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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문화융성 '철통보안' 정책발표회에 문체부 '대략난감'

청와대 일방적 보안 요구에 '대통령' 이벤트 전락…창조경제 핵심 '문화창조융합벨트' 정책 발표

(서울=뉴스1) 박태정 기자 | 2015-02-12 16:25 송고 | 2015-02-13 16:00 최종수정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M센터에서 열린 문화창조융합벨트 출범식에 참석해 연습중인 창작 뮤지컬 배우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11일 오후 문화체육관광부 대변인실은 불난 호떡집이 됐다. 별다른 예고도 없이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 등과 관련해 대변인실이 발표 2시간을 앞두고 출입기자에게 e메일로 전달한 보도자료에는 문체부 핵심 정책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청와대 발로 만들어진 자료에는 기획부터 제작, 구현, 재투자까지 융복합 문화콘텐츠 산업이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문화창조융합벨트'를 구축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빼곡했다.

이날 문을 여는 '문화창조융합센터'부터 한국관광공사에 들어선다는 '문화창조벤처단지', 홍릉 산업연구원(KIET) 부지에 만들겠다는 '문화창조아카데미'까지 상당히 구체적인 플랜이 제시됐다.

일산에 1조원을 들여 10만평 규모의 한류 콘텐츠 제작 거점인 'K컬처 밸리'를 조성하고 2018년까지 제주 중문단지에 '융복합공연장'을 건설하겠다는 대규모 민관 합작 투자 계획도 내놨다.

그동안 '창조경제의 핵심'이라는 추상적인 수사로만 존재하던 문화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해 잠재력을 키울지에 대한 이정표가 처음 구체적으로 제시된 것이었다.

창조경제의 무게 중심이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같은 기술 중심에서 문화콘텐츠로 확대하겠다는 국가 정책 전환의 중차대한 선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혁신적인 정책은 주무부처인 문체부 기자들에게는 전혀 전달되지 못했다. 보통 이번과 같이 중요한 정부 정책은 공식 발표에 앞서 출입 기자들에게 자세하게 설명하는 사전 브리핑 자리가 마련되지만 이번에는 예고조차 없었다.

왜 그랬을까.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라며 청와대에서 절대보안을 강조했기 때문이라는 데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사전 브리핑은 정부 주요 정책에 대한 기자들의 이해를 도와 정책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게 하려는 목적에서 보도 시점을 정해 자세히 설명하는 자리다.

이 과정에서 기자들은 추상적인 단어로 표현된 정부 정책의 실제를 묻고 미흡한 점이나 문제가 되는 부분을 지적하기도 하며 정책에 대한 제대로된 평가를 이뤄가게 된다.

왜 이렇게 중요한 정책 발표를 사전 설명도, 예고도 없이 해버렸느냐는 문제제기에 문체부가 내놓은 안타까운 변명이 바로 "청와대의 절대 보안 지시"라는 것이었다.

문체부로서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을 수 있다. 오랜 시간 주도적으로 정책을 만들어 놓고도 제대로 홍보도 못하고 정작 발표 날이 돼서는 출입기자들의 항의 전화만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결국 이날 발표는 정책의 내용보다 박근혜 대통령의 문화창조융합벨트 출범식 참석이라는 이벤트 홍보에 무게가 더 실렸고 정책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이뤄지지 못한 채 나열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말았다.

그러다보니 10년 넘게 추진만 하다 실패로 끝난 '한류우드' 자리였던 일산에 다시 'K컬처 밸리'를 왜 추진하는지, '창조' 자만 붙으면 현대자동차와 CJ E&M 등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왜 줄줄이 불려와 투자계획을 내놔야 하는지 물어볼 도리가 없었다.

이번 문화창조융합벨트 발표에서는 잊을 만하면 지적받는 박근혜정부 소통 방식의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자료에 표현된 문화콘텐츠 산업의 '빅뱅'을 통해 문화융성을 이루고 경제혁신과 국민행복을 구현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박수치는 대통령 사진이 더 크게 나오는 것으로 묻히고 말았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어떻게 했기에 정책홍보가 이정도 밖에 되지 않느냐"는 추궁만 받을 문체부에 대한 비난보다 연민이 앞서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은 아닐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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