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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靑 문건' 경찰들만 사법처리 결론...경찰만 희생양?

박관천 경정 오늘 구속영장, 한모 경위 영장 재청구 검토
허위문건 왜 작성, 유출했나…남는 의문점 등 수사 의지 주목
조응천 전 비서관 등 배후 가능성 규명돼야…조만간 재소환

(서울=뉴스1) 전성무 기자, 홍우람 기자 | 2014-12-18 16:12 송고
박관천 경정이 서울중앙지검에서 소환조사를 받고 나서는 모습. 2014.12.9/뉴스1 © News1 송은석 기자
박관천 경정이 서울중앙지검에서 소환조사를 받고 나서는 모습. 2014.12.9/뉴스1 © News1 송은석 기자

이른바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된 청와대 문건의 진위 및 유출 경로가 대부분 밝혀진 것으로 주장되면서 검찰은 박관천(48) 경정과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 소속 한모(44) 경위를 사법처리하는 선에서 관련 수사를 마무리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문건 작성 및 유출 배후에 누가 있었는지는 의혹이 여전하고 검찰 수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지만 검찰은 결국 모든 사건의 시작과 끝은 경찰관들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라는 쪽으로 수사 결론을 내리려 한다는 얘기다. 정씨의 국정농단 개입 의혹에서 시작된 검찰 수사의 칼끝이 스스로를 '을'이라고 주장하는 경찰에게만 향해진 상태에서 마무리가 지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18일 청와대 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혐의(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및 공용서류 은닉)로 박 경정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검찰에 따르면 박 경정은 지난 2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다 경찰에 복귀하면서 자신이 작성한 청와대 문건 10여건을 유출한 뒤 특정 장소에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경정이 지난 2월10일부터 16일까지 7일 동안 유출한 청와대 문건을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장 자리에 가져다 놨고 이를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소속 한 경위가 몰래 꺼내 복사한 다음 최모(45‧사망) 경위에게 전달했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한 경위에게서 문건을 건네받은 최 경위가 세계일보와 조선일보 등 언론사에 2차 유포했고 한 경위 역시 평소 알고 지내던 한화S&C 정보팀 차장 진모씨에게 문건을 2차 유포한 것으로 검찰은 결론 냈다.


검찰은 보강조사를 거쳐 한 경위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하고 숨진 최 경위는 '공소권 없음' 처리하기로 했다.


검찰은 시사저널의 '박지만 미행보고서' 보도에 따른 수사와 관련해서도 이 보고서 자체도 박 경정이 작성한 것이라고 그 윤곽을 밝혔다. 박 경정이 정윤회 문건 뿐만 아니라 '박지만 미행보고서'도 작성했고 이들 문건을 상당부분 유출했을 뿐만 아니라 박지만 EG그룹 회장에세 미행보고서가 전달되도록 해 결과적으로 박 회장을 격발시킨 원인 제공을 한 것으로도 그려졌다.

뿐만이 아니다. 박 경정은 스스로 문건을 유출해 놓고도 유출된 문건이 세계일보 기자 등에게 흘러가 그 유출 사실이 역으로 자신에게까지 제보되자 자신에 의한 유출 사실을 숨기기 위해 허위로 유출 경위서를 작성한 것으로 까지 결론이 내려졌다.

이와 관련, 검찰은 박 경정이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유출경위보고서'를 허위로 꾸며내 청와대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18일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관계자는 이날 "박 경정에게 무고죄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무고죄까지 포함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경정은 청와대 내부 감찰 과정에서 자신이 문건 유출자로 지목되자 이같은 사실을 숨기려고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또다른 파견 경찰관들이 유출한 것처럼 'BH 문서 도난후 세계일보 유출 관련 동향'이라는 유출경위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에 제출했다는 것이다.

