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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전문가들 “어린이대공원 사자 살처분 안된다”

뉴질랜드 동물원 코끼리 사육사 사망사고도 전례

(서울=뉴스1) 장우성 기자 | 2015-02-16 18:14 송고
13일 오후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이 서울지역 AI(조류인플루엔자) 발생과 사육사 사망사고로 통제되고 있다.  2015.2.13/뉴스1 © News1 한재호 기자
13일 오후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이 서울지역 AI(조류인플루엔자) 발생과 사육사 사망사고로 통제되고 있다.  2015.2.13/뉴스1 © News1 한재호 기자

12일 일어난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맹수 사육사 사망사고 이후 참변을 일으킨 사자들의 뒷처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어린이대공원 측은 일단 사자를 내실에 둔 후 행동변화를 관찰하고 국내외 사례를 검토해 처리 방안을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동물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사육사와 동물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책임을 묻기 힘들다며, 사자를 일반관람객이 볼 수 있는 일반 전시장에서 노출시키지 않는 방법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아직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갇혀있는 동물에게 생명을 빼앗는 형벌을 내리는 것은 가혹하다는 것이다.

에버랜드 원장을 지낸 신남식 서울대 교수는 "서울대공원의 전례도 있으니 사고를 일으킨 사자가 내부 장소에서 관람객과 접촉하지 않도록 여생을 보내게 하는 쪽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서울대공원에서 2년 전 사고를 일으켰던 호랑이 로스토프는 현재 일반 관람객과 마주치는 전시장에는 나오지 않고 있다. 로스토프가 생활하는 '뒷 방사장'에는 모두 6마리의 호랑이가 단독 우리에서 생활하고 있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사고에 대한 징벌적 의미보다 암컷과의 접촉을 막는 등 개체수 관리를 위해 로스토프를 뒷방사장에서 관리하고 있다"며 "독립생활을 하는 호랑이에게는 사람의 시선이 있는 전시장보다 단독 공간이 심리적으로 더 안정이 된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대공원의 호랑이는 22마리로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더이상 개체 번식을 할 경우 동물복지나 관리 차원에서도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자연적으로 개체수가 줄어들기 전까지는 로스토프가 암컷 등 다른 호랑이와 합사하는 일은 검토되지 않을 전망이다.

동물원에서 벌어지는 사람과 맹수 사이의 사고는 기본적으로 동물원의 시스템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맹수의 경우 사람에 길들여질 수 없기 때문에 동물원 측의 꾸준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진수 건국대 교수(수의학)는 "사람을 공격한 동물은 이후에도 재발의 위험성이 있어 살처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맹수의 본능을 살려주면서도 안전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 동물원의 임무다. 윤리적 판단 능력이 없는 동물에게 가혹한 책임을 묻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항 서울대 교수(수의학)는 "맹수를 관리하는 사람은 처음에는 위험성을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만 시간이 지나 습관화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동물원은 만의 하나 실수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을 크로스체킹하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투자를 게을리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어린이대공원 사육사 사망사고와 비슷한 참변은 2012년 4월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있는 프랭클린 동물원에서도 일어났다. 이 동물원의 원장이자 사육사인 헬렌 스코필드가 '밀라'라는 이름의 암컷 코끼리에게 입은 부상으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서커스단에서 30여년 곡예를 벌이다 동물보호운동가들에게 구출돼 이 동물원에 온 밀라는 당시 전기담장에 몸이 닿자 우리 안에 들어와있던 스코필드를 코로 감아올려 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스코필드는 밀라가 동물원으로 온 뒤 적응을 돕기 위해 물심양면 노력했던 것으로 유명했다. 사고 몇시간 전에도 관람객들에게 밀라의 상태를 설명하며 애정을 부탁했던 것으로 알려져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현재 밀라는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으로 옮겨 다른 코끼리들과 함께 생활하며 관람객들에게도 선을 보이고 있다.


never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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