것은 말그대로 '체감' 탓이 크고, 전국 1만2000여개의 주유소가 최종 가격을 결정하는 구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유소마다 인건비와 지대, 마케팅비용 등이 천차만별이고 탱크에 보유한 재고와 그 재고를 구매한 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한 지역에서도 주유소간 가격차이가 리터당 약 500원까지 벌어진다. 

3일 오후 전국의 휘발유 평균판매가격은 1488.86원이다. 전국 휘발유 평균판매가격은 지난 1월 18일 6년만에 1400원대에 진입했다. 1월 들어 전국 곳곳에서 1300원대 주유소가 급속히 확산됐지만, 전국 평균가격은 1300원대까지는 내려가지 못했다. 
국내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석유제품(휘발유, 등유, 경유)의 가격은 국제원유시장이 아니라 역내 최대 트레이딩 시장인 '싱가포르'에서 거래되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을 기반으로 한다.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들은 싱가포르 국제제품가격에 환율변동분을 반영하고 유통비용 등 각종 비용을 붙여 주유소에 판매한다.

여기에 정부가 부과하는 유류세가 붙고, 주유소가 유통비용과 마진을 추가하면 최종 소비자가격이 결정된다. 주유소업계가 말하는 최저가격은 1300원대다. 비중이 64%에 달하는 유류세와 유통비용 등을 고려하면 1300원대 이하로는 내려갈 수 없다는 것이 주유소협회측 설명이다. 전국 최저가 주유소로 유명세를 탄 충북 음성 상평주유소는 유일하게 리터당 1245원에 판매한 바 있다. 

2015.03.03/뉴스1 © News1
2015.03.03/뉴스1 © News1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정유4사의 평균공급가격은 싱가포르에서 거래되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 변동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국제제품가격이 오르면 정유사 공급가격도 함께 올랐다. 내려갈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1월 3주를 보면, 전주대비 국제제품가격은 올랐지만, 정유사의 공급가격은 반대로 내려갔다. 12월 2주와 1월 2주를 비교 해봐도 정유사 공급가격의 하락폭이 국제제품가 하락폭보다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월 3주에도 국제석유제품가격 인상폭보다 정유사공급가격 인상폭이 더 작았다. 

지난해 10월 1주 국제석유제품가격은 리터당 703.19원이었고, 정유사들의 평균공급가격은 764.48원이었다. 이후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한 달여 뒤인 11월 2주 국제석유제품가격은 615.42원으로 10월 1주 대비 87.77원 떨어졌다. 이기간 정유사 공급가격은 716.8원으로 47.68원 하락했다. 1월 2주에는 국제석유제품가격이 전달대비 148.26원 하락했다. 국제석유제품가는 355.55원으로 최저점을 찍었다. 이기간 정유사공급가격도 170.43원 떨어진 451.12원까지 내렸다. 12월 2주~1월 2주 약 한 달간 국제제품가격은 148.26원 떨어졌지만, 정유사 공급가격은 국제제품가격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 달 새 170원 가량 공급가는 내렸다. 

그 다음주인 1월 3주에는 국제석유제품가격인 366.15원으로 전주보다 10.6원 올랐다. 그러나 공급가는 오히려 내려갔다. 이기간 정유사의 공급가격은 437.56원으로 전주보다 13.56원 떨어졌다. 1월 4주 들어 국제석유제품가격은 363.84원으로 다시 내려갔고, 이때 공급가는 398.2원으로 최저점을 찍었다. 1월 3~4주 사이 국제제품가격 하락폭은 2.61원이었는데 정유사 공급가 하락 폭은 이보다 더 큰 39.36원이었다. 

2월 들어 국제제품가와 정유사공급가격은 함께 올랐다. 국제제품가는 400원대를 회복했고, 정유사 공급가격도 400원대로 다시 진입했다. 2월 3주도 동반 상승했다. 이기간 국제석유제품가격은 485.44원으로 전주대비 24.18원 올랐다. 정유사 공급가격은 14.48원 오른 523.44원으로 집계됐다. 

국제제품가격에서 정유사 공급가격을 뺀 금액에서 수송·수급비용과 마케팅, 품질관리비용 등을 제하면 정유사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마진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1주 국제제품가격에서 정유사 공급가격을 뺀 금액은 61.19원이다. 공급가격이 최저점을 찍었던 1월 4주에는 34.36원, 정유사들이 본격적으로 공급가격을 올린 2월 1주에는 20.81원이다. 공급가격이 500원을 넘어선 2월 3주에는 38원이다. 계산해보면 정유사의 유통 등 비용+마진은 최소 21원에서 최대 120원(리터당) 정도다. 회사가 영업비밀로 숫자를 공개하지 않는 국내환경 기준 적용 등 스펙 보정비용과 유통비용 등을 제하면, 실제 정유사가 가져가는 마진은 한 자릿수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가 내수 판매에서 벌어들이는 영업이익률은 1%대에 불과하다"며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은 오해이며, 한국석유공사에 매주 공급가격을 보고하기 때문에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 없는 구조"라고 항변했다.

또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차라리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던 시절로 돌아가는 게 속편하겠다고 하소연했다. 1997년 '석유시장 자유화'로 정부의 '고시 가격제'가 없어져 정유사들은 자율적으로 제품가격을 정할 수 있게 됐다. 1997년 이전에는 정부가 최고 가격을 정해놓으면 정유사가 이 가이드라인에 맞춰 가격을 결정하는 구조였다.

이 관계자는 "1997년 석유자유화 이후 가격고시제가 폐지되긴 했지만, 여전히 공급가격을 석유공사로부터 모니터링 받고 있다"며 "최근 정유사가 기름값을 마음대로 올린다는 비난이 지나쳐 차라리 가격고시제가 부활되면 이같은 속앓이는 안해도 될 것 같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se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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