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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조종사는 달랐다…끝까지 조종간 잡고 도심추락 막아

(서울=뉴스1) 정은지 기자 | 2015-02-05 15:37 송고 | 2015-02-05 18:46 최종수정
트랜스아시아 항공기 직전을 포착한 사진이 대만 SNS 등에 올라왔다. © 뉴스1 2015.02.04/뉴스1
트랜스아시아 항공기 직전을 포착한 사진이 대만 SNS 등에 올라왔다. © 뉴스1 2015.02.04/뉴스1

엔진이 꺼진 항공기의 조종간을 끝까지 놓지 않고 더 큰 화를 피하다 '최후의 임무'를 마친 조종사에 대한 애도와 경외심이 이어지고 있다.

대만 빈과일보 등은 4일 추락한 푸싱항공기 기장인 랴오젠중(廖建宗)이 도심의 건물과 충돌을 피하기 위해 동선 이외의 경로로 비행해 지룽강에 비상착륙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타이베이공항을 이륙한 사고기는 자칫 도심에 추락해 더 큰 참화를 불러 일으킬 뻔 했다.

전문가들은 이륙 후 항공기의 엔진이 꺼지며 동력을 잃자 랴오 기장은 기체를 동쪽으로 틀어 제롄쿤양역 인근으로 착륙을 시도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지역이 인구가 밀집된 것으로 보이자 급히 좌측으로 방향을 돌려 고가교를 부딪힌 후 지룽강으로 불시착했다.

현지 언론은 항공기가 떨어진 지점이 인근 고층 건물에서 불과 30m 떨어진 지점임을 들어 그가 마지막까지도 건물과 충돌을 피하려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당초 경로대로였다면 그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에 추락했을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이 현지 언론의 설명이다. 졔렌쿤양역, 헤이후산통 지역에는 최대 10만명의 타이베이 시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다.
황충민 대만 초경량항공기협회 전 이사장은 "항공기 운항 경로를 봤을 때 그가 지상에 있는 건물 및 사람들을 피해 항공기 방향을 틀어 해당 하천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은 랴오 기장은 애기와 함께 최후를 맞았고 사고 당일 차디찬 강물속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랴오젠중은 야시장 난전에서 옷을 파는 넉넉치 않은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어린 나이부터 부모를 도와 옷 파는 일을 거들던 효심 가득한 청년이었다. 이어 1997년 공군에 입대하며 파일롯의 꿈을 키웠다.

대만공군에서 10년간 복무한 그는 소령으로 예편하며 민간 항공 조종사로서 제2의 인생을 설계했다. 중화항공, 푸싱항공등에서 6000여시간 이상의 조종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다.

그의 고등학교 친구인 한 인사는 "랴오는 조종사가 되기 위해 밤낮으로 공부하고 자신의 노력으로 꿈을 이뤘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랴오 기장의 주변 인물들도 그가 효심이 가득하며 가족과 회사를 위해 늘 책임감있는 모습을 보였다고 소개하고 있다.

한 항공 전문가는 "타이베이에 고층 건물이 많아 하천을 찾아 불시착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랴오 기장은 용감하게도 지룽강을 찾아 착륙했다"고 말했다.

대만 언론을 통해 이같은 보도가 나오자 시민들은 랴오 기장을 영웅으로 칭하며 그의 희생에 존경을 표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그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조종사의 꿈을 이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날 사고 현장을 방문한 커원저 타이베이시장은 "항공기가 추락한 장소와 인근의 고압전선과의 거리는 50m에 불과하다"며 "만약 고압전선과 부딪혔으면 타이베이 전체가 1시간 반동안 정전됐을 것"이라고 밝혀 그의 용기를 높게 평가했다.

아들의 사고 소식에 병원으로 달려온 랴오씨의 부친은 "아빠가 여기서 지금 너를 부르고 있는데 왜 듣지 못하냐"고 울부짖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번 사고와 관련 대만 네티즌들은 그의 용기에 큰 박수를 보내며 추모를 이어가고 있다. 누리꾼들도 그를 용감한 영웅이라고 칭하며  존경의 뜻을 전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당신의 임무는 끝났습니다. 이제는 편히 쉬세요"라며 애도했다. 

타이베이상업대학 측은 랴오 기장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한 후 그의 9세 아들의 학비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ej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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