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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정성룡, 결국 ‘고향의 기’ 받았다

(서울=뉴스1스포츠) 임성일 기자 | 2014-12-21 13:25 송고 | 2014-12-21 13:33 최종수정

지난 15일부터 제주도에서 진행됐던 축구 국가대표팀의 소집 훈련은 시작부터 끝까지 ‘진지 모드’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조건이다. 멤버 다수가 대표팀 경력이 일천한 신예급 선수들이었다. 허물없이 지내기에는 조심스러운 무대였다. 21일 훈련이 종료되면, 이튿날인 22일에 호주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가 발표된다는 스케줄도 부담을 가중시켰다. 1분 1초를 허투루 쓸 수 없었던 시간이다.

이런 조건들 때문에 여느 대표팀보다도 진지했던 제주도 전훈이었다. 그 중에서도 정성룡 골키퍼의 마음가짐은 누구보다 묵직해보였다. 훈련 내내 웃는 표정하나 볼 수 없었다.

28명의 대표팀 명단 속에는 골키퍼가 4명이나 됐다. 정성룡(수원)을 비롯해 김승규(울산), 김진현(세레소), 이범영(부산) 등 근래 주목받는 골키퍼들이 모두 대표팀에 승선했다. 아시안컵에 나설 수 있는 인원은 3명뿐이니 이 중 1명은 무조건 탈락하는 경쟁이었다. 게다가 외부의 경쟁자도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호출하지 않았던 신화용(포항)과 권순태(전북)까지도 고려하겠다고 말했으니 경쟁률은 더 높았다. 

정성룡 골키퍼(오른쪽)은 ´제2의 고향´ 제주에서 진행된 전훈 동안 누구보다 묵묵히 땀흘렸다. 절치부심의 결실을 자체 평가전에서 맺었다. ©뉴스1스포츠 / 대한축구협회 제공
정성룡 골키퍼(오른쪽)은 ´제2의 고향´ 제주에서 진행된 전훈 동안 누구보다 묵묵히 땀흘렸다. 절치부심의 결실을 자체 평가전에서 맺었다. ©뉴스1스포츠 / 대한축구협회 제공
부담은 정성룡이 가장 컸다. 물론 경험적인 측면에서는 경쟁자들보다 모두 앞선다. 하지만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 정성룡의 페이스는 썩 좋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정성룡이 제자리 걸음을 걷거나 혹은 내리막을 걸을 때 김승규와 김진현 등은 대표팀에서, 권순태와 신화용은 K리그에서 날았다. 스포트라이트는 다른 이들의 몫이었다.

때문에 이번 전지훈련은 정성룡에게 절치부심하는 무대였다. 제주는 정성룡에게 ‘제2의 고향’ 같은 곳이다. 서귀포고등학교를 나왔다. 광주중학교 2학년 때 제주도로 합숙훈련을 왔다가 당시 서귀포고를 이끌던 설동식 감독의 눈에 들어 제주로 전학왔다. 결과적으로 ‘고향의 기’를 받은 셈이 됐다.
정성룡은 21일 오전 서귀포시 강창학구장에서 열린 대표팀의 자선축구경기에 백호팀 선발 골키퍼로 나서 전반 45분을 소화했다. 그리고 자신이 뛰는 동안 골문을 열어주지 않으면서 슈틸리케 감독에게 눈도장을 받았다. 정성룡은 2차례 결정적 위기를 잘 막아냈다.

전반 24분 강수일의 정확한 패스가 이용재에게 연결돼 박스 안 왼쪽에서 1대1 찬스가 만들어졌으나 정성룡이 각도를 잘 좁히고 나와서 실점 위기를 넘겼다. 불과 1분 뒤에도 좋은 세이브가 있었다. 김민우의 크로스가 수비수를 맞고 굴절돼 갑자기 골문 쪽으로 휘어져 들어왔는데, 감각적인 움직임으로 크로스바 위로 쳐냈다.

정성룡의 선방 덕분에 백호팀은 2-0으로 앞선 채 전반을 마칠 수 있었다. 후반 이범영 골키퍼에게 장갑을 넘긴 뒤 공교롭게도 청용팀의 2골이 나와 경기는 2-2가 됐기에 정성룡 골키퍼는 더 여운을 남길 수 있게 됐다.

눈보라가 날리는 악천후 속에서 전체적인 플레이가 매끄럽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4명의 골키퍼 모두 제대로 평가하기는 어려운 조건이었다. 그러나 단 한 명은 확실했다. 정성룡은 인상적이었다. 일주일 내내 고향에서 묵묵히 땀흘린 보람이 있었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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