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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프타 관세 부활 '무리수'…"정부가 중국산 수입 조장"

정부 세수확대 위해 토종 석유화학업체 옥죄기...영세중소기업이 최대 피해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2014-12-22 17:35 송고 | 2014-12-23 07:58 최종수정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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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세수확보를 위해 정유·석유화학업계의 목을 죄는 악수를 뒀다. 국제유가 폭락과 시황 악화로 최악의 한해를 보낸 업계는 정부의 나프타 할당관세 1% 부과 추진으로 초상집 분위기다. 가격경쟁력 약화로 주력 수출국인 중국으로부터 석유화학제품을 수입하는 '역전' 현상마저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업계는 정부가 세수 확보에 눈이 멀어 판단력을 상실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나프타 제조용 원유와 액화석유가스(LPG)·LPG 제조용 원유에 수입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은 지난 18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통과했다. 23일 국무회의에서 확정되면 정유사들은 내년부터 2000억원 안팎의 관세를 내야 한다.

원유를 정제해 나오는 나프타를 통해 기초유분을 얻고, 이를 다시 정제하면 플라스틱과 섬유 등의 원료가 나온다. 석유화학산업의 '쌀'로 불릴 만큼 중요도가 높다. 이에 정부도 외국산 수입 나프타와 국내 정유사들이 원유를 들여와 생산한 나프타 모두 세금을 무관세로 유지해온 것이다. 

그덕에 바짝 추격해오는 중국 등과의 경쟁에서 가격우위를 가질 수 있었지만, 이번 안이 통과되면 국내에서 생산되는 나프타에만 관세가 붙게 된다. 정부가 나서서 수입을 장려하는 꼴이 되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의 원가 상승을 초래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투자를 망설이게 할 수 있으며, 수입 나프타 대비 생산 나프타의 가격이 높아져 수급 왜곡현상이 발생하게 되므로 무역적자도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쟁국들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원재료에 대한 무관세를 시행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러한 추세에 역행하며 국내 관련산업을 고사시키는 정책을 펴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유사들의 관세 부담은 고스란히 화학사와 소비자에 전가될 수 밖에 없다. 정유사는 관세가 붙는 만큼 가격을 올려 화학사에 공급하게 되고, 화학사는 나프타 가격이 오른만큼 이를 제품에 반영할 수밖에 없어 결국 소비자들의 부담이 높아지게 된다. 국내 대표적 석유화학사인 LG화학은 전체 나프타의 30%를 국내 정유사로부터 도입한다. 전남 여수 공장은 인근 GS칼텍스에서, 충남 대산 공장은 인근 현대오일뱅크로부터 파이프를 통해 나프타를 공급받는다. LG화학 관계자는 "관세부담으로 정유사들이 나프타 가격을 올리면 그에 따른 원가 부담이 높아질 것"이라며 "중국과 일본 등에서 70%를 들여 오고 있지만 가까운 국내 공장에서 공급받는 것이 품질이 더 우수해 수입을 무작정 늘리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관세율 인상의 1차 피해는 관세를 부담해야하는 정유사지만, 2차피해는 정유사로부터 나프타를 공급받는 석유화학사로 확대된다. 석유화학제품 구매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영세중소기업의 체감피해가 특히 클 수밖에 없다. 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관세 부과에 따른 관련 산업 영업손실은 약 3600억원에 달하며, 그 중 최소 63%가 중소기업에 돌아간다.업계 관계자는 "수출로 전환되지 않은 생산 나프타는 관세부담만큼 가격상승이 불가피하며, 이는 나프타를 원료로 하는 석유화학산업과 플라스틱, 화섬제품, 부직포 등 석유화학제품을 원료로 하는 전방산업까지 가격인상이라는 연쇄효과로 이어져 산업생산량 감소와 물가상승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는 이번 정부의 결정에 대해 '무책임하다'고 입을 모았다 . 통상적으로 관세의 가장 중요한 경제적 효과는 국내 산업보호임에도 어려움에 처한 업계에 대한 고려가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정유업계는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 등으로 타격이 크다. 정유4사의 정유부문 적자만 1조원에 달한다. 석유화학 제품의 가장 큰 수출국인 중국의 자급률이 높아지면서 '중국발 쇼크'라고 불릴 만큼 시황도 얼어붙은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산업에 대한 이해와 고려 없이 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 무리한 결정을 내렸다"며 "이번 결정은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클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나프타 수입관세율 0%와 동일한 세율이 적용되는 할당관세 제도를 계속 유지해야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에 속한 원재료 100% 수입국 중 유일하게 원유에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최소한의 기간산업 보호 차원에서 무관세를 유지해주길 기대했으나, 근시안적인 판단을 내렸다"며 "절망적인 심정"이라고 비판했다.


se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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