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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대학생, "위안부 문제만 제기되면 죄인이 된 것처럼…"

[광복70주년] 한중일 대학생 "과거사 만큼 현재·미래 중요"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윤수희 기자 | 2015-01-29 17:52 송고 | 2015-01-30 16:26 최종수정
지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한중일 대학생들이 간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중국인 리페이밍(25)씨, 일본인 나카무라 카나(20)씨, 한국인 정석원(27)씨./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지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한중일 대학생들이 간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중국인 리페이밍(25)씨, 일본인 나카무라 카나(20)씨, 한국인 정석원(27)씨./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언론에서는 최근 혐한(嫌韓) 시위가 많은 것처럼 얘기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아요. 여전히 한류(韓流)가 우세하죠. 한·중·일 정부와 언론의 갈등몰이 속에서 젊은 세대들은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과거사 정리 만큼 현재와 미래도 중요하기 때문이죠."

    

광복 70주년을 맞아 한 자리에 모인 한·중·일 대학생들의 역사인식에는 차이가 있었다.

학생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부터 최근의 혐한 시위까지, 실타래 처럼 얽힌 동북아의 근현대사를 공유하고 있었지만 세 나라가 새로운 관계를 모색해야한다는 데에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광운대 신문방송학과 정석원(27)씨,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리페이밍(25·중국)씨, 한국외대 교환학생 나카무라 카나(20·여·일본)씨 등은 지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모여 '한·중·일 대학생 간담회'를 열고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되짚어봤다.

    

한·중·일 역사에 대한 시각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정씨는 "얽혀 있는 실타래 같다"고 봤지만 카나씨는 "과거사 문제가 있다는 것은 충분히 알지만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서로의 관계를 방해할 정도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 "역사를 되돌아보기엔 학업·취업 경쟁 등 젊은이들의 생존과 관련된 문제가 워낙 커 역사에서 멀어지는 것 같다"며 우리 국민들의 역사의식이 부족한 편이라고 봤다. 반면 카나씨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부족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러한 인식 차이는 정규 교과과정에서 이뤄지는 역사수업의 비중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일본은 주마다 3~4시간, 4~5시간 동안 역사를 배우지만 한국에서는 한 주에 2시간의 역사공부가 전부라고 한다.

    

리페이밍씨는 "(역사공부에 대한) 어른들의 강요나 주입 등은 따로 없다. 또 한국에서는 일본인 대다수가 역사를 안 배운 걸로 알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닌 것 같다"며 "한국 정부나 언론에서 여론을 갈등으로 몰아가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도 "언론이 객관성을 지킨다고는 하지만 편집방향이 잘못된 부분도 있다"며 리페이밍씨의 주장에 동의했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한중일 대학생들이 간담회를 하고 있다./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지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한중일 대학생들이 간담회를 하고 있다./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일본군 위안부 문제, 독도 영유권 문제 등은 이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정씨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 것 같다"며 "위안부 할머니들이 요즘도 추운 날씨에 밖에서 시위를 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도 역시 크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리페이밍씨는 "이미 고노 요헤이가 1992년 사과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위안부 문제를 너무 크게 다루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서로 관계를 이어나가야 하는데 언론은 위안부 문제만 다룬다"며 "정부가 노력해야 할 일은 정부가 해야 할 것이고 우리는 서로의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카나씨는 "우리 윗세대가 해결을 잘 했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끌 문제가 아니었을텐데… 위안부 문제만 제기되면 죄인이 된 것처럼 뒷걸음질 칠 수 밖에 없다"고 말끝을 흐렸다.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해서는 "젊은 친구들은 이 문제에 대해 한국에 비해 관심이 떨어진다"며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있지만 독도 문제에 대해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거의 없다"고 답했다.

    

최근 혐한 시위가 논란이 되고 있지만 여전히 한류가 우세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리페이밍씨는 "중국 남녀 모두 한국 연예인을 좋아한다"며 "한국은 연예인을, 중국은 시장을 제공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카나씨도 "최근에는 주춤한 것 같지만 한류가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닌 일본 사회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한류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방송에서 일본 극우단체가 한국인을 폄하하는 시위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정말 놀랐다. 실제 한국을 싫어하는 주위 사람을 본 적이 없다"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학생들은 과거사를 정리하는 일만큼 각국 젊은 세대의 교류로 세 나라가 새로운 관계를 정립해 나가는 일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카나씨는 "과거사 조명만큼 미래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며 "한·중·일 모두 유럽연합(EU)처럼 공동체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또 "스포츠·예술·문화 등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은 많다. 그 토대 위에 역사적인 부분도 다뤄지면 보다 나을 것"이라며 "나라마다 생각은 다르지만 젊은 세대의 생각은 미래로 향해 있다는 점에서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씨는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역사를 왜곡하는 행위만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세대는 정부나 언론과는 달리 평화와 교류를 원하는데 우리의 활동이 정부나 언론에 영향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리페이밍씨는 "지나간 역사 만큼 현재와 미래도 중요하다. (역사도 중요하지만) 현재 관계에 보다 집중하는 모습이 필요하다"며 "각국의 언론 등에 휘둘려 서로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갖기보다는 이렇게 자주 만나 얘기하면서 서로의 진심을 느껴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ddakb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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