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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김길태 사건' 재발 막고자 재개발구역 수색 나서

장위3재개발구역 공·폐가 등 범죄취약지역 집중점검

(서울=뉴스1) 성도현 기자 | 2014-11-27 18:06 송고 | 2014-11-27 18:19 최종수정
27일 오후 서울 성북구 장위3재개발구역에서 경찰들이 공·폐가 등 범죄취약지역에 대해 일제히 수색을 벌이고 있다. 2014.11.2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27일 오후 서울 성북구 장위3재개발구역에서 경찰들이 공·폐가 등 범죄취약지역에 대해 일제히 수색을 벌이고 있다. 2014.11.2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경찰이 두 손으로 굳게 닫힌 집 대문을 '탕탕탕' 서너번 두드렸다. 대문 밑 안쪽에는 널브러진 휴지, 과자봉지 등이 보였다.

인기척이 없자 경찰은 미리 준비해 온 접이식 사다리를 펼치고 한명씩 담을 넘었다. 탐침봉을 든 경찰 10명은 집 안 곳곳을 돌며 사람 거주 흔적이 있는지 꼼꼼하게 살폈다.
마당 화단에는 먼지와 모래가 수북이 쌓여 있었고 집 안 바닥 나뭇잎들도 나무에서 떨어진 그대로였다. 창고 안에는 비에 젖은 폐박스가 뒹굴었다.

2층으로 향하는 계단 옆에는 말라 비틀어진 호박 넝쿨이 보였다. 집 곳곳에 거미줄에 쳐져 있어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음을 짐작하게 했다.

현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자 썪은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나무로 된 방문을 열자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바닥의 곰팡이가 눈에 들어왔다.
27일 오후 서울 종암경찰서 소속 경찰관 44명은 면적 6만6115㎡에 해당하는 서울 성북구 장위3재개발구역에 대해 일제히 수색에 나서 공·폐가 등 범죄취약지역을 집중 점검했다.

대문 앞에 붙어 있는 특별순찰구역이라는 스티커가 멀리서도 눈에 들어왔다. 해당 구역에 지정된 빈집은 총 55가구로 경찰은 해당 집들을 매달 한번씩 수색한다.

경찰의 이번 수색은 최근 재개발·재건축 사업 요건 완화로 공·폐가가 늘어난데 따른 연말연시 범죄분위기를 사전에 막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27일 오후 서울 성북구 장위3재개발구역에서 경찰들이 공·폐가 등 범죄취약지역에 대해 일제히 수색을 벌이고 있다. 2014.11.2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27일 오후 서울 성북구 장위3재개발구역에서 경찰들이 공·폐가 등 범죄취약지역에 대해 일제히 수색을 벌이고 있다. 2014.11.2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특히 지난 2010년 2월 부산 사상구 덕포동 재개발 지역에서 일어난 '김길태 사건'과 같은 범죄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당시 김길태(37)는 덕포동 폐가에서 여중생 이모(13)양을 납치·성폭행한 뒤 살해했다.

김길태는 경찰의 수색이 강화되자 낮에는 빈집 등에서 쉬거나 옥상 등 높은 곳에서 경찰의 동향을 살피고 인적이 드문 새벽에 은신처를 옮겼다.

이날 오후 2시부터 3시간가량 진행된 경찰의 수색 결과 외부인들의 침입, 범죄자 및 청소년들의 임시주거 흔적 등은 따로 발견되지 않았다.

20년간 이 지역에서 살아온 최종순(81·여)씨는 "5년전만 해도 골목에 사람들이 많고 사람 냄새가 났는데 다들 떠나가서 지금은 조용하다"며 "남편과 둘이 살고 있지만 동네 빈집이 많아 말벗도 없고 외롭기도 하다"고 변해버린 마을에 대한 안타까움을 보였다.

김영희(59·여)씨는 "밤에 집에 올 때 모르는 사람이 빈집에 숨어 있을까 무섭기도 하다"며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이 불안해하지 않게 잘 관리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경찰 관계자는 "겨울에 추위를 피해 노숙자나 범죄자가 빈집에 들어가 지내다 큰 화재나 집 붕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범죄자들이 제2의 범죄를 일으키거나 주민들에게 위험을 줄 수 있어 수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전날과 이날 경찰 3916명을 동원해 재개발 지역 내 빈집과 폐가 1만4000여 가구를 수색했다. 종암경찰서에서는 151명의 경찰이 동원돼 빈집을 샅샅이 살폈다.

경찰은 수색을 마친 곳에 대해 출입금지 표시를 했고 앞으로도 순찰을 강화해 지속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dhs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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