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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넘어 연애 안하는 절식남 느는 일본…모두 저임금 탓

20~30대 미혼남 10명 가운데 8명 짝 없어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2014-12-22 16:45 송고 | 2014-12-22 18:10 최종수정
일본의 비영리단체 J-곤카츠가 주최하는 스피드 데이트 행사 포스터 © News1

일본의 20~30대 미혼남성 10명 가운데 약 8명은 여자친구가 없다. 결혼은 커녕 연애에도 관심을 두지 않으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 여성은 상황이 좀더 낫지만 크게 다르지는 않다. 이렇다 보니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싱글남녀들에게 12월 24일과 25일은 외로움이 더욱 사무치는 날이다.

흥미로운 점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저임금과 저출산이라는 일본이 처해 있는 중요한 2가지 문제의 심각성이 부각된다는 것이다.

◇여성의 희망과 격차 보이는 남성들의 실제 연봉

22일 CNBC에 따르면 메이지야스다(明治安田) 생활복지연구소의 선임 연구원 요코타 나오키는 "일본의 젊은 남성 가운데 20~30%대가 불균형적으로 안정적인 고임금 일자리를 찾으려고 하고 있고, 이로 인해 이 연령대의 남성들이 관계 맺기를 꺼린다"고 말했다.

이 연구소의 지난 7월 보고서에 따르면 20대 일본 미혼여성의 57.1%, 30대는 65.5%가 배우자의 희망 연봉으로 최소 400만엔(약 3670만원)을 들었지만 이 범주에 속하는 미혼 남성은 20대에선 11.7%, 30대에선 26.7%에 불과했다.
더욱이 20~30대 남성이 받는 임금의 중간값은 하락하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 백서에 따르면 연봉이 일본 가계 평균 수입의 범위인 500만~600만엔(약 5505만원)인 30대의 숫자는 1997년과 2012년 사이에 거의 10% 줄었다. 20대의 연봉 역시 줄었다.

30대 여성의 배우자 희망 연봉(좌측) 및 남성의 실제 연봉 © 메이지야스다 연구소=News1
30대 여성의 배우자 희망 연봉(좌측) 및 남성의 실제 연봉 © 메이지야스다 연구소=News1
낮은 임금 인상률은 정부의 골칫거리 중 하나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번달 총선 유세 과정에서 기업들로 하여금 임금을 인상하도록 압박을 넣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2012년 말에 총리직에 취임한 이후로 여러 차례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연애를 아예 하지 않는 남성들 늘어

주머니 사정은 점점 나빠지고 있지만, 연인들이 한번쯤은 꿈꿔보는 크리스마스 이브 디너의 가격은 '헉'소리나게 한다.

고급 호텔 인터내셔널 도쿄 베이에 있는 프라이비트 스위트에 묵으며 풀 코스로 식사를 하면 비용은 17만400엔(약 156만원)이다. 그랜드 하야트 도쿄의 스탠더드 룸은 약 10만엔(약 92만원)이다. 고가에도 두 호텔의 이 패키지들은 모두 매진됐다.

인터콘티넨탈 도쿄 베이에 있는 다쿠미 레스토랑에서의 크리스마스 디너는 4만엔(약 37만원)인데 이미 예약 대기도 어렵다는 것이 호텔 측의 설명이다.

이 같은 고가의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식사를 제공하는 호텔도 있고, 이 곳들은 크리스마스 특별 할인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그랜드 퍼시픽 다이바는 디너 가격이 7300엔(약 6만7000원)에서 5500엔(약 5만원) 사이다. 인터콘티넨탈 도쿄 베이에서도 투속료를 할인해주기도 하는데 최저 가격이 3만6000엔(약 33만원)이다.

레스토랑들은 고급 서비스와 다양한 가격대를 제시하며 고객 유치를 위해 경쟁하고 있지만 현재 일본에서는 커플을 찾는 일조차 쉽지 않다.

연령대별 이성친구가 있는 미혼남여의 비중 © 메이지야스다 연구소=News1


메이지야스다 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에서 미혼 남성 중에서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람은 20대에선 22.1%, 30대에선 15.2%에 불과하다. 더욱이 미혼남성 가운데 20대는 40.7%, 30대는 33.5%, 40대는 24.0%가 여성과 교제 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서는 경제적 이유 등으로 연애는 관심을 갖되 결혼은 회피하는 남성들이 한창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았는데 최근에는 결혼은 커녕 연애도 하지 않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일본 내에서는 이들을 '젯쇼쿠남(絶食男)'으로 부르고 있다. 

전망은 더욱 암담하다. 일본 정부는 1995년에 태어난 국민 가운데 20.1%는 결혼 생각이 없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출산율은 여성당 약 1.3명으로 고착화되고 인구는 현재 1억2700만명에서 2060년이면 8674만명으로 감소하게 된다.

◇크리스마스에 커플 출입을 금지시키는 레스토랑

하지만 레스토랑 예약 사이트 오픈 테이블에 따르면 20대와 30대 응답자 중 65%는 중요한 사람과 크리스마스 이브를 함께 보내길 원한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이브 직전에 싱글파티의 일종인 스피드 데이트 이벤트에 참여하려는 싱글들도 있다.

일본의 비영리 단체 J-곤카츠(コンカツ)가 주최하는 행사도 이에 속한다. 설립자인 고토 고키(後藤幸喜)는 80명을 참여하는 행사를 준비했는데 이미 거의 다 찼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여성들이 더욱 적극적이며 싱글 남자들은 짝을 찾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크리스마스 이브에 커플의 출입을 아예 금지시키는 레스토랑도 등장했다. 도쿄 하치오지(八王子)에 있는 스파게티 전문점 피아피아2가 그 곳. 최근 언론매체에 잇따라 소개되며 유명해진 이 가게 안에는 커플에 X표를 그려놓은 그림도 붙어 있다.

이 가게 주인은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손님들이 몰려오기 때문에 직원들은 쉴 수가 없는데 "가게의 한 직원이 받는 정신적 충격이 커서 커플의 입장을 거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19세의 이 직원 종업원은 "고등학교 2학년 크리스마스 무렵에 여자친구와 헤어져 그때부터 크리스마스에는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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