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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캠프에서 감독들이 진짜 열 받는 이유

(오키나와=뉴스1스포츠) 이창호 기자 | 2015-02-28 09:16 송고 | 2015-02-28 09:17 최종수정

김기태 KIA 감독의 얼굴엔 허탈한 표정이 역력했다.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9연패를 당한 것 때문 만이 아니다. ‘뭔가 해보라’고, ‘자기의 역할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배려했건만 ‘돌아온 답’이 실망스러운 탓이다.

KIA는 27일 오키나와 킨 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연습경기에서 11-16으로 패했다. 선발 임준혁부터 김명찬(5회), 심동섭(6회), 박성호(7회), 김지훈(8회), 고영창(9회) 등 6명의 투수가 나가 홈런 4개를 포함한 19안타를 맞았다.

KIA 마무리 1순위 후보인 심동섭이 27일 오키나오 킨 구장에서 열린 넥센전에서 6회 구원 등판해 이대진 투수 코치가 지켜보는 가운데 연습 피칭을 하고 있다. © News1스포츠 / 오키나와=이창호 기자
KIA 마무리 1순위 후보인 심동섭이 27일 오키나오 킨 구장에서 열린 넥센전에서 6회 구원 등판해 이대진 투수 코치가 지켜보는 가운데 연습 피칭을 하고 있다. © News1스포츠 / 오키나와=이창호 기자

“투수들이 맞을 수도 있고, 승부에서 질 수도 있다. 그러나 내용이 문제다. 넥센전은 최악이었다.”

김기태 감독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올 시즌 마무리 후보로 낙점한 심동섭의 투구 내용을 가장 아쉬워했다.

심동섭은 5-6으로 뒤진 6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큰 점수차로 지고 있는 게임에서 마무리 투수라고 9회에 나가면 심리적으로 투쟁심이 결여될 뿐 아니라 정상적인 피칭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1~2점 차에서 적응력을 키워가라고 배려한 첫 등판이었다.
거기에다 김 감독은 일부러 ‘부담없이 던지라’고 넥센의 하위 타선에 맞춰 등판시켰다. 

그러나 심동섭은 첫 타자인 7번 김하성에게 좌월 1점 홈런을 맞았고, 8번 임병욱에게도 연이어 우전안타를 허용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사 1루에선 1번 김지수에게 우월 2루타를 맞더니 2사 후 3번 대타 서동욱에게 또 중월 3점포를 내줬다.

1이닝 동안 7타자를 상대로 21개의 공을 던지면서 홈런 2개를 포함한 4안타로 4점을 헌납했다.

김기태 감독은 깊은 시름에 빠진 것은 물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를 정도로 열을 받았다.

염경엽 넥센 감독도 전날 삼성과의 연습경기에서 똑같은 경험을 했다. 염 감독은 13-7로 앞선 8회초 김영민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러나 실망스러웠다.

첫 상대였던 2번 박찬도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더니 3번 박계범에게 우전안타, 4번 우동균에게 우월 2점포를 맞았다. 5번 이승엽 대신 대타로 나선 문선엽은 중전안타, 7번 구자욱은 좌전안타를 치고 줄줄이 진루했다.

구위를 떠나 4타자 연속 안타를 허용한다는 것은 아무리 연습경기라지만 용납할 수 없었다.

염 감독은 이례적으로 김영민의 이틀 연속 등판을 지시했다. 김영민 27일 KIA전 때 8회부터 다시 마운드에 올렸다. 정신을 차렸다. 3타자를 상대로 공 12개를 던지면서 삼진 2개를 잡고 무실점 피칭을 했다.

염 감독은 김영민 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에서 조상우 때문에도 열을 받았다. 13-9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올렸다. 김영민과 똑같았다. 선두타자 9번 김재현에게 우전안타, 1번 백상원에게 중전안타, 2번 박찬도에게 볼넷을 내주는 등 코칭스태프의 마음과는 전혀 다른 투구를 했다. 결국 1이닝 동안 9타자를 상대하면서 43개의 공을 던졌고, 4안타와 볼넷 2개로 3점을 내줬다.

김영민과 조상우는 올 시즌 한현희가 선발로 보직을 바꿨기 때문에 넥센 불펜의 중심이다.

프로야구 10개구단 감독은 스프링캠프의 연습경기에서 모든 선수를 주목하지 않는다. 매 경기마다 2~3명 정도의 ‘관심 선수’에게 초점을 맞춰 기량을 점검한다. 나머지 선수들은 검증이 끝났지만 코치들의 보고를 통해 옥석을 가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런 ‘관심 선수’들이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면 쓴 소리를 서슴지 않는다.

류중일 삼성 감독이 26일 넥센전에 선발로 나가 3이닝 동안 홈런 1개를 포함한 10안타와 볼넷 3개로 무려 9점을 내준 정인욱을 향해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불같은 화를 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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