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설 이산상봉' 사실상 무산…남북대화 장기정체 우려

北, '정치적 대화 우선' 태도 고수...3월 한미합동군사훈련 후엔 北 정상외교 행보 예상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2015-02-01 15:27 송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 (노동신문) 2015.1.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 (노동신문) 2015.1.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남북이 음력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논의를 진척시키지 못한 채 2월을 맞이하며 사실상 설 상봉행사 진행은 무산된 듯 하다.

물리적으로 한 달여 가까이 필요한 이산가족 상봉의 특성 상 남북이 당장 이번주 대화를 개시한다 할지라도 2월 내 상봉행사 진행은 무리다.
이후 남북대화 진전 여부에 따라 3월 한미합동군사훈련 이후라도 남북 이산가족이 만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일단 우리 측이 연 초 상정했던 '설계기 상봉'이라는 이름을 붙이긴 어려워진 셈이다.

설 계기 상봉행사는 북한의 거부로 무산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당초 정부는 지난해 12월29일 통일준비위원회의 대화 제의 때 부터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 '조건 없이' 논의하자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 측의 제의에 대한 답을 주지 않다가 지난달 23일에서야 결국 '5·24 조치의 해제'를 이산가족 상봉 논의의 조건으로 내거는 행태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정치적 대화가 먼저"라고 받아친 것과 다름 없다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이 같은 평가는 북한이 한미합동군사훈련과 대북 전단(삐라) 등 고전적인 정치 사안에 대한 우리 측의 입장 변화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는 것이 반영된 것이다.

이와 동시에 북한이 지난해 영화 '인터뷰'와 소니사 해킹으로 불거진 미국과의 감정적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점도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대화 국면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지난달 22일 '북한 붕괴' 발언에 마치 대응이라도 하듯 지난달 31일 보도된 군사훈련 참관에서 미국에 대해 '미친개'라고 언급하면서 "대화할 용의가 없다"고 직접 비난을 퍼부었다.

문제는 정부가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지난해에 비해 일주일 가량 늦추고 대북 전단 문제에 비교적 적극적으로 대응한 나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연 초 남북대화를 진전시키지 못했다는 점이다.

우리 측의 지난해 12월 대화 제의 이후 김 제1비서의 신년사에서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언급되면서 대화 물꼬가 '크게' 트일 것이라는 전망이 무색할 지경이다.

여기에 김 제1비서가 러시아와의 정상회담 추진 등 본격적인 정상외교 행보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한동안 남북이 실질적인 대화를 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 제1비서는 이르면 오는 4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반둥 회의'를 통해 정상외교 행보에 데뷔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 제1비서가 5월 러시아 방문을 앞둔 상황에서 중국과의 대화도 추진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어 남북 간 무게감 있는 대화가 추진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정부의 민간에 대한 설득에도 불구하고 잦아들지 않고 있는 대북 전단 문제와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을 통해 MB정부 시절 남북 대화의 비화가 일방적으로 공개되는 등의 변수도 발생해 정부의 입장에선 연 초 남북대화 전개를 여전히 컨트롤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정상외교 데뷔를 앞둔 북한이 나름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 머지 않은 시기에 우리 측에 대한 유화 제스처를 취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시킬 상황은 아니다.

한 북한 전문가는 "남북이 갈등하는 국면에서 정상외교에 나선다 한들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것은 북한이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말 우리 측에 대한 비난전을 재개하는 듯 보였던 북한은 전날 보도된 군사훈련을 완전히 미국을 겨냥해 치룬 점을 강조한데 이어 1일 신문에서도 대남비방 기사를 전혀 싣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seojiba@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