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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전도사' 장관돼도 소용없나…예산 줄고 수출 반토막

주류시장서 전통주 0.5%…전통주 수출 줄고 주류 수입 늘어

(세종=뉴스1) 이은지 기자 | 2015-01-26 17:25 송고 | 2015-01-29 14:54 최종수정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News1 송은석 기자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News1 송은석 기자

전통주전도사로 불리던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취임한 지 2년이 흘렀지만 성과는 고사하고 오히려 전통주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전통주 산업진흥 예산은 이 장관 취임 이후 오히려 삭감됐고, 지난 2013년 전통주 수출액은 전년대비 반토막났다.

    

이 장관은 농촌경제연구원 재직 시절 전통주 부활과 육성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주창해왔다. 그런데 정작 장관이 되었는데도 제대로 시행된 게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얘기가 나온다. 업계로부터도 장관 취임 이후 2013년 단발성 홍보행사를 지원하는데 그치더니 2014년에는 그마저도 없었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온다.

    

◇ 전통주 예산 45억원서 38억원으로…막걸리 수출진흥책 직격탄

    

2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통주 산업진흥 예산은 2011년 40억원, 2012년 45억원에서 이 장관이 취임한 이후 2013년 40억원으로 5억원 삭감됐다. 2014년 예산은 이보다 더 줄어 38억8000만원으로 감소했고, 2015년 예산은 38억8000만원으로 동결됐다.

    

2013년 예산은 장관 취임 이전에 결정됐다 해도 2014년 예산 삭감과, 2015년 삭감된 예산으로의 동결 등 예산 확대에 실패했다.

    

예산 삭감은 전통주 진흥 정책 제동으로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전통주 중에서도 막걸리의 해외시장개척사업 예산이 대폭 줄었다. 전통주는 '전통주등산업진흥에 관한법'에 따라 탁주(막걸리), 약주, 과실주, 증류식소주, 일반증류주, 리큐르, 기타주류를 포함한다.

    

2012년 막걸리 수출진흥을 위해 3억원이 지원되던 것이 2013년에는 5000만원으로 80% 가까이 줄었다. 경기도에서 막걸리업체를 운영하는 이모 씨는 "2011년 막걸리열풍으로 2012년에는 그나마 해외에서 단발성 홍보행사를 정부가 추진했지만 2013년부터는 그마저도 끊겼다"며 "국내 시장은 일부 막걸리업체가 장악하고 있고, 수요가 한정돼 수출로 돌파구를 찾아야하는데 영세한 개인업체가 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하소연했다.

    

막걸리 수출액도 반토막났다. KATI(농수산식품수출 지원정보)에 따르면 2011년 막걸리 수출액은 5273만5000달러(569억원)에서 2012년 3689만3000달러(398억원)로 30% 감소한 데 이어 2013년에는 1886만2000달러(207억원)로 반토막났다. 2014년 11월까지 막걸리 수출액은 1395만달러(150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더 줄었다.

    

이 장관이 농식품부 장관으로 발령 나기 직전인 2013년 1월, 372쪽에 달하는 '한국의 주류제도와 전통주'라는 연구총서를 발간하면서 다양한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요약하자면 주류의 제조판매업에 대한 진입장벽 완화, 제조방법의 다양화와 원료 사용 규제 개선, 전통주 유통 규제 완화, 품질관리와 표시제도 정비, 홍보 및 판매 촉진 강화 등을 꼽을 수 있다.

    

2014년 3월 이뤄진 주세법 개정으로 2L 이하로 제한돼 있던 막걸리 판매용기 기준이 폐지되고, 주류제조및 판매장에 수출업면허 부여를 허용하는 한편 희석식소주나 맥주제조자도 승인을 받으면 전통주를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됐다.

