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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 문건' 일파만파…'비선·암투說' 실체 드러나나

靑, 세계일보 상대 '명예훼손' 고소 및 유출 경위 수사 의뢰… 결과 주목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2014-11-29 15:37 송고
전국적으로 겨울비가 내린 28일 청와대가 짙은 안개에 휩싸여 있다.  2014.11.28/뉴스1 © News1 한재호 기자
전국적으로 겨울비가 내린 28일 청와대가 짙은 안개에 휩싸여 있다.  2014.11.28/뉴스1 © News1 한재호 기자

현 정부의 '비선 실세'로 지목돼온 정윤회씨가 청와대 비서관 등을 통해 국정에 개입해왔다는 취지의 청와대 내부 보고서가 작성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그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모습이다.

청와대는 해당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 "시중의 풍설을 모은 '찌라시(증권가 정보지)' 수준에 불과하다"며 '사실 무근'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박근혜 대통령 취임 전부터 여권 내 비선조직의 활동과 그에 따른 권력암투설(說)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차제에 관련 의혹들을 낱낱이 밝혀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청와대는 해당 보고서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를 고소하는 등 법적 대응에 착수한 상황이어서 추후 검찰 수사를 통해 그 실체적 진실이 규명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과거 박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실장으로 일했던 정씨가 청와대 비서관을 비롯한 여권 인사들을 주기적으로 만나 국정운영 동향을 논의해왔다는 내용의 내부 보고서가 전날 세계일보 보도를 통해 공개되자, 당사자로 지목된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8명은 즉각 세계일보 측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세계일보가 보도한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란 제목의 보고서는 올 1월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경찰 출신의 박모 경정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여기서 '靑'은 청와대, 'VIP'는 대통령을 의미한다.
해당 보고서에서 정씨가 지난해 송년 모임을 통해 만났다는 인물 중 이 비서관과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 3명은 박 대통령을 국회의원 시절부터 보좌해온 최측근 인사로서 현 정부 출범 뒤엔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까지 불려왔다.

특히 이들 '3인방'은 정씨가 처음 박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으로 발탁했던 인물들인 것으로 알려져 정씨가 2007년 이후 일선에서 모습을 감춘 뒤에도 박 대통령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왔을 것이란 얘기가 정치권에서 끊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6월 "청와대 인사를 '만만회'가 움직인다는 말이 있다"며 이 비서관과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회장, 그리고 정씨 등 3명의 국정개입 의혹을 주장한 바 있다.

또 같은 당 박영선 의원은 7월 "이 비서관이 밤마다 종종 서류를 싸들고 청와대 밖으로 나간다고 한다"며 관련 의혹을 제기했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해당 보고서 내용은 물론, 정씨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해 한 청와대 관계자는 "거론된 사람들 중엔 청와대에서 함께 일하면서도 얼굴 한 번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하물며 그 사람들이 같은 자리에 모이고, 또 '요주의 인물'인 정씨까지 정기적으로 만났다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여권의 다른 고위 관계자도 "비선이니 '십상시(十常侍)'니 하는 말 자체가 처음부터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십상시'란 중국 후한 말 전횡을 일삼은 환관들을 일컫는 말이나, 현재 정치권에선 지난 대선과정에서 분야별 실무에서 주요한 역할을 했던 10명 안팎의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인사들을 지칭하는데 쓰이고 있다.

그러나 대선당시 박 대통령의 원로 측근 자문그룹으로 알려졌던 '7인회'와 달리, '십상시'는 그 시기 등에 따라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명단이 계속 바뀌어왔다.

세계일보가 보도한 보고서에선 정씨와 만난 이 비서관 등의 여권 관계자들이 '십상시'로 표현됐다.

또 보고서엔 이 비서관을 비롯한 청와대 내부 인사 6명과 외부 인사 4명 등 모두 10명을 만난 것으로 돼 있었지만, 이번에 고소장을 제출한 8명은 이 비서관 등 '3인방'을 포함해 모두 현재 청와대에서 비서관 및 행정관으로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가 앞서 세계일보에 보도된 보고서나 정씨 동향과 관련된 다른 보고서 내용에 대해 추가적인 진상 규명 조치 없이 "근거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도 이 같은 정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법적 대응과 별개로 이번에 세계일보가 보도한 보고서가 작성 및 유출된 경위 등을 파악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비서관 등도 세계일보에 대하 고소와 함께 해당 보고서가 세계일보 측으로 유출된 경위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통상 '대외비'로 관리되는 이런 문건을 청와대 관계자나 정부 부처로부터 파견 근무를 했던 공무원들이 외부로 유출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이나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번에 논란이 된 보고서를 작성한 인물로 알려진 박 경정은 해당 보고서 작성 뒤인 지난 2월 경찰로 원대 복귀 조치됐다.

때문에 청와대 주변에선 "박 경정이나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파견 근무했던 다른 사정기관 출신 공무원들이 원복 과정에서 자신의 업무에 활용키 위해 내부 문건을 들고 나갔고, 이 가운데 일부가 언론사에까지 흘러들어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올 6월 김영한 민정수석 기용 이후 민정수석실에서 파견 근무하던 경찰 등 사정기관 출신 직원들을 대거 교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 또한 이런 과정에서 다수의 내부 문건이 유출됐을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박 경정이 청와대에서 근무할 당시 직속상관이었던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박지만 회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단 이유에서 "보고서 작성과 유출 등의 경위에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도 얘기도 흘러나온다.

일례로 주간지 '시사저널'은 지난 3월 '박 회장이 작년 말 정체불명의 사내로부터 한 달 이상 미행을 당했고, 그 미행을 지시한 사람이 바로 정윤회씨였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한 적이 있다.

시사저널은 '당시 청와대가 박 회장의 항의를 받고 민정수석실을 통해 미행 사건에 대한 내사를 벌였지만, 담당 직원에게 돌연 인사발령이 나면서 내사 또한 중단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 뒤 조 전 비서관은 올 4월 사표를 냈고, 정씨는 5월 시사저널 측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당시 청와대는 조 전 비서관의 사퇴에 대해 "본인(조 전 비서관)이 인생의 다른 길을 걷기 원해 사표 제출했다"고 한 것 외엔 추가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었다. 조 전 비서관은 현재도 "할 말이 없다"며 언론과의 접촉을 계속 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이번 세계일보 보도 문건의 작성자로 지목된 박 경정의 경찰 원복조치와 관련해서도 "통상적인 인사였을 뿐"이란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선 "일단 세계일보 보도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 그 과정에서 이 비서관 등이 주장하는 명예훼손 혐의 부분뿐만 아니라, 다른 의혹들의 실체도 드러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 관련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ys4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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