결국 박 경정이 이 모든 사단의 처음이자 끝이고 나라를 온통 떠들석하게 한 사건에서 혼자 '분탕질'을 치고 다닌 것으로 결론이 내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경찰들이 어떤 동기를 갖고 왜 그랬는지에 대해서는 그럴듯한 설명이 주어지지 않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 검찰의 수사가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에 대해서는 검찰이 아직은 수사 결론을 보다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검찰 수사가 제대로 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박 경정이 스스로 혼자 이 모든 것을 기획·연출하고 실행했다고 보고 어렵다는 점에서 박 경의 배후, 의도, 구체적인 진행 과정을 밝혀내지 않으면 이번 수사는 시작하다고 끝난 수사라는 얘기를 들을 수도 있는 상황이 돼 버렸다. 경우에 따라서는 검찰이 경찰을 '희생양'으로 삼아 이번 수사의 '출구전략'을 만들려 한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이 와중에서 검찰은 이같은 과정에 대해 시사저널의 명예훼손 혐의 수사와 관련, 박 경정이 작성한 '박지만 미행보고서' 역시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과 마찬가지로 허위사실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고 문건 작성 의도를 규명하는 데 막바지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당연한 수순이지만 검찰은 박 경정이 어떤 의도로 이같은 허위 문건을 작성하게 됐는지 수사 중이라는 것이다. 


'박지만 미행보고서' 진위는 박지만 EG 회장이 자신의 미행설을 믿게 된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한 만큼 미행설을 보도한 시사저널의 명예훼손 사건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검찰은 이때문에 미행을 직접 실행했다고 미행보고서에 적시된 경기 남양주시 B카페 주인 최모(49)씨를 참고인신분으로 불러 미행을 실제 한 사실이 있는지, 박 경정과 만나거나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이 있는지 등을 캐물었다.


그러나 최씨는 "정윤회씨도 모르고 박 경정도 모르는데 왜 내 이름이 미행보고서라는 문건에 등장했는지 황당하다"며 "박 회장을 미행한 사실이 결코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B카페 관계자는 "어제 검찰 수사관들이 찾아와서 정씨와 박 경정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얼굴을 아냐고 물어봤는데 사장님을 비롯해 우리 직원들은 아무도 아는 사람들이 없었다"며 "그리고 사장님은 평소 오토바이를 안탄다"고 말했다.


박 경정이 작성한 미행보고서에는 '최씨가 지난해 11월부터 오토바이를 타고 박 회장을 미행했다'고 돼 있다고 한다. 검찰은 최씨와 나머지 문건 등장인물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미행보고서는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재로서는 '박지만 미행보고서'도 '정윤회 문건'처럼 박 경정이 시중에 돌아다니는 잘못된 풍설을 '정보유통자'에게 전해 듣고 별다른 사실 확인 없이 작성한 것으로 추론 가능하다.


그러나 박 경정이 자신이 직접 작성한 미행보고서를 박 회장의 측근 전모씨를 통해 박 회장에게 전달한 것을 감안하면 과연 어떤 '목적'으로 그렇게 했는지가 규명돼야 할 부분으로 떠오른다. 그 배후도 물론 수사 대상이어야 한다.
 

'정보유통자'는 미행설을 직접 전해 들었다는 일종의 정보출처로 지목된 인물인데 미행보고서에는 여러 명이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을 모두 참고인신분으로 소환해 박 경정에게 직접 미행설을 얘기해준 사실이 있는지, 미행설을 어디서 들었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모든 범죄적 행동의 초점이 돼버린 박 경정이 과연 혼자 그 모든 일을 했겠느냐는 것은 당연히 가져볼 수 있는 의문이다. 때문에 박 경정의 청와대 직속상관이었던 조응천(52)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모든 문건 작성이나 나아가 유출에 있어서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는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박 경정의 배후가 있다면 그 배후의 끝이 조 전비서관이냐, 아니면 더 고위층, 즉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등에 연루된 부분은 없는지도 밝혀져야 그나마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len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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