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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탓이오’, K리그 전체를 부정한 이재명 구단주

(서울=뉴스1스포츠) 임성일 기자 | 2014-11-29 02:58 송고

이재명 성남FC 구단주가 28일 자신의 SNS에 올려둔 글이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흔한 말로, 눈을 의심했을 정도의 내용이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K리그의 구성원인 한 구단의 구단주가 글쓴이라는 것은 문제의 심각성이 제법 크다.

이재명 구단주는 28일 오후 ‘성남, 꼴찌의 반란인가? 왕따된 우등생인가? 2부리그 탈락시 ACL 출전은?’이라는 제하의 글을 올렸다. 내용을 정리하면 대략 이렇다.

이 구단주는 “FA컵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지닌 성남이 지금 강등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답답해하며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은 결국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인데 그것은 다름 아닌 경기 운영”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말한 ‘경기 운영’이란 결국 심판을 향한 비수였다.

심판 판정이 매끄럽지 않았고 성남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측면들이 여럿 있었다며 몇몇 경기들을 예로 들었다. 경기가 ‘조작’됐다는 뉘앙스였다. 사실 뉘앙스만이 아니었다. 적나라한 표현도 있었다.

이재명 성남FC 구단주(왼쪽)이 SNS에 올린 글이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K리그 판 전체를 부정하는 심각한 내용들이 많이 들어 있다. © News1 DB
이재명 성남FC 구단주(왼쪽)이 SNS에 올린 글이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K리그 판 전체를 부정하는 심각한 내용들이 많이 들어 있다. © News1 DB

이재명 구단주는 “부정부패하고 불공정한 나라 운영이 대한민국을 망치고 있는 것처럼 불공정하고 투명하지 못한 리그운영은 축구계를 포함한 체육계를 망치는 주범이다. 승부조작 등 부정행위가 얼마나 한국 체육계의 발전을 가로막았는지 실제로 경험했다”면서 심판들에게 칼을 겨눴다.

심판들의 판정이 이미 부정이 개입됐다고 단정했고, 내일(29일) 경기에서도 또 그러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공갈과 협박도 포함됐다. 심지어 ‘8월17일 성남과 부산의 홈 경기 PK선언사례’를 설명하는 과정에서는 수위가 지나쳤다.

이재명 구단주는 “이날은 한국프로축구연맹 회장이자 부산 구단주인 정몽규 회장이 직관하는 가운데 부상하게 장석원 선수에게 PK가 선언돼 경기 흐름이 끊겼고 결국 4-2로 지고 말았다”면서 “이 사례들 말고도 빽 없고 힘없는 성남 시민구단이 당한 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연맹 회장이 구단주를 맡고 있는 ‘빽 있고 힘 있는’ 부산을 위해 심판들이 알아서 PK를 바쳤다는 뜻인데, 이쯤이면 판 전체를 부정하는 수준이다.

강등을 피하기 위한 마지막 승부를 앞두고 있는 성남 선수들에게도 득 될 것 없는 발언도 들어 있었다. 이 구단주는 “2부로 강등돼 대규모 예산삭감과 후원 취소로 구단 규모를 줄이면서 ACL에 출전하는 황당한 일이 실제 발생하면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내리겠는가”라면서 “선택지는 많지 않다. 축소된 선수진으로 출전해 핸드볼 수준의 실점을 하며 나라 망신을 시키거나, 현실을 인정해 출전을 포기하는 것 정도”라는 발언을 덧붙였다.

누군가는 이것을 선수들의 정신력을 무장시키기 위한 ‘배수진의 의도’로 설명했으나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숨 막히도록 목을 조이는 행동이다. ‘강등되면 내년 서슬 퍼런 칼바람이 불 것이니 그리 알고 뛰어라’라는 일종의 협박이 과연 선수들의 사기 진작에 도움이 될까 싶다.

시민구단으로 다시 태어난 성남FC는 올 시즌 꽤나 힘겨운 행보를 걸었다. 성적뿐만 아니라 운영 자체도 이런저런 어려움이 컸다. 그 속사정을 이재명 성남시장은 잘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시즌 내내 갈지 자 걸음을 걸을 때, 과연 구단주로서 얼마나 진지한 노력과 애정을 쏟았는지 묻고 싶다.

한 팀의 구단주로서 그간의 답답함을 토로할 수 있고 가장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부디 정상적으로 경기가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성남은 다 잘하고 있는데 K리그 판 전체가 엉망이라 이 모양이 됐다’는 식의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 시점도 방식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무엇보다 K리그 전체를 썩어빠진 곳으로 몰아세운 것은 너무 아쉽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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