    

이 장관이 주장했던 제조방법의 다양화나 원료사용 규제 개선, 주류 제조판매업의 진입장벽 완화, 품질관리 시스템 구축 등은 추진조차 하지 못했다. 2010년 이뤄진 탁·약주 제조시설 기준 완화와 직매장 시설기준 적용배제에서 한발짝도 진전되지 못했다. 전통주 통신판매 확대 역시 2010년 허용된 우체국과 aT, 제조자 홈페이지로 한정돼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반 주류와의 형평성 문제로 소셜커머스 같은 일반 인터넷 판매로 창구를 넓히지 못하고 있어 전통주 업체가 얻는 혜택은 제한적"이라며 "농협 쇼핑몰에서 전통주 판매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실현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품질관리 정비 역시 2011년부터 시행중인 술 품질인증제도에서 진척된 사항이 없다. 표시제도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주류업체에 대해서도 식품제조가공업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면서 오히려 더 까다로워졌다. 또 국세청에만 보고하던 품목제조보고서를 식약처에도 보고해야 돼 이중규제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막걸리업체 관계자는 "앞으로 막걸리의 경우 쌀함량을 표시해야하고, 식약처에 품목제조보고서를 보고해야 하는 등 업무량이 이중으로 늘어나게 됐다"며 "식품안전을 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필요한 규제들로 업체들의 부담은 더 늘어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이 최근에 밝힌 '하우스막걸리' 도입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게 업계 판단이다. 막걸리업체 관계자는 "지금 주세법으로도 하우스막걸리처럼 소량 생산하는 막걸리는 넘쳐난다"며 "막걸리시장이 커져서 막걸리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야 막걸리 제조업체들에게 도움이 되지 일부 음식점에서 자체 브랜드를 단 막걸리를 판다고 해서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적다"고 내다봤다.

    

2015.01.26/뉴스1 © News1
2015.01.26/뉴스1 © News1

◇ 국내 주류시장서 전통주 비중 0.5% 불과…전통주 수출 반토막날 때 와인·맥주 수입량 매년 10% 성장

    

국내 주류시장 규모는 2013년 기준 8조8117억원으로 전통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0.5%(485억원)에 불과하다. 전통주 출고액이 집계되기 시작한 2010년 433억원, 2011년 415억원, 2012년 434억원으로 400억원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국내 전체 주류시장은 2010년 7조4131억원에서 2011년 8조263억원으로 전년대비 8.2% 늘어나면서 8조원 시대에 접어들었다. 2012년에는 8조1447억으로 전년대비 1.4% 성장했고, 2013년 8조3957억원으로 3% 증가했다.

    

'전통주등산업진흥에 관한법'에 따라 전통주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우리가 쉽게 보는 장수막걸리(서울탁주), 우국생(국순당) 등 일반 막걸리의 매출액을 합치더라도 2012년 5097억원으로 정점을 찍고, 2013년 4981억원으로 막걸리 시장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전통주 수출액이 반토막 날때 수입주류량은 매년 10% 가량 증가했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주류수입액은 4억6991만달러(5081억원)에서 2012년 4억9176만달러(5317억원)로 7.9% 증가했다. 2013년에는 5억2249만달러(5650억원)로 전년대비 6.2% 늘어났다. 2014년 1월~9월 수입액은 4억2132만달러(4556억원)로 전년 같은기간 3억8308만달러(4142억원)보다 10% 성장했다.

    

전통주 전문가들은 전통주 활성화를 위한 치밀한 실행 방안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로 말한다. 업계 전문가는 "우리 전통주는 아름다운 역사문화유산이며, 음식문화의 꽃이다. 그런데 현실은 전통주 전문가가 장관이 돼도 오히려 퇴보하는 실로 비참한 상황이다"며 "전통주는 단순히 술이 아니라 문화융성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다시 찾아야 할 소중한 역사적 자산이다. 정부과제인 6차산업화 등과의 적극적인 연계를 시작으로 이제부터라도 100년 앞을 내다보는 종합적 플랜이 나와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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