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사회 >

녹십자 독점 수혈용 혈액백에 발암물질..알면서도 사용 '논란'

문제의 물질..완구와 수액세트에는 사용 이미 금지
대체품없다는 이유로 계속 사용...친환경 소재 대체품 개발도 기약없어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 | 2014-12-05 16:16 송고 | 2014-12-08 07:43 최종수정
녹십자엠에스 혈액백. /뉴스1 © News1
녹십자엠에스 혈액백. /뉴스1 © News1

녹십자에서 사실상 독점공급하고 있는 수혈용 혈액백 제조에 고독성 환경호르몬이자 발암물질로도 평가받는 DEHP가 원료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예상된다.

혈액백은 대한적십사 등에서 헌혈을 담는 주머니 형태의 고분자 비닐류 시트다. 해당업체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함유량이 기준치 이하이고 우수한 물성을 대체할 물질이 없어 사용해도 괜찮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다른 제품에는 이미 사용이 금지된 상태에서 앞뒤가 맞지 않다. 또 기준치 이하라고 해도 발암물질 등 고독성 물질은 사용하지 않는것이 원칙이 돼 가고 있는 사회정서와도 맞지 않다는 평가다.

해당 물질은 국내에서 이미 완구에는 2006년부터, 병원에 쓰이는 수액백에는 2007년부터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더욱이 내년 7월부턴 수액백에 부착된 줄 등 수액세트에서도 DEHP 사용이 전면 중단된다. 

화학적으로 DEHP(디에틸핵산프탈레이트)는 지난 2005년 유럽연합 환경과학위원회가 발암성과 변이독성이 있음을 확인한 프탈레이트류 물질이다. 또한 미국암학회(ACS)와 국립암연구소(NCI) 등도 2010년 20가지 발암위험 물질 중 하나로 DEHP를 꼽았다. 세계야생보호기금(WWF)는 DEHP를 환경호르몬 67개 물질 중 하나로 분류했다.

아울러 올해 국내 출간된 저자 언론인이면서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마리 모니크 로뱅(프랑스)의 ‘죽음의 식탁’에서 DEHP는 "간암과 췌장암을 불러일으키고 생식과 성장에 해를 끼치는 강력한 독성물질“이라고 심각한 물질로 소개했다.
◇사실상 독점공급 녹십자 "물질 유해성 알고 있으나 유익성 더 크고 대체품없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병원들은 공적기관인 대한적십자와 한마음혈액원으로부터 필요혈액 전체의 90% 이상을 공급받는다. 나머지는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소량 헌혈받는 것이다. 이 기관들에서 사용되는 백은 녹십자 자회사인 녹십자엠에스와 다른 국내 업체 두곳에서 제조하고 있는데 이중 녹십자엠에스 비중이 압도적이다.

지난달 상장을 위해 녹십자엠에스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대한적십자와 한마음혈액원에 대한 녹십자엠에스 낙찰점유율은 각각 70%, 100%다. 시장 전체로는 72%다.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해당 혈액백은 PVC(PolyVinyl Chloride)라는 염화비닐 중합체로 만들어진다. PVC 자체는 분말 상태인데 여기에 유연성과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가소제인 DEHP가 첨가해 ‘주머니’ 형태의 시트를 만든다.  해당 혈액백에 혈액이 담기면 DEHP가 녹아 나오고 결국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녹십자엠에스의 한 임원은 “세계에서 해당 재질보다 좋은 제품이 없어 유명 외국 회사들도 모두 사용한다”며 “회사의 혈액백은 DEHP 용출 농도 기준 150ppm보다 훨씬 낮은 제품이고 유해성에 대한 단점보다 장점이 100배는 크다”고 설명했다.

보통 헌혈을 통해 혈액을 채취하면 그 혈액을 처음 백에 담은 뒤 원심분리기를 통해 적혈구와 혈장, 혈소판 등으로 분리시켜 각각의 3~4개의 백에 나눠 담는다. 수혈이 필요한 경우 환자에 따라 필요한 것을 골라 쓰게 하기 위해서다. 수혈용 혈액백 제조에 DEHP를 쓰면 원심분리기에 넣고 돌려도 찢어지지 않으면서 적혈구 보존력이 높아진다는게 해당업체의 설명이다.

◇ 식약처도 대안이 없다며 방관..선진국은 친환경 소재 대체품 개발 활발

식약처 역시 녹십자측과 입장이 비슷하다. 대안이 없이 계속 사용을 허용할 수밖에 없다는 식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DEHP 혈액백에 대한 유용성이 잠재적 위험 노출보다 더 크기 때문에 국제 기준에 맞춰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ISO 국제 기준에 맞춰 DEHP 용출 농도 150ppm 이하의 제품이면 관련 혈액백 허가가 가능하다.

아직 선진국에서도 혈액백에 DEHP 사용을 전면 금지한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워낙 논란이 많다보니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대체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유럽에선 친환경 소재의 연구용 시제품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식약처 위 관계자는 “수액세트의 경우 사용자가 혈액백보다 훨씬 많고 대체 품목도 있어 발암물질 논란을 고려해 일단 사용을 전면 금지키로 했다”며 “DEHP가 들어가는 혈액백에 대해서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다른 제품이 있는 지 조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DEHP에 대한 파장은 이미 수년 전부터 나왔던 사안이어서 식약처의 대응이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은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녹십자엠에스측도 새로운 대체품목을 개발중이다. 하지만 개발 완료 후 상용화까진 수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현재의 혈액백을 상당기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의 혈액백은 올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언급됐지만 이슈가 되지 못한채 묻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현숙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DEHP가 첨가된 혈액백에서 수액세트보다 프탈레이트가 500배 더 많이 나온다는 실험결과를 제시하며 프탈레이트류가 들어간 혈액세트 사용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 때도 식약처의 답변은 위와 다르지 않았다.




lys38@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