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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가까워진 미일, 서먹해진 한미…원인은?

정부, 과거사에 매진할 동안 아베정권 미국과 공조강화
외교소식통들 "對中-韓美 관계는 반비례"

(서울=뉴스1) 김승섭 기자 | 2015-02-24 17:55 송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 AFP=뉴스1 2015.01.25/뉴스1 © News1

한미동맹과 관련, 우리 정부는 양국 간 "빛 샐 틈 없는 공조관계에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정작 미국 워싱턴 정가에서 흐르는 기류는 한국에 대해 딱히 우호적이지만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정부가 일본과 과거사 반성문제를 두고 갈등하는 사이 아베신조 정권은 미국의 국제정책과 이익에 적극적인 행동을 취함으로써 오바마 행정부의 신뢰를 튼실히 쌓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아베 총리는 오는 4월 말이나 5월 초 방미해 미국 의회에서 연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성사될 경우 한국으로서는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과거 2006년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미 의회 연설을 추진했으나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에 발목을 잡혀 무산됐는데 과거사에 대한 아베정권의 진정한 사과 없이 연설이 이뤄질 경우 미국이 국제사회에 일본 정부의 입장을 암묵적으로 지지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달 초 워싱턴D·C를 방문한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미주연구부장)는 24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 과거사 문제에 대해 잘못됐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미국이)개입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라며 "지금 미국은 전략적인 이익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아베 정부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행동을 계속해준다면 그걸 뿌리치면서까지 역사문제에 개입할 의향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평화헌법으로 인해 자위대를 파견할 수 없는 입장이었던 일본 정부가 1991년 걸프전 당시 '수표외교'라는 비난을 감수해가며 130억 달러를 지원한 사례를 들며 "냉전 이후 일본은 좀 더 적극적으로 대외정책을 펴고, 미국에 공조해야겠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미국에서 나온 각종 보고서를 보면 이미 일본의 보통국가화를 지지하며 헌법개정은 일본 국내 결정사항이라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금 당장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일본은 한국보다 국력이 크고 적극적으로 중국에 대한 견제 전략을 펴고 있다"며 "한·일 양국 중 누가 더 미국에 협조적으로 나서느냐에 따라 동맹관계에 방점이 찍힐 것"이라고 했다.

실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방한해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일본 지도자들의 역사 인식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위안부 문제에 대해) 당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하고 분명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끔찍하고 매우 지독한 인권침해 문제라고 생각한다. 위안부 피해 여성들이 인권을 침해당한 것은 전쟁 상황임을 감안하더라도 쇼킹한 일이었다"고 강조해 과거사 문제를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아베 총리와 일본 국민들도 과거에 대해 보다 솔직하게, 그리고 공정하게 이해를 해야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제가 일본과 한국 국민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우리가 과거를 돌아보기도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해 과거에만 집착하는 관계는 지양했으면 한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을 통한 집단자위권확대, 즉 보통국가화 시도에 대해서도 미국 정치권에선 "일본이 결정 내릴 사안"이라고 말하고 있다.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 대사도 지난달 27일 한국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집단자위권 확대에 따른 동북아의 긴장고조 여부에 대해 "유엔 헌장 안에서 일본이 결정 내린 사안이고 미국이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밝혔듯이 미국은 이미 일본의 헌법개정과 이를 통한 군사력 확대를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3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중재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이 과거사에 대한 3국 정상의 시각차만 확인하는데 그친 점을 들어 "오바마 대통령에게 그 이상의 역할을 다시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미국 내에서는 양국간 과거사 문제에 대해)더 이상 미국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있다"고 말했다.

봉 연구위원은 "과거사는 우리에게 정체성의 문제인데 그 입장은 일본도 마찬가지"라며 "정부는 일본에 과거사 문제에 대한 진정한 반성을 계속해서 요구해야겠지만 보다 냉철하게 한미, 일미관계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한미 간의 관계가 다소 소원해진 듯한 기류가 흐르는 것이 한일 간 과거사를 둘러싼 갈등 때문만은 아니라는 얘기도 나온다.

진보성향의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악화된 한미관계는 보수성향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며 회복됐다가 현재 박근혜 정부 들어 대중(對中) 외교에 공을 기울이면서 다소 서먹해졌다는 것이다.

동북아를 넘어 세계의 패권을 넘보는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 미국으로서는 동맹국인 한국이 중국과 가까워지는 것이 달가울리 없다.

한 외교소식통은 "솔직히 우리가 계속해서 한중관계를 강화시키는 상황은 미국 입장에서 볼 때 아베정부와의 미일동맹 강화가 자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의 한반도 배치를 두고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중국에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우리 정부를 미국으로선 탐탁치 않을 수 있다.

일각에선 최근 워싱턴발로 잇따라 터지고 있는 "한반도 사드 배치" 돌출 발언이 미국의 불편한 심기를 에둘러 표출한 것이라는 얘기마저 나온다.

연초 방한한 미국의 고위당국자들은 일관되게 양국 정부에서 사드 한반도 배치와 관련해 결정하거나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으나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사드의 한국 배치에 관해 동맹국인 한국과 지속적인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해 양국 정부를 곤란하게 했다.

커비 대변인의 발언은 복수의 미국 고위당국자들에 의해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논의된바 없다"고 정정됐지만 그에 대한 여진은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cunja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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