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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담뱃값'이 만든 '담배甲'

현대판 '허생전'…소비자 "담배 팔라며 부탁하는 꼴"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2014-12-22 08:00 송고
장도민 산업2부 기자 © News1

갑작스레 '담뱃값'이 오르면서 담배 시장에서도 '갑(甲)이 등장했다. 일부 소매점주들이 기존 담배와 1월부터 판매될 '비싼' 제품의 차이가 없다는 점을 이용해 제품을 진열하지 않고 창고에 쌓아두면서부터다.

그런데도 정부는 한 발 뒤로 물러선 채 방관하며 '허생'이 판치는 시대를 주도하고 있다.
담배가 가장 많이 판매되는 편의점의 경우 한 갑을 판매했을 때 약 250원 가량 이익이 남는다. 이 물량을 앞으로 열흘 후에 팔 경우 같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2000원 가량의 마진이 남는다.

소매점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담배 판매를 꺼리게 됐고 사회에 보편화된 '손님은 왕(王)이다'라는 문구는 무색해졌다. 돈을 지불하는 고객은 되레 담배를 팔라며 부탁하는 듯한 입장이 됐다.

당초 정부는 담배 사재기를 막겠다며 '그럴듯한' 으름장을 내놨다. 담배를 매점·매석하다가 적발된 이들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지만 겁내는 소비자는 드물다. 작정하고 사재기 행각을 신고하지 않는한 밝혀내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실제 지난 19일 취재를 목적으로 담배를 구입하러 서울 영등포구 일대 편의점들을 찾아본 결과 여러갑을 주문할 경우 판매자의 따가운 눈총과 함께 '1인 1갑에 제한한다'는 방침을 들을 수 있었다.

동시에 '쓸이꾼'이 500~1000원가량 웃돈을 얹어주고 대량으로 담배를 구입하러 다닌다는 정황도 들을 수 있었다. 500원을 더 주고 담배 3보루(60갑)를 구입한 뒤 내년부터 판매했을 경우 약 9만원이라는 차익이 남는다.

이 같은 추측을 하게된데는 조직적인 대량매수가 의심되기 때문이다. 해당 편의점 직원에 의하면 일정 시간 차이를 두고 대량 구매를 요구한 이들의 연령대가 20대 초반의 남성으로 보였다고 한다. 누군가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담배를 팔지않고 저장한 이들과 미리 구매해 모아둔 이들은 내년 초 담배 시장에서 갑의 위치에 오르게 된다. 정부가 마땅한 대안도 없이 성급하게 담뱃갑 인상안을 추진한 영향이다.

소비자는 '죄인'처럼 담배를 사고 편의점은 물량을 풀지 않으며 틈새를 노린 사재기꾼들은 시장을 교란한다. 그야말로 '엉망진창'이다. 정부는 조속히 누가 시장을 망치고 있는지 생각해보고 이에 적합한 대안을 제시해야할 것이다.


j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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