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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총선 反긴축 정당 압승…금융시장 민감한 반응

(서울=뉴스1) 정은지 기자 | 2015-01-26 09:48 송고 | 2015-01-26 10:13 최종수정
알렉시스 치프라스 시리자 대표. © AFP=뉴스1
알렉시스 치프라스 시리자 대표. © AFP=뉴스1

25일(현지시간) 그리스 총선에서 반(反)긴축 정당인 급진좌파연합 시리자가 압승을 거뒀다.

로이터통신은 개표가 60% 가량 진행된 상황에서 시리자가 36.1%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집권 여당인 신민당에 6%포인트 앞서있다고 밝혔다. 현 개표상황에 따르면 시리자는 149석(총 300석)의 의석을 확보하게 된다. 현재는 과반 달성 여부가 초점이다.
시리자의 승리로 알렉시스 치프라스(40) 대표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처음으로 긴축정책을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총리가 될 전망이다. 또 약 150년에 이르는 그리스 현대정치사에서 최연소 총리로 기록된다.

그동안 시리자는 그리스의 대외 채권단 '트로이카'가 요구하는 개혁정책에 반대 입장을 보여왔다. 또 임금·연금 인상을 주장하고 국유자산의 민간 매각이나 해고 등을 용이하게 하는 고용시장의 유연화를 거부하는 것은 물론 채권단에 채무 탕감을 요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치프라스 대표는 "그리스는 5년간 치욕과 고통을 뒤로하고 최악의 긴축에서 벗어났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그리스 정부는 앞으로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채권단과 함께 서로 생존할 수 있는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협상할 준비가 됐다"며 구제 금융을 재협상하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치프라스는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위기가 남긴 큰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우리 나라와 국민들이 잃어버린 존엄성을 되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자를 지지한다는 안토니스 발로시스(54)는 AFP통신에 시리자의 압승은 "그리스와 유럽에 있어 매우 중요한 승리"라며 "유럽 내 다른 종류의 정치가 승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교사라고 밝힌 에피 아브고스타코(47)는 로이터에 "우리의 기대대로 성취되기를 기대한다"며 반색했다.

시리자가 승리함에 따라 스페인 포데모스 등 반긴축 정책을 지향하는 정당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포데모스 대표는 "희망이 다가오고 있고 두려움이 없어지고 있다"며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 부채 비율이 높은 이탈리아 정부 역시 "투표가 끝난 후 우리는 성장, 투자 등에 있어 유럽의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시리자 정부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시리자가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포함한 유럽 파트너들과 힘든 협상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트로이카'의 차기 구제금융 집행분에 대한 협상 마감 시한은 오는 2월 28일까지다. 25일 EU 재무장관들은 브뤼셀에 모여 이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현 집권 정당 신민당의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행정개혁 장관은 시리자의 승리를 축하하면서도 "그리스 사람들은 정부가 말하는 것보다 쉬운 출구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그리스 선거로 유럽 경제에 불확실성이 증가할 것"이라며 "이번 결과는 영국이 절대로 우리의 계획을 버리지 않고 국가를 안전하게 해야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시장은 유로존 탈퇴, 이른바 ‘그렉시트’ 우려에 민감한 반응을 즉각 보이고 있다. 유로화 가치는 11여년래 최저치 기록을 다시 세웠다. 유로화는 26일 아침 아시아 시장에서 미 달러 대비 0.8% 하락한 1.1098달러를 기록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는 2003년 9월 이후 최저치이다.

이날 닛케이225지수는 1.3% 하락 출발했다. 뉴욕증시 지수선물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그리스를 둘러싼 새로운 긴장이 투자 분위기를 광범위하게 꺽어놓지는 않을 것으로 대체적으로 보고 있다.

2011~2012년 재정위기가 절정이었을 때와 달리, 유럽 은행들의 그리스 익스포져(위험노출)는 제한적이고 유럽의 정책 당국들은 여러 장치를 마련해놓았다는 것이 이들의 분석이다.

EU는 재정 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 5000억유로 규모의 유로안정화기구(ESM)를 설립했고,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최근 전면적 양적완화(QE)를 추진한다고 밝히는 등 유로존을 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무엇이든 할 것"이란 자신의 발언을 지켜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전염 우려는 크게 잦아들었다는 것이.

아울러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그리스 국민들 중 70%는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를 원하고 있다.


ej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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