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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건설, 계열분리 임박…그룹 사업구조 재편 '도화선'

동부건설 주식 감자 예정, 특수관계인 지분 1%↓
그룹 모태기업 계열분리…금융 위주 재편 불가피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2015-03-04 07:00 송고
서울 용산구 동부건설 본사 로비 모습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 용산구 동부건설 본사 로비 모습 © News1 민경석 기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동부건설이 내달 초 그룹 계열사에서 떨어져 나온다. 앞선 1월 동부제철 역시 계열사 지위를 잃은 상황으로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주력 사업으로 삼았던 제철과 건설 부문에서 모두 손을 떼야만 한다.

특히 그룹 모태기업인 동부건설이 동부 품을 떠나게 되면서 그룹 사업구조는 제조업에서 금융사업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동부건설 채권단은 다음달 3일 채권자집회를 열고 대주주·특수관계인 주식에 대한 무상 감자 안건을 심의한다.

주식 감자는 회사가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발행 주식 수를 줄이는 것을 말한다. 기업은 자본금을 감소시키는 대신 감자 차익을 통해 결손금을 털어낼 수 있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주 활용된다.

동부건설 채권자집회에서는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에 대해 최소 100대 1 비율로 무상 감자가 의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동부제철 임시주주 총회에서는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주식에 대한 100대 1 무상감자가 의결됐다. 동부제철은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체제인데 반해 동부건설은 법정관리를 밟고 있다는 점에서 이날 결정되는 감자 비율은 100대 1을 웃돌 가능성이 높다.
100대 1 비율로 감자가 결정된다고 가정하면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과 김 회장 외아들인 김남호 동부팜한농 부장, 동부CNI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1% 미만으로 떨어진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동부건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김 회장 23.97%, 동부CNI 15.55%, 김 부장 4.05% 등 총 51.52%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라 대기업집단에 속한 기업은 특수관계인 지분이 30% 이하로 떨어지면 계열사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

동부건설 전신은 1969년 설립된 미륭건설이다. 김 회장은 대학생 때 미륭건설을 창업해 40년간 건설과 철강을 그룹 주력 사업으로 키워왔다. 이같은 동부건설을 김 회장이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제조업 분야에 대한 구조조정이 실패하면서 금융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이라도 지켜야한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선택으로 해석된다.

동부그룹은 동부CNI가 제조업 부문에 대한 지주회사 역할을 담당하고 금융은 동부화재를 정점으로 계열사를 거느리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비금융과 금융이 지분구조에서 분리된 덕에 동부건설 법정관리 등 주력 계열사들이 경영부침을 겪는 도중에도 금융부문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동부그룹의 금융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동부화재는 삼성화재보험에 이어 손해보험업계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회사다. 매년 3000억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내고 있는 동부화재는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도 맡고 있다.

김 회장 외아들인 김남호 동부팜한농 부장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오너 일가가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려면 적자폭이 확대된 비금융 부문에서는 손을 떼고 금융 계열사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해 12월 기준 동부화재 최대주주는 이 회사 지분 14.06%를 보유하고 있는 김남호씨다.

재계 관계자는 "동부건설이 계열사에서 떨어져 나가면 그룹 사업구조는 금융 중심으로 재편되는 수순을 밟게 된다"며 "김 회장은 건설과 제철에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지만 오너 일가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룹 제조업 계열은 동부대우전자와 동부팜한농 등이 명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동부그룹은 경영악화 속에서도 동부대우전자와 동부팜한농에 대한 투자를 유지해왔다. 동부대우전자는 지난해부터 1000억원 가량을 투자해 글로벌 생산기지 재편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동부팜한농도 5년 안에 연간 5억 달러 규모의 신규 매출을 창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 관계자는 "동부그룹이 금융계열 중심으로 사업구조가 재편되고 있지만 김 회장은 건설로 시작해 철강 등 비금융 사업을 통해 그룹을 키워왔다"면서 "김 부장이 금융회사가 아닌 동부팜한농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것은 제조업에 대한 김 회장의 애정이 여전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haezung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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