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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폭락· FOMC변수에 신흥시장 요동…亞 통화위기 '응팔'?

루블화 가치, 15년래 일일 최대 낙폭…泰증시, 장중 9% 이상 급락
16~17일 FOMC 미 기준금리 인상 '임박 신호' 가능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2014-12-16 12:31 송고 | 2014-12-16 15:40 최종수정
전세계 신흥국 시장이 국제유가 급락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통화긴축 전망 등으로 우려가 가중되면서 요동을 치고 있다. © AFP=News1
전세계 신흥국 시장이 국제유가 급락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통화긴축 전망 등으로 우려가 가중되면서 요동을 치고 있다. © AFP=News1

전세계 신흥국 시장이 국제유가 급락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통화긴축 전망 등으로 우려가 가중되면서 요동을 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1998년 아시아 통화위기 당시의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주요 신흥국 자산 가운데 통화가 큰 타격을 입었다. 러시아 루블화와 터키 리라화 가치는 미 달러에 대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199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브라질 헤알화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도 수년래 최저치를 나타냈다.

특히 루블화는 올 들어서는 달러 대비 50% 이상 평가절하됐다. 이 때문에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종전 10.5%에서 17%로 인상했다. 이날 태국 증시는 장중 한때 9% 이상 폭락하면서 솜마이 파세 재무장관은 투자자들에게 침착해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베네수엘라의 2027년 만기 달러 표기 국채 가격은 3.4 센트 하락한 37.8 센트를 기록했다. 유가 급락으로 베네수엘라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급증한 것이 배경이다. 브라질에서는 석유업체 페트로브라스의 회사채 가격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업체는 지난 3분기 실적 발표를 두 차례 연속으로 미뤘다.

시장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매도를 촉발시킨 구체적인 촉매제는 없으며 여러 요인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신흥국 시장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말한다. 보스턴 소재 윈드햄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루카스 터튼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신흥국 시장에서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투자자들은 이 정보들을 받아들이고 향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알아내는 데에서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 급락 및 美 금리 인상 조짐

우선, 국제유가는 지난 6월 연고점 대비 50% 가까이 급락해 러시아와 콜롬비아 등 원유 수출국들은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이날 러시아 중앙은행은 내년에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선을 유지한다면 내년 성장률은 최대 4.7%까지 위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가격 하락세는 지속되고 있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배럴당 1.9달러(3.3%) 하락한 55.91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2009년 5월 이후 최저가이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79센트(1.3%) 밀린 61.0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60.2달러로 2009년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아울러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17일 성명을 발표할 예정인데 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신호를 보낼 가능성이 있다. 연준의 저금리 자금으로 수년 동안 혜택을 받아온 신흥국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지난해 세계은행(WB)은 미국의 장기 국채 금리가 1% 오른다면 신흥국으로 유입되는 민간 자금은 50% 급락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연준 성명 이전에 신흥국 자산을 팔아치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소재 바클레이스의 최고 외환전략 부문 대표 미툴 코테차는 성명은 "통화 정책에 대한 연준과 다른 주요 중앙은행들의 입장차를 더욱 부각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연준은 미 경제 회복세가 지속되면서 내년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유럽과 일본 등의 중앙은행은 성장을 촉진하고 디플레이션 우려를 덜어내기 위한 전략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차이로 인해 달러는 최근 수개월 동안 다른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여왔다.

볼티모어 소재 윌밍턴 트러스트의 포트톨리오 매니저 클렘 밀러는 "연준이 금리 인상 시점이 시장의 생각보다 임박했다는 점을 시사한다면, 신흥국 시장이 받는 타격은 더욱 클 것이다"고 내다봤다.

다수의 투자자들은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신흥국들의 부채 부담은 증가되기 때문에 이들 국가에서의 혼란에 대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 기업들은 올 들어 총 114억달러어치의 외화 표시 채권을 발행했는데, 전문가들은 "통화 불일치"(currency mismatch·외화 부채와 외화 자산 간의 불일치) 위험을 겪을 수 있다고 말한다. 즉, 루피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달러 표시 회사채를 막는 것이 더욱 어려울 것이란 의미이다.

헤지펀드 업체 SLJ 매크로 파트너스의 스티븐 젠은 투자자들의 매도가 가속화되면 신흥국 통화는 "멜트다운(붕괴) 할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하는 한, 어떤 신흥국도 잠재적 자금 유출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1998년 亞 악몽 재현?

시장의 혼란이 심화되면서 1998년 때의 분위기와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위기 이후에 신흥국들은 외환보유액 규모를 크게 늘렸고 보다 유연한 환율 체제를 도입하긴 했지만 전염의 우려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터키와 남아공, 브라질 등과 같이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말레이시아와 같이 국채에서 해외 투자자들의 비중이 30%에 달하는 국가도 안심할 수 없다. 1990년대 중반에 연준은 금리를 잇따라 인상했고 이로 인해 아시아 통화는 직격탄을 맞았고 이 여파로 러시아는 디플트에 빠졌다.

지난 1997~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동안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환율 페그제(고정환율제)를 유지하다가 두 손을 들었고, 태국 바트화 가치는 6개월 동안 반토막났다. 한국에서는 외환위기 속에서 바닥난 외환보유액을 메우기 위해 금모으기 운동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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