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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출 원전자료 하필 고리·월성..노후원전 재가동에 악재

전문가 "유출 자료 교과서에도 있는 것..그러나 유출됐다는 것은 문제"
"하필 유출자료 고리·월성 노후원전…재가동에 부정적 영향 줄수도"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2014-12-21 20:46 송고 | 2014-12-22 00:41 최종수정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자력발전소 내부문서가 인터넷에 또 공개된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로비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지난 15일 처음으로 한국수력원자력 내부자료가 공개된 이후 원전반대그룹의 회장으로 하와이에 있다고 밝힌 공개자는 21일 새벽 1시 32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를 통해 한수원의 내부자료를 또 공개했다. 2014.12.2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자력발전소 내부문서가 인터넷에 또 공개된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로비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지난 15일 처음으로 한국수력원자력 내부자료가 공개된 이후 원전반대그룹의 회장으로 하와이에 있다고 밝힌 공개자는 21일 새벽 1시 32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를 통해 한수원의 내부자료를 또 공개했다. 2014.12.2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성탄절을 앞두고 한국수력원자력이 보유한 원전 내부자료가 해커로 추정되는 집단이나 개인에 의해 속속 공개돼 노후원전 재가동 등 원전에 대한 부정적 여론 기류가 우려된다. 유출 경위가 아직 분명하지 않은데다가 공개된 자료에 하필 재가동 이슈가 있는 고리1호기, 월성1호기가 끼어있어서다. 고리1호기는 30년 운영허가기간이 끝난후 10년 계속운전 허가를 받아 가동중이다. 월성1호기는 2012년 11월 운영허가가 끝난후 재운전 준비를 모두 끝내고 원전당국의 승인만 기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출된 자료 자체는 교과서에도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자료"라면서도 "자료의 수준을 떠나 유출됐다는 점에서 관리상 문제는 분명 있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 일각에서는 해당 원전기술을 제공한 곳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해커로 추정되는 곳이 지금까지 공개한 자료는 주로 시스템 구조를 나타내는 계통도면과 그 해설서가 주류를 이룬다. 구체적으로 고리 원전 2호기의 공조기와 냉각시스템 도면, 월성 1호기의 밸브 도면, MCNP5와 BURN4 매뉴얼, 원자로 냉각시스템의 밸브 도면, K-REDAP 등 한수원 내부시스템 화면, 한수원 자체 비밀 세부분류지침, 사내 전화번호부, 월성 1,2호기 제어프로그램 해설서 일부, 월성 1호기 감속재계통 ISO도면·배관설치도면(2장)·주제어실에 설치된 급수·복수 계통패널 사진, 고리 1,2호기 배관계측도면(범례 1장)·보조건물 냉각수 계통도면 등이다.


자신을 원전반대그룹의 일원이라고 소개하고 있는 이는 지난 15일부터 블로그와 트위터 등을 통해 한수원 내부자료를 네 차례에 걸쳐 공개했다. 그러면서 글쓴이는 크리스마스까지 고리 1·3호기, 월성 2호기를 중단하지 않으면 2차 사이버테러를 강행하겠다고 조롱섞인 협박을 지속했다.


한수원 측은 공개된 자료가 기밀문서가 아니며 원전 안전 운영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유출된 자료는 일반적 기술자료라 원전안전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설명했다. 한수원에 따르면 일반인에게 생소한 MCNP는 "미국에서 만든 노심설계용 공개 프로그램"이고, BURN4는 "일본에서 개발한 핵종량 계산프로그램으로 현재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전문가 역시 비슷한 견해다. 이재기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전 기밀문서를 입수했다고 주장한 곳에서 밝힌 자료는 일반적인 계통 도면 등 교과서 상에서도 볼 수 있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료의 수준을 떠나 내부에서 통제되고 있는 자료가 인터넷에 공개됐으니 문서관리에 문제는 있다"라고 평가했다.


21일 트위터를 통해 공개된 월성 1호기의 내부자료. © News1
21일 트위터를 통해 공개된 월성 1호기의 내부자료. © News1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도 유출된 자료의 질에 대해서는 "원전 운영과 연결된 중대한 자료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료관리의 중대성에 대한 경각심은 가질 것을 주문했다. 서 교수는 "원전 자료는 1급 보안시설로 도면의 반쪽만 공개돼도 기밀자료가 유출된 것으로 평가된다"라며 "기술을 제공한 곳에서 소송 등으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월성 원전과 고리 원전의 원자로를 개발하고 국내에 기술 제공한 곳은 캐나다원자력공사(AECL)와 일본 도시바로 인수된 웨스팅하우스(WE)다. 

 
어떤 경로를 통해 문제의 자료가 유출됐는지 범인이 검거된 후에나 정확하게 파악될 수 있을 전망이다. 범인들이 '2차 파괴' 운운하며 '성탄절 후 고리 1·3호기, 월성 2호기 가동을 멈추라'고 주장한 만큼 성탄전후 범인 검거여부가 여론향배에 영향을 많이 줄 전망이다. 

개인정보범죄정부합동수사단은 범인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인터넷프로토콜(IP) 주소가 지방으로 돼 있는 것을 확인하고 수사관을 급파해 범인 검거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원전 도면 유출과 관련해 IP추적 결과 해킹 의심지가 지방으로 나왔다"며 "한수원에서는 추가 유출이 없도록 예방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자료를 공개하는 이가 의도적으로 고리와 월성의 자료만 공개하는 것인지, 아니면 우연인지 알 수 없으나 모두 재가동 이슈가 있는 원전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며 "재가동으로 원하는 한수원의 입장에선 어떤식으로든 악영향"이라고 말했다. 

자료 유출 후 한수원은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하고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수원은 22~23일 이틀간 전국 원전본부에서 '사이버공격 대비 모의훈련'을 실시한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전운전 제어시스템은 물리적으로 외부와는 물론 내부업무망과도 완전히 분리· 운영돼 사이버공격에 의한 악성코드 침투가 불가능하다"며 "발전소의 핵심 안전과 관련된 설비들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악성코드가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일의 경우 수동 조작이 가능토록 설계돼 있어서 발전소를 안전상태로 정지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yagooj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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