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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위기관리 능력 시험대…시한 임박에 협상력은 없고 '난감'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2015-01-22 19:27 송고 | 2015-01-23 00:25 최종수정
아베 신조 일본 총리 © AFP=News1
아베 신조 일본 총리 © AFP=News1

급진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일본인 인질 2명을 살해하겠다고 밝힌 시한이 채 하루도 남지 않았지만 일본정부는 22일 오후까지 협상에 아무런 진전도 보지 못했다.

 
IS는 지난 20일 공개한 영상에서 몸값 2억달러(2167억원)를 내놓지 않으면 고토 겐지(後藤健二·47)와 유카와 하루나(湯川遥菜·42)를 살해하겠다고 협박했다. 일본 정부는 동영상 배포 시점을 기준으로 협상 마감 시간을 23일 오후 2시 50분으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두 사람의) 안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모든 외교 채널을 통해 정보 수집을 도모하는 한편 인질들의 조기 석방을 위해 주변국들에 협력을 요청했다고만 밝혔다. 그는 일본 정부는 이후 IS 측으로부터 어떤 메시지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요르단 현지에서 대책 본부를 이끌고 있는 나카야마 야스히데(中山泰秀) 외무성 차관은 "끈질지게 (구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만 말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그는 21일에는 요르단의 압둘라 국왕 등을 만난데 이어 22일에도 각국에 협력을 요청했다.

이번 일본인 인질 사태로 국제 무대에서 일본의 역할을 확대하고 군사적 존재감을 강화하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외교정책은 시험대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중동에서 강한 외교 채널을 갖고 있지 않아 IS 측과 접촉하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다.
현재까지 거의 유일하게 협상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자청한 이는 이슬람율법학자 나카타 고(中田考·54) 전 도시샤(同志社) 대학 교수이다.

이슬람이름이 하산인 그는 이날  도쿄에 있는 외신기자클럽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IS에게 "72시간은 너무 짧다.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호소했다. 또 "만약 협상이 가능하다면 (IS 지역에) 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시리아에 여러 차례 다녀온 경험이 있는 그는 인터넷으로 생중계된 회견에서 인질 사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힌 뒤 따로 준비한 메시지를 낭독했다. 그는 "나의 친구들과 이슬람 국민들에게 이 메시지를 전한다"며 일본어와 아랍어로 메시지를 읽었다. 그는 일본 정부에 대해서는 균형잡힌 외교가 필요하다며 IS 지배 지역에도 2억달러의 인도적 지원 방침을 밝힐 것을 제안했다.

이날 나카다 전 교수는 지난해 9월 오마르 구라바 사령관(IS 지휘관 추정)으로부터 "(인질) 유카와를 재판하려는데 이슬람법과 일본어, 아랍어를 잘하는 사람을 부탁하고 싶다. 재판의 모습을 전할 기자도 데려와 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중동 취재 경험이 풍부한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쓰네오카 고스케(常岡浩介·45)와 함께 시리아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일본판 허핑턴포스트에 따르면 쓰네오카는 나카타 전 교수와 함께 시리아 현지에 가서 오마르 사령관으로부터 "유카와에게 몸값을 요구하지 않겠다. 본보기 처형도 없다"고 통보를 받았지만 그후 연락이 두절돼 유카와를 만나지 못한 채 귀국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중인 나카타 고 전 교수 © AFP=News1
기자회견중인 나카타 고 전 교수 © AFP=News1

쓰네오카 역시 21일 SNS를 통해 "나와 하산 나가타 고 선생은 IS와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 일본인의 인명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협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제공하기로 한 2억달러는 어디까지나 인도적 지원 목적에 한정된 것으로 IS를 군사 공격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 민간인이 시리아로 갈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두 사람 모두 지난해 4월 IS에 가려고 한 대학생들이 사전(私戦) 예비 및 음모 혐의로 조사된 사건에 연루돼 경찰 조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날 나카타 전 교수는 오마르 사령관과 연락하고 지냈지만 경찰의 감시 등으로 최근에는 연락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스가 장관은 브리핑에서 나카타 전 교수와 쓰네오카의 제안을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일본 정부는 "두명의 인질을 석방시키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고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21일 오후, 엿새 간의 중동 순방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그는 "테러는 어떤 이유로도 허용되지 않는다. 단호하게 비난한다"고 말했지만 몸값을 지불하든지 미국 등 동맹국들로 하여금 위험한 구출작전을 펴도록 하든지 선택지가 많지 않다.

일본 정부가 과거에 자국민들이 인질로 잡혀 있는 사건에서 몇 차례나 몸값을 지불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1999년에 키르기스스탄에서 몸값을 지불했던 것이 외부에 알려진 유일한 사례이다.

아베 총리를 비롯해 다른 일본 정부 관리들은 몸값을 지불할 것인지에 대해 직접적으로 말을 아끼고 있다. 마이클 펄롱 영국 국방장관은 런던에서 나카타니 겐(中谷元) 방위상에게 "우리의 행동 결과로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항상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IS에서 처형대를 이끌고 있는 영국국적의 '지하디 존'으로 추정되는 IS 대원은 지난 20일 공개된 영상에서 아베 총리가 IS 격퇴를 위해 2억달러를 내놓았으니 인질 몸값으로도 2억달러를 내놓으라고 말했다. 지난 17일 아베 총리는 중동 지역 안전을 위해 25억달러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중 2억달러를 IS 격퇴 대책을 마련하는데 내놓겠다고 말했다.

이번 인질 사건으로 일본 국민들은 중동을 비롯해 다른 해외의 위험지역에 일본이 보다 깊이 개입되는 것을 꺼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04년 당시 IS의 전신으로 알려진 '이라크 내 성전을 위한 알카에다 조직'이 20대 고다 교세이(香田證生)를 납치한 뒤 이라크 주둔 자위대 병력의 철수를 요구했다. 일본 정부가 협상을 거부하자 이 조직은 고다를 참수한 바 있다. 당시 일본국민들은 깊은 충격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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