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北 김정은, "미친개" 대미 '초강경 발언'의 진의는

직접 계획하고 지시한 군사훈련 참관…젊은 지도자의 '혈기' 분석도
'핵실험 중단'과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 거래 제의 완전 어긋났을 가능성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2015-02-01 11:40 송고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공·해군 합동 해상목표물 타격훈련을 참관했다고 31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노동신문) © News1 서재준 기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공·해군 합동 해상목표물 타격훈련을 참관했다고 31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노동신문) © News1 서재준 기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대화 불가"까지 선언하며 미국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가해 그 배경이 주목된다.

김 제1비서는 지난달 31일 보도된 대미 공·해군 합동 해상목표물 타격훈련을 참관한 뒤 "사회주의 제도를 '변화'의 방법으로 붕괴시킬 것이라고 공공연히 짖어대는 미친개들과는 더는 마주앉을 용의가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김 제1비서의 노골적 수준의 대미 강경 발언이 전해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북한은 그간 소니사 해킹 사건과 미국의 대북 행정명령,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북한 붕괴' 발언에 대해서도 관영매체의 논조를 통해 미국에 대한 비난을 가하기만 했었다.

그랬던 김 제1비서가 이번 훈련 참관을 계기로 미국에 대해 작심한 듯 원색적 비난을 가한 것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역시 이에 맞춰 "미제가 여기저기 끌고 다니며 요란하게 뽐내는 최신예 항공모함들은 한갖 육실하고 비대한 변태적 동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 같은 김 제1비서의 발언이 나름의 고도의 정치적 계산에서 나왔는지 대미 군사훈련장에서의 젊은 지도자의 감정의 격화로 나온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북한이 최근 세차례의 훈련을 모두 미국의 군사기지, 한미합동군사훈련을 겨냥해서 진행하며 특히 김 제1비서가 이를 직접 계획하고 참관·지시했다고 보도한 것을 보면 유독 이날의 발언이 강하게 나온 것이 눈에 띄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김 제1비서가 자신이 직접 발기한 군사훈련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것에 대한 만족감과 군사들에 대한 사기진작 차원, 또 스스로의 혈기를 이기지 못하고 순간적으로 "미친개", "대화도 하지 않겠다"는 강경 발언을 내놓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한편으로는 북한이 꾸준히 '뉴욕 채널'을 가동시켜 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북한이 최근까지 '핵실험 중단'과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을 거래 조건으로 내걸며 미국과의 비공식 대화를 주장했으나 거절당한 것에 대한 분풀이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훈련이 진행되기 전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재차 핵실험 중단 관련 대화에 대한 부정적인 메시지를 전달받았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미국 측 북핵 6자회담의 수석대표인 성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지난달 30일 베이징에서의 기자회견에서 "북한도 내가 베이징에 도착할 거라는 점을 알고 있었을 것이고 이것이 북핵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대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러나 불행히도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만나지 못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미 북한의 제의에 대해 '암묵적 위협'으로 규정하며 거부한 만큼 성김 대표의 발언은 북미 양측이 최근까지도 이미 지난달 9일 북한의 첫 제의 후 나온 각자의 입장을 전혀 조율하지 못했다는 반증으로 풀이된다.

이번 훈련 참관에서 김 제1비서가 직접 "핵전쟁을 포함한 그 어떤 전쟁에도 대응할 만단의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하기도 한 것은 이 같은 관측을 일면 뒷받침하기도 한다.

의도야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북한 최고지도자의 대미 초강경 발언으로 인해 가뜩이나 악화일로를 걷던 북미관계는 한동안 돌이키기 어려운 수준의 냉각기를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관영매체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원숭이'라는 비난을 가한 바 있는 만큼 이번 김 제1비서의 발언을 계기로 대미 비난전의 수위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노동신문은 1일 '미국의 지배주의 야망은 변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서도 오바마 대통령의 연말 휴가를 빗대 "하와이 섬에서 골프놀이로 시간을 보낸 오바마"등의 언사를 구사하며 비난을 가했다.


대외 선전용 매체인 '우리민족끼리' 역시 지난달 28일 이틀 간의 일정으로 방한했던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차관의 "북한은 영원히 지속하지 못할 것"등의 발언에 대해 이날 "노망기와 건망증에 들어선 나이에 무슨 온전한 소리를 하겠는가"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seojiba@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