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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아침에 훈남 남편 되다

김경록·황혜영 부부의 <오! 마이 패밀리>
<1>우린 정말 특별한 부부일까

| 2014-11-27 11:05 송고 | 2014-11-27 11:17 최종수정
편집자주 김경록씨가 쓰는 가족 사랑이야기 연재를 시작합니다. 김경록(전 민주당 부대변인) ·황혜영 (그룹 ‘투투’ 출신 가수)부부는 결혼 당시 정치인과 연예인의 결합으로 화제를 모았고, 최근 TV방송에서 아내의 뇌종양 투병생활과 쌍둥이 육아를 전담하는 훈남 아빠의 이야기로 다시 눈길을 끌었습니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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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 (경희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행님~완전히 이 시대 마지막 로맨티스트로 등극이네요", "? ‘육아는 남자가 하는게 맞다? 너 죽고 싶니? 천만 안티 생성이다”, “결혼 전에 그런 일이 있었어? 힘들었겠네...”. 이번 가을 학기부터 매주 한번씩 영상 강의를 찍느라 잠깐 전화기를 꺼놨더니 그 사이에 문자메시지가 엄청나게 들어와 있었다

케이블 TV 채널 tvN‘현장 토크쇼 택시관련 기사를 보고 지인들이 보낸 메시지들이었다. 방송녹화를 하긴 했지만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기사를 봤을까 궁금해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헉!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아내와 내 이름이 올라 있는게 아닌가. 기사들 속에서 나는 결혼 전 아내의 뇌종양 투병을 함께 해낸 남편 김경록’‘쌍둥이 자녀를 도맡아 키우는 남편처럼 멋진 순정파 훈남 남편으로 변해 있었다.

이런 일, 처음 겪는 건 아니다. 우리 부부가 결혼한다는 소식이 알려질 때도 이랬다. 당시 정치인이었던 나와 연예인이었던 아내의 결혼이 그렇게 이야깃거리가 될 만한 것일까. 내 생각엔 아무리 봐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이 내게는 과분하고 쑥스럽고 어색하다. 

택시녹화를 하는데 MC 이영자씨가 물었다.

왜 사람들이 두 분에 그렇게 관심을 가진다고 생각해요?”
그러게. 나도 궁금해서 고민하던 건데.

우선 아내 때문 일텐데요. 한창 활동하던 당시에는 신비주의로 유명했던 여자연예인이 방송을 접고 사업한다 해서 좀 특이하다 생각하던 차에, 나이 들어 너무 평범한 사람과 결혼해서 평범하게 살아서 그런거 아닐까요? 실제로 이런 경력을 가진 여자연예인들은 보통사람과 좀 다르게 살잖아요?” 나는 진짜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렇게 말했는데, 이 부분은 방송에 나가지 않았다. 내가 잘못 말한 걸까. ‘정치인이라는 타이틀을 달긴 했지만 떵떵거리는 권력을 가진 사람도 아니고 내 이름 석 자만 말하면 누구나 다 아는 유명 정치인도 아니었기에 평범한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 생각이 틀렸거나 재미가 없거나 했나보다.

젠가 아내의 후배가 언니가 골드미스들의 롤모델이래라기에, 내가 농담으로 시집 잘 가서?” 그랬더니 네 형부.”라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시집을 잘 갔다고? 솔직히 말하자면 아내에겐 나와 결혼하기 전 대시하던 괜찮은 남자들이 많았다. 사실 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다지 돈도 많이 벌지 못하고, 직업도 사람들이 싫어하는 정치관련 일을 하고 그래서 아내를 고생시키니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아내를 만나서 사귀고,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고 지금까지 나 자신은 여느 사람들과 별 다를 바 없이 살고 있는데 주변이나 언론을 통해 접하는 분들은 궁금한 게 많은가 보다.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고 나름 노력은 하지만 사실 별 것 없는데 말이다.

화제가 되었던 프로그램 택시에 나와서 이야기한 아내의 뇌종양 투병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아내와 내게는 심각한 일이었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세상 살아가는데 모두 이 정도 일은 겪는다 믿고 있었다.

이 이야기를 방송에 나와 하게 된 것도 녹화 전에 사전 인터뷰에서 작가가 결혼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 같은게 있나요?” 묻길래 별 생각없이 아내의 병 이야기를 해서였다. 작가가 정말이에요?”라고 되묻더니 방송에서 이야기해도 되겠냐고 묻더라. 난 실제로 결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거니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해서 이야기 한 것이다.

방송이 끝나고 걱정이 생겼다. 가까운 사람들도 걱정을 많이 한다. “너무 좋은 남편, 좋은 아빠, 로맨티스트 이미지가 생겼으니 앞으로 더 조심해서 잘 살아야 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나는 뭐 그냥 원래 살던 대로 살면 되지 특별한 방법이 있겠어싶다. 내 뜻과 상관없이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는 건 과분하고 고마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할지가 보이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 연재하게 될 이야기도 그럴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너무 평범해서 별로 재미없을 것 같은 이야기, 그냥 열심히 사는 아내와 특별할 것 없는 남편, 그리고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얻어서 (어쨌든 내겐 너무)이쁜 쌍둥이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며 얻는 소소한 즐거움들에 대한 이야기다. 혹시라도 그런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주신다면 여태 그랬던 것처럼 쑥스럽고 어색하고 그렇겠지만, 또 혹시라도 그런 이야기들이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위안이 되고 그랬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으며 내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려드리고 싶다.

 




오늘의 인터뷰