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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장원준 100억의 의미, 공 1개에 약 380만원

(서울=뉴스1스포츠) 김지예 기자 | 2014-11-29 08:42 송고 | 2014-11-29 08:51 최종수정

장원준이 무려 '88억원'을 거부하고 '새로운 환경'을 찾아 나섰다. 올 스토브리그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돈 이야기'로 몰고 갔다. '100억원 사전 합의설'에 이어 '150억원 설'까지 거침없이 쏟아져 나올 정도다.

과연 장원준이 갈 곳은 어디일까. 얼마에 도장을 찍고, 어떻게 발표할까. 

장원준은 FA 선수의 원소속구단 우선 협상 마감일인 지난 26일 롯데로부터 4년간 88억 원을 제의 받았지만 거부했다. "시장에서 가치를 평가받고 싶다"며 정든 고향을 떠났다. 거친 광야로 나섰다. 함께 떠난 김사율과 박기혁은 kt, 대구를 떠난 권혁은 한화, 서울을 떠난 박경수는 kt 등으로 속속 행선지가 정해졌다.

그러나 장원준은 아직 소식이 없다. 한화는 너무 높은 몸값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비공식 입장을 밝혔고, LG는 양상문 감독의 입을 빌어 지나치게 부풀어 오른 몸값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비공식이라도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구단은 KIA, 두산 정도다. 

장원준은 '미생'이다.   

2004년 1차 지명으로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된 장원준은 최대 강점은 '꾸준한 왼손 선발투수'라는 것이다. 2008년부터 5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올렸고, 최근 7년간 2010시즌을 제외하면 큰 부상 없이 늘 150이닝 이상을 소화해왔다.
문제는 돈이다. 4년 동안 총 88억원까지 싫다고 손을 내저었으니 말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만큼 가치가 있는 투수인지 갑론을박 시끄럽다. 

장원준은 FA 선수의 원소속구단 우선 협상 마감일인 지난 26일 롯데로부터 받은 4년간 88억 원의 파격적인 제안을 거절했다. 객관적인 가치를 검증 받고 새로운 환경을 찾기 위해 시장에 나왔다. © News1 DB
장원준은 FA 선수의 원소속구단 우선 협상 마감일인 지난 26일 롯데로부터 받은 4년간 88억 원의 파격적인 제안을 거절했다. 객관적인 가치를 검증 받고 새로운 환경을 찾기 위해 시장에 나왔다. © News1 DB


롯데가 제시한 88억원의 가치를 장원준이 프로 입단 이후 올린 통산 성적까지 모두 보상받는 것으로 따져보자.

장원준은 통산 258경기에 나가 1326이닝을 소화하고 85승77패2홀드와 평균자책점 4.18을 기록했다. 삼진은 907개 솎아냈다. 1경기 당 약 3410만 8527원,  1승 당 약 1억 352만 9411원, 1이닝 당 약 663만 6500원, 삼진 1개 당 약 970만 2315원인 셈이다.

'희망 몸값'으로 알려진 총액 100억원을 올해 성적 10승9패와 평균자책점 4.59로 따져 보면 1승당 10억원인 셈이다. 올해 27게임에서 2622개의 공을 던졌으니 공 1개를 던질 때 약 38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상상 불가'의 수치다. 

사실 롯데는 구단의 주머니 사정이 썩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장원준과의 협상 테이블에 88억원을 올려놓았다.

롯데의 2013년 매출액은 345억 3007만 5687원, 매출원가 279억 5097만 1699원으로 매출 총 이익은 65억 7910만 3988원이다. 판매비와 관리비 89억 3416만 1171원을 빼면 영업손실은 23억 5505만 7183원에 이른다.

부진한 성적으로 인한 관중 감소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5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관중 수가 2012년 136만 8995명에서 2013년 77만 681명으로 44%나 줄었다. 입장 수입도 2012년 95억원에서 지난해 58억 원으로 무려 37억 원이 감소했다.

물론 아직 한국에서 프로 구단의 자생적인 생존은 아주 어렵다. 프로야구 관중이 늘어도 모기업 지원금에 의존하는 현재의 경영시스템 때문이다. 이렇게 빠듯한 상황이지만 롯데에게 '토종 에이스' 장원준은 특별했다.

올해로 스물아홉살의 청년 장원준은 서른을 앞두고 '용감한 도전'을 감행했다.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알아보겠다는 것이다. '돈'을 떠나 '운동 환경'에 주목했다. 새로운 곳에서 공을 뿌려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선수는 돈이 중요하지 않다고 내세운다. 하지만 모든 것은 돈에서 결정난다. 그를 데려가고 싶은 구단들은 현실적으로 돈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 롯데가 제시한 88억원부터 출발해 그 이상의 금액을 제시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 게다가 장원준을 영입하는 구단이 롯데에 지불해야 하는 금액(6억4000만원과 보상선수 1명, 혹은 9억6000만원)을 감안하면 부담금이 100억 원 이상까지 치솟는다. 아주 부담스럽다. 한화와 LG가 주춤하면서 발을 빼려는 이유다. 

FA 장원준은 아직 '미생'이다. 다른 구단과의 협상 마감일은 12월3일이다. 역대 최고액을 거부한 장원준이 'FA 시장'에서 빈 손으로 고향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미생'에서 '미아'로, '미아'에서 '돌아온 탕아'로 상황이 변할 수 있다고 조심스레 점치는 관계자들이 늘고 있다.  

'쩐의 전쟁 2막'은 어떤 결론으로 이어질지 초미의 관심거리다.


hyillil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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