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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금호산업 인수戰…복잡한 셈법, 고심 커진 박삼구 회장

대형 유통업체, 사모펀드 등 군침, 경쟁상대 부상
적대적 M&A 위협·금호고속 인수 혼돈, 박 회장 부담 '가중'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2015-01-30 06:30 송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회장(왼쪽)과 한국을 방문 중인 왕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24일 오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열린 한-중 경제인 오찬 간담회에 자리해 대화하고 있다/뉴스1 © News1 정회성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회장(왼쪽)과 한국을 방문 중인 왕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24일 오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열린 한-중 경제인 오찬 간담회에 자리해 대화하고 있다/뉴스1 © News1 정회성 기자

금호산업 인수전이 본격적으로 닻을 올렸다. 아직 공식적으로 인수의사를 밝힌 곳은 없지만 신세계와 롯데그룹 등 대형 유통업체와 삼성그룹 계열사가 재무적투자자(FI)와 손잡고 금호산업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금호산업의 최근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돼 투자가치가 충분한데다 금호산업 인수에 성공하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경영권도 확보할 수 있어서다.

반면 경영권 되찾기에 나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은 금호산업 지분 인수에 필요한 자금 마련에 애를 먹는 모습이다. 업계는 박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금호타이어 등 계열사 지분이 채권단 자금지원에 대한 담보로 잡혀 있어 당장 수천억 원이 넘는 돈을 조달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금호고속 인수를 놓고 지분 100%를 보유한 사모펀드와 갈등을 빚고 있는 점도 박 회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막 올린 금호산업 매각…유통업체, 호반건설 등 인수후보 거론
금호산업 채권단은 보유하고 있는 지분 57.6%에 대한 매각공고를 30일 발표했다. 인수의향서(LOI) 접수는 내달 25일까지 진행되며 채권단이 보유 중인 지분이 모두 팔리면 금호산업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은 종료된다.

채권단이 보유한 금호산업 주식은 1895만주 가량이다. 금호산업 주가는 2만7000원 정도로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가치는 5000억원이 넘는다.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금호산업의 지분가치는 8000억원 가량으로 평가 받는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금호산업 채권단이 투자안내문을 보낸 업체 중 몇 곳이 인수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군으로는 롯데그룹과 신세계, 삼성그룹 계열사 등이 거론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 유통업체가 금호산업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배경에는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경영권을 확보하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라며 "유통업체가 항공사를 가지면 물류망 확대는 물론 면세점 확보에도 다소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3일 보유하고 있던 금호산업 지분 일부를 매각한 호반건설이 이번 인수전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금호산업 인수를 염두에 뒀던 호반건설이 박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에 부담을 느껴 금호산업 인수 포기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호반건설이 여전히 금호산업 지분 상당수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인수전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건설기업 관계자는 "박 회장과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의견을 조율했다면 호반건설이 백기사로 나서고 이에 따른 지분차익을 챙겨갈 수도 있다"면서 "다만 인수의향서 접수가 시작되지 않은 만큼 호반건설이 직접 인수에 뛰어들지 다른 기업과 손잡고 흑기사 역할을 할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혼돈' 거듭하는 금호고속 인수戰…박삼구 회장 진퇴양난
이처럼 금호산업 인수전이 시작되며 잠재적 인수후보자들 사이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지만 박 회장은 아직 어떤 식으로 자금을 조달할지 밝히고 있지 않고 있다.

업계는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장 받은 박 회장이 자금조달 방안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는 방식으로 경쟁 상대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한다. 금호산업을 인수하려면 박 회장이 받아들일 수 없는 입찰가를 제시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박 회장의 자금 조달 능력이 밝혀지지 않으면 경쟁업체 입장에서는 선뜻 인수에 나서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박 회장이 아직 수천억 원이 넘는 자금에 대한 조달 방법을 마련하지 못해 이를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쟁업체를 압박하는 동시에 물밑에서 전략적투자자(SI)를 끌어들이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이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이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수천억 원이 넘는 돈을 단독으로 조달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난 2011년 금호석유화학 지분매각으로 확보한 4000억원 가량을 금호산업 및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 투입하며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없어서다.

박 회장이 가지고 있는 금호타이어 지분 9.15%를 매각하거나 이를 담보로 돈을 빌리는 방법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지분가치가 1300억원에 불과한데다 해당 지분이 채권단 자금지원에 대한 담보로 잡혀 있어 이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하기도 여의치 않다.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박 회장 여동생이 부회장으로 있는 대상그룹을 전략적투자자로 끌어들여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금호고속 인수를 놓고 사모펀드와 갈등을 빚고 있다는 점도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면서 "먼저 금호산업 지분을 매입한 이후에 금호고속 인수에 나서는 것이 자금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이지만 금호고속 지분을 보유한 사모펀드가 오는 3월까지 인수 여부를 결정하지 않으면 우선매수청구권을 취소하겠다며 박 회장을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인수가 동시에 진행되면 박 회장 입장에서는 자금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를 극복하려면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투자자를 확보하는 일이 관건인데 이 작업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haezung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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