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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슈틸리케에게서 히딩크의 향기가…'슈틸링크 매직' 돌풍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2015-01-27 16:29 송고 | 2015-01-27 16:32 최종수정
축구대표팀 주장 기성용이 26일 오후(현지시각)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호주 아시안컵 준결승전 한국과 이라크의 경기에 앞서 그라운드에 입장하며 슈틸리케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2015.1.2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축구대표팀 주장 기성용이 26일 오후(현지시각)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호주 아시안컵 준결승전 한국과 이라크의 경기에 앞서 그라운드에 입장하며 슈틸리케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2015.1.2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슈틸리케 매직'이 2015 호주 아시안컵을 강타하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부임 5개월 만에 태극전사들을 확 바꾸며 5경기 무실점 연승 행진을 통해 아시안컵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실패로 가라 앉았던 한국축구가 되살아나는 기운이 완연하다.

1960년 대회 이후 55년 만에 아시안컵 정상에 도전하는 슈틸리케 감독은 마치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 전 감독과 비슷한 행보로 눈길을 끌고 있다.

◇ 학연·지연 없이…백지 위에 새겨 넣은 그림

히딩크 감독이 높이 평가받는 덕목 중에 하나는 박지성 김남일 등의 가능성을 보고 발탁한 선구안이다. 이들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2002년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한국이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루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냈다.  

13년이 지나 슈틸리케 감독이 아시안컵을 앞두고 무명의 골잡이 이정협(상주)을 엔트리에 포함시키자 여기저기서 고개를 저었다. 이정협은 이전까지 청소년 대표는 물론 올림픽 대표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선수였기에 더욱 그랬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을 경기장에서 직접 5번 이상 지켜봤는데 20~30분 동안 충분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였다"며 "짧은 시간 동안 조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발탁 배경을 밝혔다.

물음표가 붙었던 이정협은 아시안컵을 통해 새로운 별로 우뚝 섰다. 5경기에서 2골을 넣으며 이동국(전북), 김신욱(울산) 등의 공백을 지웠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이를 외국인 감독 선임 효과로 설명했다. 신 교수는 "국내 감독의 경우 A대표팀을 구성할때 청소년 대표 출신들을 비롯해 흔히 '엘리트 출신' 을 가장 우선적으로 발탁한다"며 "그러나 외국인 감독들은 다르다. 한마디로 백지 위에 그림을 그려 넣는다. 자신의 전술과 전략에 맞는 선수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큰 성공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7월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지난 2012년 7월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2 K리그 올스타전" 전반전에서 2002 월드컵 대표팀의 박지성이 골을 넣고 히딩크 감독에게 달려가고 있다. 뉴스1 © News1


◇ 트렌드를 읽는 흐름

히딩크 감독은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태극전사들에게 전원 공격-수비의 네덜란드식 토털사커를 입혀 큰 성공을 봤다.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공격수부터 상대를 전면 압박하는 전술은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현재 세계 축구는 그 때보다 더 빠르고 정교해졌다. 독일 출신인 슈틸리케 감독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챔피언이었던 독일식 패스 축구를 한국 선수들에게 이식하고 있다. 중원에 자리한 키플레이어 기성용(스완지시티)과 박주호(마인츠)는 많은 활동량과 짧은 패스로 경기를 풀어가고 있다.

홍명보 전 감독은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 4-2-3-1 포메이션을 고집, 아쉬움을 남겼다. 사실상 주전 멤버를 일찌감치 정해놓은 뒤 이렇다 할 실험도 거의 하지 않았다. 대표팀은 당시 변형 스리백, 제로톱 등이 구사되는 세계적인 트렌드에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이후 강조한 것은 점유율이다. 상대보다 높은 점유율을 통해 주도권을 가져가고 패스를 통해 득점을 올리는 스타일이다. 상대에 맞춰 가짜 9번(제로톱), 원톱 등 다양한 전술 변화를 꾀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라크전에서 승리한 뒤 한국 축구에 대한 직언을 남겼다. 그는 "만약 우리가 우승하더라도 부족한 것들이 너무 많다"며 "전체적으로 쉽게 볼을 빼앗기고 잦은 패스 미스가 많아 어려움을 겪었다. 선수들이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한 압박과 높은 점유율을 강조하는 슈틸리케식 패스 축구는 아시안컵이 끝난 뒤에도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축구대표팀 슈틸리케 감독이 26일 오후(현지시각)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호주 아시안컵 준결승전 한국과 이라크의 경기에서 전반 19분 헤딩 선제골을 터트린 뒤 달려오는 이정협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2015.1.2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축구대표팀 슈틸리케 감독이 26일 오후(현지시각)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호주 아시안컵 준결승전 한국과 이라크의 경기에서 전반 19분 헤딩 선제골을 터트린 뒤 달려오는 이정협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2015.1.2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 확실한 동기 부여…심리 컨트롤의 대가

히딩크 부임 전까지 대표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주전 경쟁보다는 일부 주축 선수들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었다. 대표팀에 한번 발탁돼 이름값을 얻으면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태극마크를 유지하며 주전으로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은 달랐다.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불어 넣으며 철저히 경쟁심을 불러 일으켰다. 대표팀에 뽑히자마자 공수의 간판이었던 황선홍과 홍명보를 과감히 내치는 등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불러 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골키퍼 포지션도 김병지와 이운재를 끊임없이 경쟁시키며 시너지 효과를 냈다.

포르투갈을 꺾고 16강에 진출해 모두가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을 때도 "나는 아직 배고프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며 들떠 있던 선수들을 가라 앉혔다.

슈틸리케 감독도 줄곧 태극전사들에게 철저한 경쟁을 강조하고 적절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켰다. 슈틸리케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인상적인 한마디를 남겼다. 그는 "대표팀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며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실력으로 보여주면 된다"고 강조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실제로 그 약속을 지켰다.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2부리그), 내셔널리그, U리그(대학부) 등을 직접 발로 뛰면서 숨은 인재를 발굴했다. 소속팀에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박주영(알 샤밥)을 과감하게 제외하고 이정협을 뽑는 등 원칙을 지켰다.

아시안컵 조별예선 2차전 쿠웨이트와의 경기에서 힘겹게 1-0으로 이기자 "우린 더 이상 우승 후보가 아니다"란 말로 선수들을 자극했다. 2연승으로 8강 진출을 확정 지으면서 긴장감이 풀어졌던 태극전사들은 신발끈을 고쳐맸고 호주와의 경기에서 1-0으로 이기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신문선 교수는 "축구에서 단순히 경기력 외에도 심리적인 것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며 "히딩크 감독과 마찬가지로 슈틸리케 감독은 마인드 컨트롤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이청용(볼턴)과 구자철(마인츠) 등 주축 선수들이 빠져도 엔트리 내에서 나머지 선수들이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도 슈틸리케 감독이 꾸준히 경쟁심을 유도했기에 가능했다. 한교원(전북), 한국영(카타르SC) 등은 백업 멤버들은 그라운드에 투입될 때마다 100%를 쏟아내며 승리에 힘을 보탰다.

슈틸리케 '매직'은 아시안컵 결승전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한국은 31일 오후 6시 시드니의 호주 스타디움에서 호주-UAE전 승자와 경기를 펼친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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