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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사학연금 개편 '없던일로'…정부 오버? 여당 말 바꾸기?

22일 발표 당일 오후부터 청와대 "공무원연금과 동시추진 아니다"
새누리당 "정부가 여당과 협의없이 발표" 불쾌감 드러내

(세종=뉴스1) 민지형 기자 | 2014-12-23 17:14 송고 | 2014-12-23 17:22 최종수정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2015년도 경제정책방향 당정협의 모습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2015년도 경제정책방향 당정협의 모습

정부가 내년에 군인·사학연금 개혁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하루 만에 뒤집었다. 버젓이 내년 하반기에 연금 개혁안을 마련하겠다고 시기까지 못 박은 뒤 말을 번복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23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기자실에서 예고없이 브리핑을 갖고 "군인연금과 사학연금의 개편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A4용지 1장짜리 자료를 읽었다. 그는 "군인연금은 직역 특수성이 크고 사학연금은 기금 재정상 현재 큰 문제가 없어 개편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정책방향 참고자료에 군인연금과 사학연금 개혁안 마련일정 시안이 포함됐지만 이는 정부의 결정된 입장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협의과정에 있던 사안을 실무 직원의 착오로 참고자료에 포함됐다는 취지였다. 

앞서 기재부는 22일 발표한 '내년 경제정책방향'자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입법 노력을 강화하고 군인·사학연금의 개혁안을 마련(11쪽)하겠다"고 밝혔다. 직역 연금개혁으로 중장기적 지속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설명도 달았다.

해당 자료 말미(45쪽)에선 108개 주요 추진과제 실행계획을 표로 정리하면서 내년 4분기에 직역연금 개혁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국방부와 교육부가 협업부처라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기재부는 본 자료와 함께 배포한 경제정책방향 참고자료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군인연금 내년 10월, 사학연금은 6월에 각각 개혁안을 마련하겠다(4쪽)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 이후 기류가 변하면서 결국 발표 하루 만에 차관보가 나서 해명 브리핑까지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기류 변화는 청와대에서 먼저 감지됐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경제정책방향 발표날인 22일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군인·사학연금 등은 앞으로 논의할 수 있다는 이야기일 뿐 동시에 진행한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라며 "사학과 군인 연금의 경우 아직 개혁안이 만들어지거나 공론에 부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언론에서 정부의 발표자료를 토대로 내년에 군인과 사학연금 개혁안을 발표한다는 보도가 이어진 이후였다. 청와대 브리핑 이후인 이날 저녁 8시께는 정부 측이 직역연금 개편에 대해 한 발 물러난 입장을 취했다.  

기재부·국방부·교육부는 공동으로 보도참고자료를 내어 "군인·사학연금 개혁안 마련의 구체적인 일정을 사전에 정해놓고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다음날인 23일 새누리당은 군인·사학연금 개편안 정부가 여당과 협의 없이 발표했다며 질타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우리와 상의도 없이 정부가 마음대로 발표를 하다니 기가 막힌 심정"이라며 "공무원 연금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일체 다른 연금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이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리다"고 말했다. '정부의 무능'이라고도 했다. 

주호영 정책위의장 역시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이 우선이고 그것이 끝나면 그런 것들(사학·군인연금)도 검토해볼 수 있다는 정도"라며 "내년에 사학연금과 군인연금을 개혁한다는 취지가 아니기 때문에 그 점에 관해선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아무리 실무자 잘못이라고 해도 어렵게 공무원연금 개혁 협상을 하고 있는 와중에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정부가 숙고하지 못하고 이해관계자에게 걱정을 끼쳤다"며 "어떤 이유에서도 용서 받지 못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 수석은 "(해당 자료를 작성한 공무원 등에 대해)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고도 했다.

결국 새누리당의 강한 반발이 이어지자 정은보 차관보가 기자실을 찾아 전날 발표한 내용을 부인한 셈이다. 정부의 결정된 입장이 없는 상태에서 참고자료에 해당 내용이 잘못 기재됐다는 취지를 공식화하려는 자리였다. 브리핑은 5분여 만에 끝났다. 

정 차관보는 '내년에 개혁을 안 하겠다는 말인가'라는 기자들의 물음에는 "현재 최우선의 순위를 두고 정말 노력을 할 부분은 공무원 연금 개혁안을 조속히 통과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거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려는 것이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고만 거듭 밝혔다.

하지만 경제정책방향은 다음해 경제분야 정책의 큰 틀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료다. 이런 자료를 작성하면서 기재부가 여당과 협의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다.

실제 22일 경제정책방향 발표 직전에도 당정협의기 열렸다. 정부에서는 최경환, 황우여 부총리가 참석했고 당에서는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 강석훈 정책위부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석훈 의원은 당정 협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내년에 전반적으로 구조개혁이 많다"며 "사학연금, 군인염금 개혁도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 당정이 긴밀하게 협조해야 가능하다는 것에 공감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강 의원은 국회 기재위 여당 간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강 의원의 발언은 비공개로 진행된 당정협의에서 군인·사학연금 개혁안에 대해서도 논의를 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이번 정부의 입장 번복은 공무원 연금 개혁안에 집중하려는 여당의 전략에 정부가 힘을 실어주기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m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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